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도 열에 부피 5분의 1로… 플라즈마 설비, 방폐물 걱정도 줄여

박세환 2023. 9. 4.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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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1.5메가와트(㎿)급 플라즈마 토치 용융설비 옆에 설치된 계단을 오르자 1m 길이의 토치가 눈에 띄었다.

방폐물을 200ℓ 드럼에 담아 설비에 투입하면 이 토치를 통해 1600도 이상의 열이 가해진다.

플라즈마 설비는 지난 7월부터 1년간 운영 안전성을 검증한 뒤 가동 원전과 해체 원전 등에 도입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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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입~폐기물 봉합까지 자동으로
한수원, 원전 해체 등에 활용 계획
대전 유성구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에 설치돼 있는 1.5㎿(메가와트)급 플라즈마 토치 용융설비. 중·저준위 방폐물을 200ℓ 드럼에 넣어 설비에 투입하면, 상대적으로 부피가 작고 무해한 폐기물로 만들 수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지난 1일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1.5메가와트(㎿)급 플라즈마 토치 용융설비 옆에 설치된 계단을 오르자 1m 길이의 토치가 눈에 띄었다. 이 토치를 통해 중·저준위 방폐물의 부피를 줄이고, 유해성을 제거하는 안정화 작업이 이뤄지게 된다. 2주에 한번 가동되는 설비는 정비를 마치고 다음 작업을 기다리고 있었다.

방폐물을 200ℓ 드럼에 담아 설비에 투입하면 이 토치를 통해 1600도 이상의 열이 가해진다. 번개와 같은 전기아크 현상을 활용해 단시간에 화력이 더해진다. 40분이 지나면 방폐물은 녹아서 액체로 변하고 시간이 흐르면 딱딱한 고체가 된다. 그 과정에서 유해 성분이 담긴 기체는 흡기구를 통해 따로 정화된다. 작업을 마친 폐기물은 직접 손으로 만져도 될 정도로 무해하다는 게 한수원 측의 설명이다.

용융 과정을 거치면 가연성 폐기물과 비가연성 폐기물은 부피가 각각 60분의 1, 5분의 1 가량으로 줄어들게 된다. 정정수 한수원 차장은 ”냉각수가 외벽에 흐르고 있어서 내부에서 1000도가 넘는 열이 가해져도 설비 밖은 50도 내외로 유지된다”고 말했다.

플라즈마 설비는 ‘MMI’라는 제어시스템을 통해 쉽게 조작이 가능했다. 클릭 한 번에 드럼 투입과 토치 가동, 폐기물 봉합까지 전 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졌다. 운전원의 조작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의 시스템이 구축돼 있었다. 설비 옆에 설치된 제어실에 들어서자 모니터에 수십개의 CCTV 화면이 떴다.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한수원은 1996년 1세대 150kW급 플라즈마 토치 용융기술을 개발했고, 2세대 500kW급 기술도 마련했다. 또 최근 3세대 MW급 대용량 설비 개발 및 고도화에 성공했다. 기존에 200ℓ 대형 드럼은 파쇄 등의 전처리 작업이 필요했지만, 이번 기술개발을 통해 전처리 과정을 밟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안정성이 더해졌다.

한수원이 플라즈마 설비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은 사용후 핵연료 처리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고준위 방폐장 설치를 위한 특별법은 국회에 계류돼 있고,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에도 폐기물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플라즈마 설비는 지난 7월부터 1년간 운영 안전성을 검증한 뒤 가동 원전과 해체 원전 등에 도입될 전망이다. 이미 고리·월성 1호기 내부에는 해당 설비를 설치할 공간이 마련돼 있다. 다만 스위스나 일본, 불가리아 등 원전 선진국과 달리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한수원은 원전 해체 과정이 본격화되면 플라즈마 설비를 적극 가동해 사용후 핵연료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신호철 한수원 중앙연구원장은 “이번에 개발한 플라즈마 처리기술을 통해 앞으로 원전 해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의 부피를 줄이고, 폐기물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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