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새 국방 우메로우, 러에 저항 앞장선 타타르족 출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올렉시 레즈니코우(57) 국방부 장관을 전격 교체했다. 개전 1년 6개월여 만의 일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전쟁 중 국방 수장을 교체한 이번 결정을 두고 “지난해 2월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의 가장 큰 개편”이라고 평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화상 연설에서 “국방장관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레즈니코우는 550일 이상 전면전을 겪었다”며 “국방부에 새로운 접근법, 군대 및 사회 전체와 다른 형태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신임 국방장관으로 야당 정치인인 루스템 우메로우(41) 국유자산기금 대표를 지명했다.
2021년 11월 장관직에 오른 레즈니코우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서방 국가들을 수차례 방문하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 앞장섰다.
NYT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를 인용해 레즈니코우의 교체 배경엔 전쟁이 지속됨에 따라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인식, 국방부를 둘러싼 최근 스캔들에 대한 비판 여론과 레즈니코우 본인의 사임 요청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에선 외국이 지원한 구호물자 배분, 징병과 조달 부문 등에서 각종 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국방장관 책임론이 불거졌다.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시 상황에서의 부정부패를 국가 반역죄로 다스리는 법을 추진하는 등 부패와의 전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뒤 줄곧 공공과 정치 부문의 부패가 심각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신뢰를 얻고 유럽연합(EU) 가입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국 내 부패 척결에도 집중하고 있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새로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우메로우는 개전 이후 흑해 곡물 수출협상, 전쟁포로 교환과 민간인 대피 협상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9월부터는 국유자산 민영화를 감독하는 기관인 국유자산기금을 맡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우메로우는 타타르족 출신의 무슬림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메로우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등 이슬람권 지도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왔다고 전했다. 튀르키예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흑해 곡물 수출이나 포로 교환 협상을 중재해 온 나라들이다.
타타르족은 크림반도의 원주민이지만, 1783년 러시아 여제 예카테리나 2세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이후 여러 차례 러시아의 탄압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엔 대러시아 저항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이에 WSJ은 우메로우 국방장관 임명은 크림반도를 되찾겠다는 우크라이나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WSJ는 또 우메로우가 정식 임명될 경우 그가 타타르족 출신 관리 가운데 가장 고위직이 된다고 덧붙였다. 아랍권 매체 알아라비아는 “우메로우는 우크라이나에서 무슬림이 장관직에 오르는 첫 사례”라고 전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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