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마약치료 병원은 문 닫고, 마약상 역할 한 의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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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환자 65% 담당한 인천참사랑병원 폐원 예고
‘마약과의 전쟁’ 한다면서 치료·재활 예산은 동결
지난해 적발된 마약사범은 1만8395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올 초 윤석열 정부가 선포한 마약과의 전쟁을 비웃기라도 하듯 상반기 마약 적발량(329㎏)은 전년 동기(239㎏)보다 39% 늘었다. 사상 최대다. 건당 적발량(1015g)도 처음 1㎏을 넘어서며 수법이 더욱 과감해졌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병원의 마약류 오남용 문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장에선 “일부 의사들이 마약상처럼 영업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일보 보도(9월 4일자)에 따르면 지난해 한 의원의 프로포폴 처방량은 2369개로 2021년(735개)의 3배로 급증했다.
환자들에게 “프로포폴은 불법이니 안 걸리려면 우리 병원만 오라”거나, 재판 중인 피의자에게 “베드(Bed)를 비워둘 테니 나중에 연락하라”는 식의 불법 영업도 서슴지 않는다. 이와 같이 최근 3년간(2020~2022년)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으로 적발된 병원만 259곳에 달한다. 의료인 마약사범도 4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최대의 치료보호기관인 인천참사랑병원이 폐원을 예고했다. 총 21곳의 치료보호기관 중 지난해 환자(421명)의 97%를 인천참사랑병원(276명)과 경남 국립부곡병원(134명)이 담당했다. 지금도 치료보호기관에 들어가려면 몇 달씩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국가의 중추적인 치료·재활 인프라가 사라질 위기다.
폐원 사유는 심각한 경영난 때문이다. 치료보호기관은 원칙적으로 최대 1년까지 무상 치료를 해야 한다. 그러나 올해 전체 치료보호기관 지원 예산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절반씩 부담한 8억2000만원에 불과했다. 이는 환자 165명의 한 달 입원치료 비용밖에 안 된다. 그러나 인천참사랑병원은 2022년 기준 치료가 끝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해 전체 환자가 412명에 달했다.
심지어 어떤 지자체는 관련 예산이 0원이다. 사실상 마약중독 환자의 치료·재활에 손을 놓고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제때 치료비를 지급하지 않아 재정난을 겪는 경우도 있다. 서울 강남을지병원은 2018년 전체 마약환자의 절반가량을 치료했지만, 연말 누적 미수금이 3억원에 달했다. 이 병원은 2020년에야 미수금을 받았고, 치료보호기관에서 자진해서 빠졌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에 24억원으로 늘리려 했던 치료보호기관 지원 예산을 동결했다. 마약범죄 재범률(36%)은 폭력(11.7%) 등 다른 범죄보다 높고 중독 성향이 강해 치료와 재활이 필수다. 마약조직을 소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마약을 끊겠다는 의지를 가진 환자들이 치료받을 곳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져선 안 된다.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정부의 슬로건답게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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