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의 마켓 나우] HBM은 메모리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반도체 첨단 기술 집약체 HBM
챗GPT의 도입에 이은 AI 서비스의 증가는 HBM 시장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메모리 기업 간에도 HBM 준비 정도에서 다소 차이가 있어 기술개발이 뒤진 기업들은 추격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HBM은 다수의 메모리칩을 적층하고, CPU/GPU와 고속통신이 가능한 주변 회로를 갖춰야 하므로 최첨단 파운드리기술, 메모리기술, 칩렛집적 패키징 기술이 모두 필요하다. 인공지능 반도체와 같은 고성능 반도체 시스템은 HBM을 주로 활용하기 때문에 이를 설계할 수 있는 팹리스의 역량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특히 HBM의 메모리 구동회로에 사용되는 제조기술은 통상적인 메모리 구동 소자의 성능을 훨씬 뛰어넘는 최첨단 파운드리급의 소자 제조 기술을 요구한다. 메모리 기술과 첨단 파운드리 기술을 모두 갖춘 우리나라로서는 유리한 대목이다.
HBM은 메모리·파운드리·팹리스(시스템 IC)를 구분하는 게 무의미한 시대가 다가왔음을 말한다. 어느 한쪽이 부족하면 전반적 경쟁력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국내역량을 강화하든, 국제적인 연합체계를 구축하든 메모리와 시스템 IC를 복합적으로 설계·제조할 수 있는 역량과 함께 경쟁국 대비 초격차기술 확보를 위한 R&D 생태계를 갖춰야 치열한 반도체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일본이 미국·유럽과 연합하고, 대만·일본이 미국의 반도체 기술개발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경쟁국들은 설계·제조·패키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아직 반도체 분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 연구조직이나 국가 간 협력을 관장하는 컨트롤타워도 없다. 반도체 정책도 초격차기술 개발보다는 인력 양성이나 특화 단지 등 후방지원 형태의 전략이 주로 부각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한국의 강점 분야를 육성하고, 취약 분야를 보완하는 세심한 정책적 노력이 시급하다.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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