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차금법, 해외 사례보다 과격… 통과 땐 위헌 논란 불보듯”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성혁명 물결에 대해 명확한 반대 의사를 표명해 온 판사 출신 이은경(59) 법무법인 산지 대표변호사는 지난 28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류 역사가 이성애를 기반으로 법과 제도를 만들고 사회를 유지해 왔는데, 무작정 법과 제도를 탈바꿈하려 한다면 우리 사회에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차금법)의 폐해에 주목했다. 현재 차금법을 도입한 국가는 35개국 정도인데, 국내에서 추진되는 법안을 보면 해외 입법례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급진적이라고 진단했다. 더욱이 차별 개념 및 사유가 모호하고 논란의 소지가 있어 해당 법이 통과된다면 위헌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애, 나이, 성별 등 적극적으로 차별을 시정해 나가야 할 분야들이 있는 건 분명하나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가치판단적 영역까지 포괄적인 기본법으로 묶어 강력 규제하겠다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인류가 목숨을 걸고 쟁취해온 양심과 종교, 사상과 표현의 자유와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성을 토대로 형성된 우리나라 고유의 국민적 정서가 있는 만큼 상이한 해외 입법례를 무작정 이식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토론에 근거한 국민적 합의가 우선이라는 해법을 제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작금의 문화가 동성애를 노골적으로 편드는 양상이다. 그리고 법과 제도로 동성애를 합법화하려는 시도가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법조인으로서 이같은 세태를 어떻게 보는지.
“‘다이버시티(diversity)’ 즉 다양성은 분명 중요한 화두이고 소중한 가치다. 하지만 누군가의 ‘다름’이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해치거나 갈등, 피해를 유발한다면 사회가 이를 무조건적으로 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수많은 ‘다름’ 속에서 ‘옳음’과 ‘틀림’, ‘놔둠’의 영역을 구분하고 그 경계를 법 또는 도덕으로 정해 이를 지키면서 사회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인류의 역사는 이성애를 기반으로 법과 제도를 만들고 사회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서로 다른 것을 억지로 동일시하면서 법과 제도의 근간을 바꾸려는 작금의 급격한 주장들에 대해 우려가 많다. 무턱대고 법과 제도부터 탈바꿈했을 때 마주하게 될 혼란과 폐해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클 것이다.”
-차금법, 동성혼 합법화 3법 등 국회에 계류 중인 동성애 옹호 법안들이 많다. 이러한 법안들이 갖는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국내 정치권에서 추진하는 차금법은 해외 입법례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급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차별 개념이 모호하고 차별 사유가 논란의 소지를 담고 있다. 또 차별구제 및 제재 조항은 위험한 측면까지 있다. 이 같은 법은 통과된다 해도 위헌 논란에 휩싸일 것이다. 차별을 시정해 나갈 분야들이 있는 건 분명하지만, 개인 선택이 가능한 가치판단적 영역까지 포괄적인 기본법으로 묶어 강력 규제하겠다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양심과 종교, 사상과 표현의 자유와도 충돌하고 젠더 이데올로기의 오류를 시정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
동성화 합법화 3법은 법률혼 중심의 민법상 가족제도를 등록혼으로 형해화하려는 생활동반자법, 동성간 혼인을 명시적으로 인정하려는 민법 개정(혼인평등법), 그리고 임신과 출산을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출산 지원을 보장하는 비혼출산지원법이다.
우리나라는 고유의 역사를 토대로 형성된 국민적 정서가 있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해외 입법례를 수용하면 국민 정서 및 가치관과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해당 법이 야기할 사회 변화와 폐해 등을 면밀하게 살핀 뒤 사회적 합의를 얻어내려는 자세가 요구된다.”
-교육계의 차금법으로 불리는 학생인권조례도 논란이 크다. 이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등을 학생들에게 주입하고, 자아정체성을 확고히 한다는 미명하에 부모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으로 구성된 조기 성교육을 아이들에게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분별하고 절제할 능력이 갖춰진 성인과는 달리 자라나는 아이들은 보고 들은 것을 무비판적으로 모방하고 흡수하는 시기에 있다. 책에서 이렇게 가르친다는 건 아이들에겐 얼마든지 해봐도 좋은 거라는 사인이 될 수 있다.
학생인권조례 밑바탕에는 성혁명 사상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는 제3의 성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을 토론도 허용하지 않은 채 곧바로 ‘옳음’의 영역으로 들여놓고 그간 우리 사회에서 ‘성적 문란’이라고 판단해 왔던 것들을 그저 ‘자유’나 ‘진보’라는 단어로 희석시켜 그 경계를 없애자는 사상이다.”
-법률가의 입장에서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을 위해 어떠한 법안들이 만들어졌으면 하는지.
“우리 사회에서 영·유아는 너무 오랜 기간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최근 준비되지 않은 임신과 출산에서 기인하는 영아 대상 범죄, ‘사라진 아기 2236명’ 사건이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정치권이 내놓은 해법은 영아살해 및 유기에 관한 형사제재를 강화하고, 병원에서 출생한 모든 아기에 대한 출생통보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향의 법제가 오히려 공공연한 낙태를 조장하고, 영아 살해 및 은닉과 은밀한 영유아 거래까지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사회적 편견, 경제적 궁핍 속에서 출산과 양육을 두려워하는 임산부들에겐 오히려 익명출산을 법으로 보장해 출생신고 및 입양신청에 구체적인 도움을 주는 ‘익명출산제 도입’이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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