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노인이 행복한 회사는 없다?… 있다!
서울 중랑구에 있는 사회적 기업 ‘더사랑’을 방문한 건 지난달 31일이었다. 직원들은 형형색색의 점토를 플라스틱 용기에 색깔별로 나눠 포장하는 작업에 한창이었다.
발달장애인 22명이 정직원으로 근무하는 이 기업은 장애인의 업무를 돕는 어르신 근로지원인 9명이 함께하고 있으며, 비장애인 직원은 7명에 불과하다.
2010년 문을 연 더사랑은 초창기 색연필, 연필, 공책 등 친환경 문구를 만들었다. 이후 구급키트와 패션 아이템, 디지털·생활용품 등을 제작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이 중에서도 더사랑의 이름을 알린 브랜드는 ‘보킷’과 ‘굿패커’다.
보킷은 발달장애인 청년 작가들이 그린 그림을 바탕으로 ‘굿즈(기념품)’를 만든다. 굿패커는 사기업과 공기업, 여러 단체가 만든 제품을 포장하거나 커스텀(custom·기본 얼개를 유지하는 재가공 서비스)한다. 이 모든 과정에는 발달장애인과 어르신 직원의 손길이 닿는다.
보킷은 마음·따듯함이라는 뜻을 지닌 신조어 ‘보(BO)’와 꾸러미를 의미하는 ‘키트(KIT)’의 합성어다. 보킷 디자인은 윤은석(34)·심재석(32)씨 등 2명의 발달장애인 작가가 그린 그림에서 출발한다. 이들은 회사 설립 초기부터 함께 한 베테랑 작가다.
이날도 작가들은 그림 그리기에 열중이었다. 해바라기와 장미, 수박 등이 인쇄된 종이를 보고 그림을 그리는 손길에는 막힘이 없었다. 이들은 같은 이미지를 각자 스타일대로 소화했다. 선부터 채색까지 확고한 취향을 드러냈다.
그림 그리는 것이 재밌냐는 질문에 “네”라는 답과 환한 웃음이 돌아왔다.
이들이 긴 세월 재능을 펼칠 수 있었던 데는 조영화 더사랑 대표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조 대표가 발달장애인을 위해 일하게 된 것도 하나님의 이끄심이었다. 평생 예술 분야에 몸담았던 그는 “발달장애인이 특별히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고 이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기 위해 이 일을 시작했다”면서 “10여 년 동안 업무에 있어서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업무를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감정을 드러내는 게 쉽지 않은 발달장애인의 특성상 깊이 관심을 두지 않으면 이들이 원하는 걸 발견하는 게 어렵다. 더사랑은 이런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발달장애인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했다.
조 대표는 “발달장애인을 구제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개인의 가능성을 발굴하고 개발하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고 말했다.
보킷은 발달장애인을 더 많이 고용하는 데 관심이 크다. 매년 꾸준히 2~3명을 고용하기 위해 사업 확장을 위한 고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 대표는 경영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재미’로 꼽았다. 발달장애인이 재밌게 일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어 가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발달장애인이 낙후된 공간에서 벗어나 밝고 쾌적한 업무 환경에서 가능성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더 많이 제공하는 것이 보킷의 다음 목표다.
어려움도 있다. 조 대표를 낙심하게 만드는 건 육체적 고난은 아니다. 대신 사회가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편견 어린 시선이다. 장애인들이 만든 제품이 비위생적이거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극복하는 게 과제다. 또 비장애인이 만든 제품이 비쌀 경우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장애인들의 손을 거친 제품은 가격도 저렴해야 한다는 인식도 적지 않다.
이런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소셜미디어(@bokit.official)를 통해 인식개선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담아 카드뉴스를 제작해 올린다. 또 다른 기업과 협업을 통해 보킷의 존재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사실 이 모든 활동의 목적은 발달장애인의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기 위해서다.
조 대표는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세상이 돼야 한다”면서 “모든 존재는 타인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비장애인도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가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끝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란 서로 힘든 걸 덜어주고 위로와 격려를 하며 완성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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