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시끄러워도 삼성證 ‘무풍지대’…장석훈의 ‘균형 성장론’ 통했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CFD (차액결제거래) 등 증권사 가운데 이런저런 일로 속을 썩지 않는 곳이 없다. 단 삼성증권만 빼고….”
최근 증권가는 삼성증권을 향한 부러운 시선을 감추지 않는다. 실적이 급등한 데다 금융권에서 문제가 심각한 부동산 PF 부실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게다가 라임이나 옵티머스 사태나 각종 분쟁에서도 한 걸음 떨어져 있다. 삼성증권 안팎에서는 2018년 이른바 ‘배당 오류 사태’ 이후 구원 투수로 등장한 장석훈 대표의 ‘균형 성장론’이 효과를 봤다고 평가한다.
증권사 중 유일하게 5000억원 넘겨
장 대표가 이끄는 삼성증권號가 빛나는 이유는 단연 실적이다.
삼성증권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5094억원, 당기순이익 3764억원으로 모두 업계 1위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키움증권(4955억원), 한국투자증권(4580억원), NH투자증권(4522억원), 미래에셋증권(4446억원) 등을 압도한다. 상반기만으로도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5781억원)에 거의 근접했다. 삼성증권이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상반기 영업이익 5000억원을 넘기며 연간 영업이익 1조원 가능성을 키웠다.
삼성증권이 호실적을 낸 비결은 자산관리를 키우고 리스크를 낮춘 데 있다. 경쟁사가 부동산 PF 등 IB(투자은행) 부문에서 고전할 때, 삼성증권은 탄탄한 고액 자산가(HNWI·High-net-worth individual)를 토대로 영업력을 키웠다. 지난 2021년 초고액 자산가 개인 고객과 법인 고객 예탁자산이 업계 최초로 각각 100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1억원 이상을 맡긴 고객 숫자 역시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말 19만1000명에서 올해 상반기 말 기준 23만5000명으로 반년 만에 4만4000명이 불어났다.
삼성증권은 초우수 고객 전담 점포급 프리미엄 서비스인 ‘에스라운지(S.Lounge)’가 효과를 봤다고 분석한다. 특히 디지털 부유층을 집중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삼성증권 분석 결과, 디지털 부유층 고객은 과거 ‘엄지족’으로 대변되던 온라인 거래 고객과 성향이 달랐다. 단순히 저렴한 수수료를 찾기보다 신속한 투자 정보 제공을 원했던 것. 또한 고객이 원할 때 빠르게 PB와 상담할 수 있는 디지털 프리미엄 자산관리에 대한 요구가 컸다. ‘에스라운지’는 이런 연구와 고민의 산물이다. 디지털 고객이 타깃인 ‘에스라운지’는 삼성증권(S)이 투자 정보 제공과 상담을 사적인 공간(Lounge)에서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오프라인 서비스도 강화했다. 서울 강남파이낸스센터에 신흥 자산가 전담 센터 ‘The SNI 센터’를 개설했다. 벤처·스타트업 등 빠르게 성장한 기업 임직원을 중심으로 신흥 부유층이 크게 늘자, 이들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영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다.
장 대표는 성장세를 보이는 연금 부문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냈다. 2021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관리 수수료를 없앤 ‘제로(0) 수수료’ IRP(개인형퇴직연금) 신호탄을 쐈다. 업계 최초로 연금 가입 서류 작성과 발송이 필요 없는 ‘3분 DC(확정기여형)’를 선보이기도 했다.
올 들어서는 수익률이 돋보인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올해 1분기 디폴트옵션 상품 3개월 수익률 순위를 보면 초저위험, 저위험 부문에서 삼성증권 상품들이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상반기 디폴트옵션 상품 6개월 수익률에서도 삼성증권 상품이 저위험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올해 2분기 기준 원리금 비보장 DC형 상품의 최근 1년 수익률 부문에서도 삼성증권 상품이 8.54%로 1위를 기록했다. 수익률이 8%대에 이른 건 삼성증권 상품이 유일하다.
부동산 PF 리스크 관리 안정적
장 대표는 무엇보다 리스크 관리에서 좋은 점수를 얻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증권사 부실자산 규모는 3조원을 돌파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48개 증권사 부실채권 규모가 3조400억원(고정이하자산)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300억원 증가했다. 부실자산으로 분류되는 고정이하자산이 매년 증가 추세다. 부동산 PF 연체율 등 잠재 부실 때문이다. 증권사가 보유한 자산은 채무자의 상환 능력을 고려해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가지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자산이 고정이하자산이다. 고정은 이익이 나지 않지만 원금 회수가 거의 가능한 자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증권가는 실질적으로 손실 가능성 높은 부실자산을 의미하는 회수의문과 추정손실에 주목한다.
한국투자증권(2조6086억원), 삼성증권(2조4565억원), 메리츠증권(2조2639억원) 등이 2조원대 규모로 부동산 PF 신용공여 규모 상위권을 차지했다. 하지만 부실자산 규모는 신한투자증권(2923억원), 하나증권(1551억원) 순으로 높게 나타나 규모와 부실의 상관관계는 낮았다. 특히 보수적으로 부동산 PF를 운영하는 삼성증권은 회수의문자산이 200억원에 그친다. 자기자본 대비 회수의문자산 비율이 0.3%에 불과해 대형 증권사 중 가장 낮다.
장 대표는 고객 보호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테마주 투자 고객들의 ‘뇌동매매’를 방지하고자 투자 상위 종목 리스트 현황을 잠정 중단했다. 이차전지와 초전도체 테마주의 신용 거래도 일찌감치 중단했다.
리스크 관리, 조직문화로 안착
담당 임원 ‘비토’하면 상품 못 팔아
장 대표가 ‘리스크 관리 전도사’가 된 데는 2018년 삼성증권 주식 배당 사고가 무관치 않다. 그는 ‘최악의 금융 사고’라는 오명 속에 직무대행 형태로 대표에 올랐다.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고, 구성원 모두 예민하게 대응했다.
삼성증권은 독특한 리스크 관리 문화가 있다. 대부분 증권사는 투자심의위에서 다수결로 표결한다. 리스크 관리 담당 임원이 반대하더라도 상품 개발 담당이나 영업 담당, 대표이사가 찬성하면 상품을 팔 수 있다. 삼성증권 리스크 관리 담당 임원 권한은 훨씬 막강하다. 모두가 찬성해도 리스크 임원이 반대하면 일을 추진할 수 없는 거부권(비토)이 있다. 삼성증권이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 사태, CFD(장외파생상품거래) 부실 관리, 채권 자전 거래와 통정매매, 타사 파킹 이슈 등을 모두 비켜갈 수 있었던 비결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외 부동산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어 증권사의 레버리지 영업이 위축됐다”면서도 “거래 대금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어 삼성증권처럼 리테일이 강한 증권사가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3분기 거래 대금이 2분기 대비 30% 증가했기 때문에 실적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증권 측은 “CFD,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 등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리테일 고액 자산가 비즈니스와 IB 부문에서 우수한 성과를 냈다”며 “하반기에도 자산관리 명가로서 회사와 고객이 모두 윈윈하는 건전한 수익 창출 모델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5호 (2023.09.06~2023.09.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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