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민의 사이언스&테크놀로지] 동화 속 ‘해저도시’ 만들 수 있을까… 주목받는 해양건설기술

2023. 9. 5.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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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상승 우려
바다에 집 짓는 공법 새롭게 조명
관광산업·우주진출 목적 고려땐
해양건설 기술 개발 필요성 커져
울산에선 해저도시 개발 본격화

지구온난화 문제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바다에 집을 짓는 ‘해양건설기술’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우려 중 가장 큰 것은 빙하가 녹으면서 일어나는 해수면 상승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현재의 해안도시 중 상당수는 바닷속에 잠기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해양건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대단히 유용하다. 물밖에 없는 바다에도 도시를 건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다에 집 짓는 방법, 어떤 게 있을까

그렇다면 바다에 집을 짓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건 ‘수상가옥’ 형태다. 건물의 기초를 얕은 해저에 고정한 다음 거주공간만 물 위로 올리는 형태다. 대표적 사례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를 들 수 있는데 도시 전체가 물 위에 지어져 있다. 이 밖에 미얀마,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목재로 지은 수상가옥을 볼 수 있다. 앞으로 해수면이 점점 더 높아진다면 상당수 도시는 베네치아와 같은 형태를 일부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
세빛둥둥섬의 야경사진. 세빛둥둥섬은 섬으로 불리지만 건축법상 선박으로 구분된다. 효성티앤씨(주) 세빛섬 제공


조금 더 욕심을 내면 물이 있는 곳은 어디든 집을 지을 수 있는 ‘플로팅 건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배 위에 건축물을 올리는 방식이다. 크고 부력이 큰 부유물(부체·浮體)을 만든 다음 그 위에 건축물을 쌓아 올린다. 부체가 움직이지 않도록 해저 바닥에 앵커블록을 박아 쇠사슬 등으로 고정해 둔다. 이 방식으로 건축물을 만든 건 우리나라가 처음인데 한강에 있는 ‘세빛둥둥섬(세빛섬)’이 대표적이다. 세빛섬은 사실은 법적으로 건축물이 아닌 선박이다. 2011년 서울 반포동에 완공된 인공섬이지만 법적으로는 선박으로 등록돼 있다.

이 방법만으로는 깊은 바다 위에 건축물을 올리기 힘겨워지므로 여기서 조금 더 진보한 플로팅 건축 방식도 있다. 둥둥 떠 있는 건축물을 고정하기 위에 부력에 꼭 맞는 추를 아래쪽, 즉 물속으로 매달아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추의 무게를 높이면 배는 더 깊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지만 너무 무거우면 배 자체가 가라앉는다. 반대로 너무 가볍게 하면 배가 안정적으로 떠 있지 못한다. 해양 풍력발전기 등을 만들 때 이미 사용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꼽히는 방법이 아예 해저에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깊은 바닷속에 집을 짓는 방식이다. 지금도 관광 목적의 해저호텔, 국가나 도심을 연결하는 해저터널 등이 지어진 사례가 있다. 다만 어디까지나 특수목적으로 건설한 경우로, 인간이 단순히 거주공간을 얻기 위해 해저에 건축물을 만든 경우는 찾기 어렵다.

해저도시, 지상의 자원 절대 필요

어릴 적 만화영화 속에 등장하던 ‘해저도시’를 실제로 만드는 방법은 있을까. 인간은 사실 관련 건설기술을 이미 상당부분 확보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부산과 거제도 사이를 연결하는 ‘가덕해저터널’을 건설해 이미 사용 중이다. 너비 26.5m, 길이 3283m에 달하는 해저 구간이 최대 수심 48m의 바닷속에 잠겨 있다. 물론 도로 목적으로 건설한 것이지만, 만일 이와 비슷한 크기의 공간을 해저에 만든 후 거주구역으로 꾸몄다면 충분히 해저도시로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일본 시미즈 건설이 제시한 가상 해저도시 오션 스파이럴(ocean spiral)의 상상도. 시미즈 건설 제공


마음만 먹는다면 투명한 유리를 통해 머리 위를 지나가는 물고기 떼를 바라볼 수 있는, 동화 속 해저도시도 만들 수 있다. 일단 햇빛이 충분히 들어올 수 있어야 하므로 수심 수십m 이상 내려간 곳에 만들긴 어렵다. 바닷속은 100여m만 밑으로 내려가면 몇 m 앞도 채 보기 힘들고, 195m만 내려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투명하면서도 튼튼한 소재는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다. 메타크릴수지(일명 아크릴수지)는 투명하게 만들 수 있으며 강도도 충분하다. 이 수지로 해저 6000m까지 파고 들어가는 심해잠수정 유리창을 만든 사례도 있다. 이런 수지를 돔형으로 둥글게 가공해 붙여 나간다면 만화영화에서 보던 해저 건축물을 만드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없다. 거주구를 다 만들었으면 터널로 지상과 연결하고 식량과 물자, 전력 등을 공급받으며 내부에 도시를 지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해저도시가 지상의 지원이 없이는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선 에너지가 문제가 된다. 좁고 밀폐된 환경에서 대량의 수증기나 미세먼지를 발생하는 발전소를 가동하기 어렵다. 빛이 약하게 들어오므로 태양광 발전도 할 수 없다. 바다에서 할 수 있는 ‘파력발전’을 생각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보조적 수단일 뿐 현실적 대안이 되기 어렵다. 파도가 멈추면 전력 생산도 멈추기 때문이다. 조력발전은 바다 위에 거대한 방파제를 건설해야 해서 해저도시 입장에선 더욱 비현실적이다. 해저 바닥을 파고 들어가 지열발전을 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바닷속 지반을 뚫는 것은 지진 등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밀폐된 해저도시 환경에 걸맞지 않다. 해저도시는 만일 건설한다 해도 지상의 다른 도시와의 교류를 통해 살아가야 한다. 현대에 본격적인 해저도시를 만들지 않는 건 기술적 문제보다 실리적 이유가 더 크다.

바다 한복판에 도시 만들 수도

필요하다면 대양 한복판에 해양도시를 건설할 수도 있다. 이 기술을 발전시킬 경우 우주탐사 목적으로도 쓰일 수 있다. 먼 미래, 물뿐인 행성에 진출할 경우도 고려해야 하는데 이때 거주구역을 만들 방법이 해양건설기술뿐이기 때문이다.

바다에 도시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거주구역을 설치할 경우 방법을 먼저 고민해야 하는데 이 경우 플로팅 기법을 응용, 부력을 조절해 건축물의 90% 정도만 물속에 잠기게 만드는 방법을 우선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고층빌딩을 바닷속을 향해 거꾸로 세워둔 것과 비슷한 형태가 된다. 혹은 케이블에 연결한 구형의 거주구역을 바닷속에 늘어뜨려 만드는 방법도 고민할 수 있다. 해저 수십m 정도에 늘어뜨린 해중(海中) 건설 방법이다. 어떤 방식을 채용하든 해상에 떠 있는 부체는 필수다. 부력을 이용해 중심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발전장치 같은 기반시설 역시 부체 위에 설치해야 한다.

관광산업, 우주 진출 등 다양한 목적을 고려할 때 해양건설 관련 기술개발 필요성은 앞으로도 요구될 것이다. 상업 및 관광 등을 주산업으로 한 해저도시 성공 사례가 등장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울산 지역에서 ‘해저도시 개발’ 사업을 본격 시작했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인류의 생활환경은 앞으로 끝없이 변화해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해양건설기술은 우리도 반드시 준비해 둬야 할 필수 기술이지 않을까.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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