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전세살이, 월 이자 1년새 72% 늘었다
서울 영등포구 20평대 아파트에 전세로 사는 임모(34)씨는 전세대출이 3억5000만원이다. 2년 전 결혼하면서 전셋집을 구했는데 연 3%였던 금리는 5%대로 올랐다. 임씨는 “월 이자 100만원까지는 맞벌이 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겠다 싶었던 건데, 이자가 월 130만원이 넘어가니 살림이 빡빡해졌다”며 “결국 용돈부터 줄였다”고 말했다.
전세로 아파트에 사는 무주택자의 이자비용이 1년 새 연평균 100만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집값과 전셋값은 하락세인데, 이자지출은 고금리 탓에 늘었다.
4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2분기(4~6월) 아파트에 전세로 사는 무주택자의 이자지출은 월평균 24만8000원이다. 1년으로 따지면 298만원을 이자로 낸다는 의미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까지 모두 포함해 평균을 낸 것으로, 실제 전세를 사는 국민이 체감하는 이자비용은 이보다 클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지난해 2분기 이들의 월평균 이자지출은 14만4000원으로, 1년으로 따지면 172만원이었다. 1년 새 126만원 증가했다. 월평균 이자지출 증가율이 72.2%에 달한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9년 1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저소득층이든 고소득층이든 이자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파트에 전세로 사는 무주택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는 2분기에 이자로 월평균 10만7000원을 썼다. 해당 가구의 월평균 가계지출액은 139만4000원이다. 이자지출이 7.7%를 차지한다. 지난해 같은 분기엔 이 비중이 6.8%였다. 소득이 많은 만큼 대출도 많은 무주택 전세 5분위(상위 20%) 가구는 지난해 2분기 가계지출에서 이자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3%였는데 올해 6%로 2배 올랐다.
이 기간 전셋값은 떨어졌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지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84.7로, 지난해 같은 달(100.6)보다 15.9포인트 떨어졌다. 금리가 오르고 집값이 내려가면서 전셋값도 같이 조정을 받아서다. 이 기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도 100.6에서 90.6으로 10포인트 하락했다.
늘어난 이자 부담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가계지출에서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 그만큼 쓸 수 있는 돈은 줄어들어서다. 한국은행은 최근 ‘민간소비 회복 모멘텀에 대한 평가’에서 “향후 민간소비는 양호한 고용 여건 등으로 회복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가계부채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고금리가 지속하면서 상환 부담이 늘고 있어 회복은 완만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금리 부담이 민간소비 회복세를 방해하는 요인이라는 의미다.
실제 지난 2분기 전체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83만1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11만2000원(2.8%) 줄었다. 지난 7월 내수 지표로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3.2% 줄었다. 3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이었다. 치솟은 물가 외에도 이자 부담으로 얇아진 지갑이 가구 씀씀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이 있는 사람도 고금리 여파를 피해갈 순 없었다. 2분기 아파트 거주자의 이자비용을 보면 유주택자는 월평균 17만9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14만1000원)보다 27% 올랐다. 무주택 전세 거주자의 이자비용 증가율(72.2%)보단 낮지만, 1년 새 내려간 집값으로 소비가 위축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처분가능소득이 줄면서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들어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으로 무주택자는 전세 이자 부담이 늘었고, 집이 있는 사람은 이자에 재산세 부담까지 같이 떠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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