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반도체산단 예타 면제, 무역금융은 181조 실탄 지원
정부가 수출 ‘상저하고’ 기조를 지키기 위해 장·단기 정책 수단을 동원한 총력 지원에 나선다. 올 연말까지 181조원이 넘는 무역·수출금융을 공급하고, 수출 기업에 대한 바우처와 물류·통관 지원도 강화한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를 추진하고 반도체 ‘유턴 기업’ 등에 대한 보조금 지원도 늘린다.
4일 정부는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수출 활성화를 위한 추가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거의 전 부처를 망라한 종합 대책으로 ‘수출 플러스’를 빠르게 달성해 경제 회복을 뒷받침하겠다는 취지다.
8월 수출 8.4% 줄어…11개월째 감소세
수출 한국호(號)는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지난달까지 석 달째 무역흑자를 기록했지만, 8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4% 줄면서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든 불황형 흑자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중국·반도체 수출 회복이 늦어지면서 정부가 내세운 4분기 수출 증가세 전환 여부는 안갯속이다.
하지만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우리 경제는 대체로 바닥을 다지면서 회복을 시작하는 초입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수출 회복 모멘텀 강화와 외국인 국내 관광 활성화 등을 통한 내수 진작을 총력 지원하겠다. 4분기 중 수출 플러스 전환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무역금융과 마케팅·통관 등 수출 인프라 지원을 빠르게 보강하기로 했다. 수출 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하고 유동성 확보를 돕기 위해 연말까지 민관 합동으로 최대 181조4000억원의 무역·수출금융을 공급한다. 기존 무역금융 잔액 158조6000억원에 민관 합동 수출금융 22조8000억원을 추가 투입하게 된다. 하반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기업 수요가 많은 수출 바우처와 해외 전시회 지원도 늘어난다. 수출 바우처는 올해 1441억원(3473개사)에서 내년 1679억원(3984개사)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해외 전시회 지원 기업 수(올해 5478개사→내년 5646개사)와 기업당 지원액(올해 1260만원→내년 1510만원)도 키운다.
수출 중소기업의 경영 여건이 열악한 걸 고려해 이들의 물류·통관상 어려움을 풀어준다. 부산항 신항 내 수출 컨테이너 무상 사전 반입 기간을 접안일 3~4일 전에서 5일 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새로운 수출 동력을 얻는 차원에서 수출 지역·품목 다변화도 정조준한다. 성장 잠재력이 크지만 고위험·저신용 국가의 수주를 지원할 수출입은행 특별계정 2500억원을 추가로 조성한다. 중동·아세안 등에는 수주지원단을 파견한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10월), 콜롬비아(11월)에 녹색산업 수주팀을 보내는 식이다. 아울러 중국과의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해 연내 한·중 경제장관회의를 추진한다.
구조적인 수출 확대를 위해 산업 경쟁력 강화 지원엔 속도를 붙이기로 했다. 특히 경기 용인에 조성될 반도체 국가산단에는 예타 면제를 추진한다. 7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중 첫 번째 사례로, 사업성을 따지는 단계를 단축해 산단 구축 작업이 빨라질 전망이다. 내년부터 반도체·2차전지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유턴 기업에 대한 투자 지원도 확대한다. 현재 29% 수준인 보조금 지원 비율을 최대 5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콘텐트 시장 공략 차원에서 ‘K-콘텐츠 전략펀드’를 5년간(2024~2028년) 1조원 규모로 신규 조성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 대책이 수출 흐름을 완전히 바꿀지는 지켜봐야겠지만, 기존 정책보다 구체화가 많이 된 것 같다”면서 “대중 수출이 흔들리는 건 국내 산업 경쟁력 자체가 떨어진 것도 영향을 미친 만큼 이를 강화하는 쪽으로 초점 맞춘 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중국 리스크…추 “긴장의 끈 안 놓을 것”
다만 일각에선 무역·수출금융과 첨단산업 지원 대책이 크게 새로울 게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 중소기업을 무조건 지원해 주기보다는 경쟁력 있는 기업을 중점적으로 키우는 게 길게 보면 수출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플레이션 우려에 부동산 위기까지 겹친 중국 경제도 향후 수출 반등을 가를 최대 변수로 꼽힌다. 주원 실장은 “중국 경제가 4분기까진 확 좋아지진 못할 거 같다. 이 때문에 국내 수출의 하반기 반등도 그리 강한 회복세가 나타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도 이날 ‘중국 리스크’를 두고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밝혔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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