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방선기 (26) 불어 정복은 아쉬웠지만 대신 프랑스 선교 비전 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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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후반 나는 프랑스 언어 연수에 도전했다.
프랑스를 향한 선교 비전이 생긴 것이다.
내가 젊었을 때는 말할 것도 없고 10여년 전 프랑스로 언어 연수를 갔을 때만 해도 상상하지 못한 장면이다.
국내에서 소소하게나마 프랑스 선교를 시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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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과 불어실력은 만족하지 못했지만
프랑스 현지 생활하면서 음식 잘 맞고
언어 두려움 없어 선교지로 마음먹어
50대 후반 나는 프랑스 언어 연수에 도전했다. 이 나이대에 부부가 언어 연수를 위해 다른 나라에 간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다행히 엑상프로방스의 개혁신학교에서 교환교수 기회를 줘 비자를 얻었다.
신학교 초청으로 프랑스에 갔지만 불어 습득이 목적이었기에 엑상프로방스의 마르세유대학교에 등록해 언어 연수를 받았다. 각국에서 온 수많은 대학생과 공부하는 일은 여러모로 새로운 경험이었다. 40여년 전 기술 연수차 프랑스에 왔을 때보다 여건이 좋아진지라 공부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태어나 이때처럼 공부해 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다.
지금 생각해도 놀라운 기억이 있다. 한 교수가 휴강을 공지해 수강생 모두가 기뻐하는데 나 혼자만 서운해한 일이다. 공부가 어지간히 재미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1년 후 결과를 보니 부끄러웠다. 성적도 별로였고 불어로 의사소통하는 것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늦은 나이에 1년만 공부해 외국어를 정복하기란 쉽지 않았다. 아쉬웠지만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기대하지 않았던 걸 얻었다. 프랑스를 향한 선교 비전이 생긴 것이다. 나는 원래 선교에 뜻이 없었다. 해외 선교를 나가려면 언어도 능숙하고 현지 음식도 좋아해야 한다. 한데 선교여행을 다녀보면 이 두 가지로 항상 고생하곤 했다. 그런데 프랑스는 달랐다. 언어와 음식이 낯설지 않았다. 이곳을 선교지로 마음먹은 이유다.
기실 프랑스를 선교지라 하면 사람들은 금방 받아들이지 못한다. 대부분 아프리카 불어권 국가의 선교를 생각한다. 하지만 현지에서 보니 정작 선교가 필요한 곳은 프랑스 본토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는 유구한 역사의 가톨릭 국가이지만 현지에선 가톨릭이 사라져가는 문화처럼 느껴졌다. 전국 곳곳의 성당은 대부분 관광지처럼 변했다. 개신교는 명맥만 유지할 정도로 세력이 미미하다. 프랑스 복음주의 기독교인 수가 사우디아라비아 기독교인보다 더 적다는 통계도 있다.
그렇지만 프랑스 선교를 직접 하기엔 언어 실력도, 경험도 부족했다. 이미 프랑스 선교에 헌신한 현지인과 한국인 선교사를 찾아보기로 했다. 그러다 어학연수 중 알게 된 박성형 목사가 자신이 사역하는 ‘미션 디모데’란 프랑스 개신교회를 소개해줬다. 이 교회를 알게 된 건 하나님이 내게 허락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서울 시내 곳곳에서 프랑스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내가 젊었을 때는 말할 것도 없고 10여년 전 프랑스로 언어 연수를 갔을 때만 해도 상상하지 못한 장면이다. 길거리나 지하철역에서 마주친 프랑스 유학생이나 관광객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서툴지만 불어로 말을 건다. 타국에서 고국 언어를 들어 매우 반가워하곤 한다.
이때 이들과 긴 대화는 못 하지만 프랑스에 대한 내 사랑을 전한다. 이들과 식사하는 기회가 생길 경우엔 긴 대화도 나눈다. 프랑스 유학생과 식사할 땐 조심스럽게 기독교 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소소하게나마 프랑스 선교를 시도한 것이다. 선교라고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이렇게라도 사랑을 전하면 언젠가 작은 열매라도 맺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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