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벽 두께 137㎝ 7.4 지진도 견뎌… 근로자 3000명 모두 한국인

박세환 2023. 9. 4.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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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현장을 가다] 울산 새울 3·4호기 건설 한창
지난달 30일 울산 울주군 서생면 일대에 건설 중인 새울 3·4호기 공사 현장의 모습. 새울 3호기와 4호기는 각각 내년과 내후년 준공을 목표로 건설 공정이 진행 중이다. 한국형 원자로(APR 1400) 노형을 택한 두 원전이 준공될 경우 연간 예상 발전량은 약 208억㎾h(킬로와트시)에 달할 전망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지난달 30일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에 위치한 새울 3·4호기 원전 건설현장은 바쁘게 움직였다. 현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오르자 일반 축구장의 360배(약 260만㎡)에 달하는 건설 부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원자로 내부 구조물 조립 공사를 위해 이동하는 노동자들과 수십대의 트럭, 지게차 등이 3호기와 4호기를 오가고 있었다. 10여명이 원전 외부에서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장면도 보였다.

문재인정부 당시 건설이 잠시 중단됐던 새울 3·4호기는 현재 공정률 89.1%를 기록하며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새울 3호기는 오는 11월 고온기능시험, 내년 3월 연료장전을 거쳐 내년 10월 준공 및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4호기는 3호기 준공 1년 후인 2025년 10월 준공될 예정이다.


새울 3·4호기 현장… 안전 대폭 보강

새울 3·4호기의 모습은 오른쪽에 나란히 서 있는 새울 1·2호기와 차이가 났다. 특히 3·4호기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크기가 훨씬 더 컸다. 사용후핵연료의 안정적 운영과 관리를 위해 저장조 저장 용량을 기존 20년에서 60년으로 늘려 설계했기 때문이다. 또 핵연료 저장 건물은 내진 1등급으로 대형 민간 항공기 충돌에도 끄떡없도록 만들어졌다.

원전 자체의 안전 문제도 대폭 보강됐다. 새울 3·4호기의 콘크리트 외벽 두께는 137㎝에 달한다. 기존 원전(122㎝)보다 15㎝가량 더 두껍다. 원전 내부에는 57㎜의 철근을 심었다. 철근을 잡고 손을 뻗기가 어려울 정도로 무겁고 단단했다. 철근 사이사이에는 현수교 건설에 쓰이는 대형케이블 텐던을 가로 195개, 세로 100개로 엮어 안정성을 높였다는 게 한수원 측의 설명이다. 필수 기기 내진성능도 0.3g에서 0.5g으로 상향했다. 기존 원전은 진도 7.0의 지진을 견딜 수 있었는데 이를 진도 7.4까지 올린 것이다.

특히 새울 원전은 한국형 원전인 ‘APR1400’ 노형으로 이뤄졌다. APR1400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 노형이다. APR1400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설계인증을 취득하는 등 해외에서도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새울 3·4호기 건설현장에는 3000여명의 노동자가 땀을 흘리고 있는데, 우리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두 한국인으로 채용했다. 이미 새울 원전본부에는 국내외 학생과 정치인, 교수, 정보기관 관계자 수백명이 방문하며 APR1400 노형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새울 3·4호기는 해양환경 보존에도 신경을 썼다. 심층수중취배수방식을 적용한 것이 좋은 예다. 이 방식은 수심 약 15m 이상에서 저온의 해수를 발전소 냉각수로 취수하고 이를 다시 수심 약 10m 이상에서 배수하는 공법이다. 자연경관 보존이 용이하고, 해안선 침식과 퇴적을 예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새울 3·4호기가 건설되면 매년 약 208억㎾h(킬로와트시)의 전기가 추가로 생산될 전망이다. 국내 총 발전량의 3.6%에 이르는 양이다. 향후 새울 3·4호기는 부산·울산·경남 지역 연간 전력 사용량의 20%가량을 책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수원 관계자는 “APR1400 원전을 안전하게 건설하고 운영해 해외 신규원전 수주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원전 산업 활성화 기대감 높아져

윤석열정부는 지난 7월 신규 원전 건설을 공식화했다. 반도체와 2차전지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전력 수요가 늘어나 추가 원전 건설이 불가피한 점을 십분 감안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4~2038년 전력 설비계획을 제시하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원전 건설안 반영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인 신규 원전 규모는 11차 전기본에 담길 예정이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문재인정부 당시 백지화된 신규 원전 6기가 전기본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만약 전기본에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실제로 포함된다면 신한울 3·4호기 건설 계획이 반영된 2015년 7차 전기본 후 9년 만에 원전 건설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국내 원전 건설뿐 아니라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2027년까지 해외 원전 설비 5조원 수주 등의 목표도 내세웠다. 윤석열정부 들어 아직 원자로 수출 실적은 없다. 다만 설비 중심으로 일감 확보에 시동을 걸고 있다. 원전 설비 사업은 원전 1기 건설 시 약 3조~4조원의 수요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한수원은 국내 원전 건설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는 한편 해외 사업 진출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한수원은 지난달 28일 ‘원전 수출일감 통합 설명회’를 열고 8000억원 규모의 해외사업 기자재 발주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이집트 엘다바 사업과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삼중수소제거설비 사업에 기자재 발주를 오는 10월부터 시작한다. 또 일부 기업을 대상으로 해외사업 유자격 심사를 면제하고, 계약금의 최대 80% 융자 지원 등을 통해 국내기업의 해외사업 참여 부담을 대폭 낮추기로 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국내 원전 산업은 지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원전산업이 UAE와 이집트, 루마니아를 넘어 더 많은 결실을 안겨드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울산=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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