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반대 투쟁” 북, 지하망에 지령
국가정보원은 4일 북한이 국내 반정부 세력 등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반대 활동’ 지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해 북한 반응이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게 아니냐”는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를 받고 이같이 답변했다고 정보위 여야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했다.
여야 간사는 브리핑에서 “북한은 현재 국내 공조 세력과 지하망에 (오염수 방류) 반대 활동을 하도록 하는 지령을 지속적으로 내리고 있는 것으로 (국정원은) 파악하고 있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특히 유 의원은 ‘공조세력’에 대해 “대한민국, 남한의 반정부 세력”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방첩 당국은 북한 대남 공작 조직인 ‘문화교류국’이 국내 간첩과 지하조직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맞춰 반일(反日)·반(反)윤석열 정부 시위 강도를 고조하라는 긴급 지령을 내린 것으로 파악하고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령문을 통해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반정부 투쟁 소재로 삼도록 주문하고, 윤석열 정부를 “굴종 외교에 찌든 역적 패당, 친미·친일 적폐 세력”으로 규정했다. 또 “일본 오염수 방류 반대 투쟁을 적극적으로 벌이면서 이들을 단죄하는 집단행동에 나서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시위 장소로 서울 광화문광장과 일본 대사관 주변 등까지 지정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전쟁 한다면 재래식·전술핵무기 결합된 단기전”
국정원은 북한·중국·러시아의 해상연합훈련 실시 가능성에 대해서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면담할 당시 북·중·러 연합훈련에 대한 공식 제의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가 2일(현지시간)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러 연합 군사훈련에 북한을 포함하는 구상에 대해 “적절해 보인다”고 말하면서 최근 북·중·러 해상연합훈련 실시 가능성이 대두됐다.
북한의 군사도발 가능성과 관련해 국정원은 “북한이 만일 전쟁을 한다면 재래식과 전술핵 무기가 결합된 단기전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 명백해 보인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남한의 충남 계룡대 부근을 타깃으로 짚으며 작전 지시를 한 것 등과 관련해 “외부적으로 볼 때는 (한·미 연합연습인) ‘UFS 훈련’에 대한 대응 성격을 보이는 듯하나 김 위원장 행보와 북한 전력으로 볼 때 북한은 만일 전쟁을 한다면 장기전은 불가능하고 속전속결의 단기전으로 전쟁을 치르려는 의지가 강하게 보인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또 “북한의 해군력이 열세인 상황에서 현재 400∼800m 사이 혹은 1500m 상공에서 지속적 폭발 실험이 있는데 전술핵 위력을 실험하는 것으로서 향후 대남 도발 시 그 방향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국정원은 “두 발을 발사했는데 북한은 전부 성공했다고 하지만 국방부 발표와 같이 한 발은 성공, 한 발은 실패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주애 후계자설’에 대해선 국정원은 “북한은 백두혈통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남성 위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김주애를 후계자로 판단하는 건 성급하다”고 답변했다.
국정원은 ‘중국 비밀경찰서’의 국내 거점이라는 의혹을 받은 중식당 ‘동방명주’와 관련해서는 아직 관련자 신병 처리가 없었다고 답변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대상 북한 해킹은 현재 점검 중이며, 9월 중 선관위와 협의해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한편 국정원은 “시행령 개정으로 대공수사권 이전 문제가 과거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내년부터는 경찰이 대공수사를 하게 되고 국정원은 보조적 역할을 한다. 국정원이 다시 수사권을 잡는 건 근거 없는 얘기로, 법에 따라 철저히 이행하겠다”고 답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집행 지침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집행 지침이 있지만 이 자리에서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면서 “정보위에서 검토하고 보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 열람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보위원들은 북한의 지령문을 받고 간첩 활동을 벌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 민주노총 간부들 재판에서 국정원 수사관이 지령문 암호 해독 과정을 시연한 것과 관련해 “국가 안보에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규현 국정원장은 “공개 시연은 부적절한 것으로 보인다”며 “재판 과정에서 안보 관련 부분은 비공개로 진행되도록 법률이 개정되기를 희망한다”고 답변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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