[And 건강] 늙어버린 괄약근, 참았는데도 뒤가 묵직… 혹시 나도?

민태원 2023. 9. 5.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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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실금’ 제대로 알리자
대장항문학회 9월 전국 강좌
고령화 시대 말 못할 고민… 상대적 인식은 낮아
10년 만에 3 배… 10명 중 7명은 65세 이상 노인
환자 35%는 잘 몰라… 절반은 발병 5년 지나 치료

환자 80% 이상은 섬유소·설사 조절제로 개선
미·일의 25%에 불과한 보험 수가가 문제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관리제에 포함 필요


나이들며 찔끔 흘리는 건 소변만이 아니다. 의도치 않게 항문 밖으로 변이 새는 '변실금'도 있다. 둘 다 고령화 시대에 말 못할 고민 질환이지만, 요실금에 비해 변실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에 대한대장항문학회가 사회적 편견으로 고통받는 변실금 환자의 열악한 치료 및 관리 환경 개선을 위해 두 팔을 걷었다. 학회는 지난 1일 이와 관련한 정책 심포지엄을 개최했고, 9월 한 달간 전국 의료기관에서 변실금 주제로 대국민 건강강좌를 연다.

변실금은 자신도 모르게 항문에서 가스나 변(덩어리 혹은 액상)이 새어 나오거나 변을 참으려고 애를 써도 그냥 나와 버리는 상태가 모두 해당된다. 나이들면서 항문 괄약근과 골반 근육 기능이 노화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직장 항문암 수술, 직장 탈출증, 음부신경 손상, 염증성 장질환(크론병·궤양성대장염), 노인성 신경장애(뇌졸중·당뇨신경병증 등) 등도 위험 요인이다. 여성의 경우 출산도 관련이 있다. 분만할 때 아이가 나오면서 항문 괄약근이 손상을 입기 때문이다. 실제 변실금 환자의 70% 가까이는 여성이다. 연세의대 용인세브란스병원 외과 김태형 교수는 4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조절할 수 없는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변실금으로 정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변실금 진료 환자는 2011년 8413명에서 지난해 2만7919명으로 3.3배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65세 미만 환자는 배 가량 증가(4011명→8512명)한 데 비해 65세 이상은 4.5배(4403명→1만9767명)나 껑충 뛰었다. 지난해 기준 전체의 70.8%가 65세 이상 노인이었다.


학회 자료를 보면 국내 변실금 유병률은 대략 전체 인구의 1~2%이며 요양시설 입소자들은 40~50%가 겪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유병 환자의 5~27%만이 병원 진료를 받는 것으로 추측된다. 쉬쉬하고 있는 ‘숨은 환자’가 그만큼 많다고 볼 수 있다. 실제 학회 조사 결과 변실금 환자의 35%는 질병에 대해 잘 몰랐으며 49.4%는 증상이 생기고 5년이 지나서야 병원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에 늦게 온 이유로 64% 가량이 ‘병이 아니거나 치료가 안되는 줄 알아서’라고 답했고 이어 ‘부끄러워서’(23.2%)를 꼽았다.


대장항문학회 강성범(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이사장은 “한국은 2025년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있는 만큼 노인들이 겪는 의학적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며 “특히 타인에게 알리기를 꺼려하는 변실금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정확히 이해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변실금은 직장경, 항문 내압, 근전도 검사 등으로 진단하고 바이오피드백, 항문괄약근 성형술, 천수신경조절술(신경조절 장치 삽입해 자극), 장루(복부에 배변 통로) 조성술 등으로 치료한다. 이두석 대항병원 원장은 “변실금의 80% 이상은 섬유소나 설사 조절제 등 약물 치료로 개선이 가능하며 반응이 없을 땐 바이오피드백 치료를 고려한다”고 했다. 바이오피드백은 환자 스스로 모니터를 보면서 배변에 필요한 근육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학습하는 방법이다. 말기 상황이거나 이런 보존적 치료로 해결이 안될 땐 수술적 조치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런 진단 검사와 수술 등 치료에 있어 국내 보험 수가(진료 서비스 대가)가 턱없이 낮다는 점이다. 미국과 일본에 비해 25% 수준이다. 김태형 교수는 “진료비에서 장비비 및 간접비를 뺀 순수 의사의 인건비를 시급으로 환산하면 직장경 검사, 항문·직장 및 골반근의 바이오피드백 치료, 항문괄약근 성형술의 수가는 평균 3400원 가량으로, 2023년 대한민국 최저임금 시급에도 훨씬 못미친다”며 “이는 변실금 환자를 주로 진료하는1·2차 의료기관에서 적극적인 진료를 할 수 없게 만드는 장벽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초고령사회에서의 필수 의료 중 하나가 될 것이 분명한 변실금 진료에 대한 정책 수가 가산 등의 현실적인 개선책이 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외과 교수는 “변실금은 만성질환으로 생각하고 꾸준히 치료·관리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시행중인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관리제에 변실금을 포함해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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