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예수의 비유] <26> 한밤중에 찾아와 간청하는 벗

한밤중에 벗에게 빵 세 덩이를 꾸어달라는 친구.

어느 사람에게 벗이 있는데
그 벗이 한밤중에 찾아와 빵을 구한다
그 벗에게 여행 중인 다른 벗이 찾아왔는데
대접할 게 없다면서 빵 세 덩이를 꾸어 달라 한다

그 사람이 안에서 벗에게 대답한다
이보게, 제발 나를 귀찮게 하지 말게
내가 이미 우리 집 문을 다 닫았고
식구와 함께 잠자리에 들었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그래도 그 벗이 끈질기게 구하면
비록 빵을 꾸어주지 않을지라도
귀찮게 졸라대는 것 때문에 꾸어주지 않겠느냐

하나님을 향한 너희 기도도 이와 같다
구하여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고
찾아라, 그리하면 너희가 찾을 것이며
두드려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열어주실 것이다

<해설> 이 비유는 기도를 가르쳐 달라는 제자의 요청을 받고 예수님이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주신 후 곧이어 기도 응답의 교훈을 일러주려고 소개됐다.(눅 11:5~10) 요컨대 기도 응답의 비결은 '귀찮게 졸라대는 것'에 있다는 교훈이다. 팔레스타인의 시골 농가는 온 가족이 한 방의 한 이부자리 밑에서 다 같이 잠을 잔다. 한 사람이 깨어 움직이면 다른 사람들도 잠에서 깬다. 더군다나 문단속까지 전부 끝내고 잠자리에 든 한밤중이기에 다시 일어나 문빗장을 풀고 움직인다는 것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빵을 빌리러 찾아온 벗의 요구에 응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벗이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계속 간청한다면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 기도 응답에는 힘써 구하고, 열심히 찾고, 세차게 두드리는 끈질긴 요청이 요구된다.

김영진 시인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