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성 검사장 승진은 완전한 공수처 무시

이병한 2023. 9. 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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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김웅 불기소-손 감찰 무혐의 처분 이후 세번째... 노골적인 '내 사람 챙기기'

[이병한, 선대식 기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자료사진)
ⓒ 연합뉴스
 
4일 발표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의 하이라이트는 손준성 서울고등검찰청 송무부장의 검사장 승진이다. 손 송무부장은 7일자로 대구고등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 발령됐다.

이번 인사에서 사법연수원 30기까지 검사장으로 승진했으니, 29기인 손 검사의 승진이 이례적으로 빠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다르다. 현재 '고발 사주 의혹'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 신분이기 때문이다. 손 검사의 승진에 대한 법조계의 전반적인 평가는 '완전한 공수처 무시'로 모아진다.

연수원 동기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서울 송파갑 후보)이 조성은 선대위 부위원장에게 보낸 텔레그램에서 '손준성 보냄'이라는 표시에 결정적으로 꼬리가 밟힌 손 검사는 지난해 5월 4일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에 의해 기소돼 1년 넘게 재판을 받고 있다. 이런 그를 검사장으로 승진한 것은 공수처의 처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개적인 선언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공수처 무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 최소한 명시적으로 두번 있었다. 첫번째는 지난해 9월 29일 검찰의 김웅 의원 불기소 처분이다. 공수처는 손 검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하면서, 김웅 의원은 사건 당시 민간인 신분이라 검찰로 사건을 넘겼다. 하지만 4개월 넘게 끌어온 검찰은 김 의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다. 핵심 사유는 '증거 부족'. 졸지에 공수처는 증거가 부족한데도 무리하게 기소한 셈이 됐다.

두번째는 감찰 무혐의 종결이다. 올해 4월 대검은 손 검사에 대한 감찰 끝에 "비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워 종결" 처리했다고 밝혔다. 1심 재판 진행 중에 나온 처분이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징계 시효 때문이지만, 보통 이런 경우 소추기관이 재판에 넘겼으므로 일단 징계를 청구하고 심의를 정지, 이후 재판 결과를 지켜보고 처리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대검의 처분은 이후 1심 재판에서 무죄가 났는데도 징계를 청구한 이성윤, 정진웅 검사 사례와 대비돼 자의적-선택적 징계권 행사라는 비판을 불러왔다.

더 거슬러 올라가 지난해 6월 28일 발표된 손 검사의 인사도 공수처로서는 뒷맛이 씁쓸한 것이었다. 당시 정권 교체 후 첫번째 검찰 인사에서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었던 손 검사는 서울고검 송무부장으로 전보 발령이 났는데, 승진은 아니었지만 검사들이 선호하는 좋은 자리로 옮긴 것이었다. 그후 약 1년 후 손 검사는 결국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말 아끼는 공수처 "인사 평가는 부적절"... 재판부, 내년 1월 선고 목표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공판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법조계 관계자는 "이미 이번 인사에서 손준성이 검사장으로 승진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면서 "밖에서 보기에 그의 검사장 승진은 완전한 공수처 무시로 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손준성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으로서는 확실히 챙겨야 할 이유가 있는 인물"이라며 "그래서 주변 눈치를 보지 않고 승진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검사를 대학 시절부터 지켜본 야당 법사위 관계자는 "그는 주요한 사건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면서 "성격적으로도 순한 편이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게 챙길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이 2020년 4월 총선에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으로 요약할 수 있는 고발 사주 사건으로 현재 기소된 사람은 손 검사가 유일하다. 검찰총장 징계의 주요 근거가 됐던 소위 '판사 사찰 문건'(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을 작성한 곳도 당시 손 검사가 이끌던 수사정보정책관실이었다. 손 검사는 2020년 3월 31일~4월 2일 수많은 대화와 자료가 오간 한동훈 검사장-권순정 대검 대변인-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단톡방의 멤버였다.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투고 있는 피고인이 검사장으로 승진한 데 대해 공수처 관계자는 "공소유지를 하고 있는 마당에 무슨 말을 해도 모양이 안 좋을 것 같다"며 언급을 피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인사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인사가 난 4일에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옥곤)에서는 손 검사에 대한 19차 공판이 열렸다. 지난달 28일 공판에서 "내년 1월 안에 선고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유죄 입증에 자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친윤석열 검사, 검찰 요직 장악 이어져

한편 이번 검찰 고위 간부 인사는 지난 인사에 이어 '윤석열 라인'의 요직 장악이 특징적이다.

대검 간부진으로 반부패부장에 양석조 서울남부지검장(사법연수원 29기)이 전보됐고, 기획조정부장에 성상헌 서울중앙지검 1차장(30기), 공공수사부장에 박기동 서울중앙지검 3차장(30기), 공판송무부장에 정유미 천안지청 지청장(30기)이 승진 발령됐다.

양 검사장은 지난 2020년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 당시 무혐의 의견을 낸 상관인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게 "당신이 검사냐"라고 항의한 소위 '상갓집 항명'의 주인공이다. 성 검사장은 문재인 정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를 지휘했다. 박 검사장은 현 정부 출범 당시 인수위 전문위원을 지냈다. 여성 검사로서 승진한 정 검사장은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국면서에 소위 '호위부대' 역할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서울남부지검장으로 발탁된 김유철 대검 공공수사부장(29기)과 수원지검장으로 발탁된 신봉수 대검 반부패부장(29기)은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서울서부지검장으로 가게된 이진동 대전지검 검사장도 범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된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29기)은 유임됐다.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은 현재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각종 수사를 진행중이다.

법무부 법무실장은 구상엽 서울남부지검1차장(30기)이 승진 발령됐고, 권순정 기획조정실장(29기)과 신자용 검찰국장(28기)은 유임됐다.

수원고검 차장으로 변필건 서울서부지검 차장(30기)이, 대전고검 차장으로 이영림 청주지검 차장(30기)이 승진 발령된 것도 눈에 띈다. 검-언 유착 의혹 사건(채널A 사건) 수사 당시 한동훈 당시 검사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 의견을 냈던 변 검사장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서부지검의 수사에서 김광호 서울경창청장에 대한 기소 여부를 8개월간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로 검사장으로 승진해 옮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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