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수급난에 신음하는 한‧일…‘윈-윈’ 방안 모색

김성아 2023. 9. 4.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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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차 한-일 합동 의약품 심포지엄
안정적 원료의약품 공급망 구축 논의
日, 제네릭 제조사 감소 등 업계 재편
국내 API 제조사, 일본 시장 변화 주목해야
박노준 화일약품 상무가 4일 코엑스에서 열린 '제5차 한-일 합동 의약품 심포지엄'에서 지속가능한 원료의약품 공급망 확보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성아 기자

지난 3년간 팬데믹을 겪으며 전 세계는 해열진통제 품귀 등 ‘의약품 부족 현상’으로 신음했다. 이와 더불어 제네릭(복제의약품) 시장 축소, 품질 이슈 등 다양한 요인이 결부되면서 의약품 부족은 엔데믹 전환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추세다. 한국과 일본 역시 몇 년간 지속되고 있는 의약품 부족 현상으로 대책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4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제5차 한-일 합동 의약품 심포지엄’에서 한국과 일본의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들은 의약품 부족 현상의 근본 원인인 ‘원료의약품 수급’에 대한 대책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심포지엄에 연사로 참여한 박노준 화일약품 상무는 “일본 후생노동청에서 집계한 지난 4년간 한국, 일본, 중국, 인도의 원료의약품 등록제도(DMF) 등록 현황을 보면 중국과 인도는 현상 유지, 심지어 중국은 팬데믹 이후 등록 의약품이 더 늘었으나 한국과 일본은 팬데믹을 지나며 등록 의약품은 물론 제조사까지 줄어든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일본의 원료의약품 시장 축소는 제네릭 시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한국의 경우 이달부터 7400여개에 달하는 제네릭의 약가가 일괄 인하됐다. 제네릭의 약가가 낮아지면서 완제의약품 제조사는 원료의약품에 대한 비용 절감을 원료의약품 제조사에 요구하게 된다.

한 원료의약품 제조사 관계자는 “벌써부터 일부 완제의약품 제조사에서 공급가 조정을 요청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에서 공급가가 조정되면 해외 시장에 대해서도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기에 시장 전반적으로 침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본은 상황이 조금 다른 듯 같다. 일본은 지난 2021년부터 2년간 최소 15개 이상의 제네릭 회소가 제조 또는 품질관리 관련 법 위반으로 업무정지 또는 업무개선 명령을 받았다. 이에 일본 시장 내 제네릭 전체 품목 중 32.5%가 공급 문제를 겪고 있다. 게다가 오리지널과 제조시설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조공정이 같은 ‘위임형제네릭(AG)’의 시장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신규 제네릭의 진입장벽이 높아졌다.

제네릭 의약품 사용비율이 약 80%에 달하는 일본에서 제네릭 제조사들이 감소하면서 전체 원료의약품 제조 시장의 규모 역시 줄어든 것이다.

박노준 상무는 “일본 제네릭 시장 축소는 한국 원료의약품 시장에도 큰 타격”이라며 “국내 원료의약품 제조사들의 주요 거래처가 일본 제네릭 제조사인데 이들의 감소는 국내 제조사들의 거래처 감소로 이어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치로 후지카와 일본약업무역협회 위원장이 안정적 의약품 공급을 위한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성아 기자

업계는 이러한 문제를 한국과 일본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충족시키는 형태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치로 후지카와 일본약업무역협회 위원장은 “한국과 일본 모두 중국, 인도에 대한 원료의약품 수급 의존도가 높다”며 “팬데믹과 같은 상황에서는 자국민 우선주의가 짙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구조는 공급망 안전에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서는 ‘공급망 탄력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신선한 의약품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공급망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후지카와 위원장은 이러한 조건에서 한국은 일본의 주요 공급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이론과 거래 경험이 많아 일본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중국, 인도보다 상대적으로 품질과 컴플라이언스에 대한 기준이 일본과 비슷하다”며 “지리적으로 가까워 빠르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박노준 상무 역시 “일본 내 원료의약품 자급도가 낮아지는 것은 한국 제조사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업계 변화”라며 “중국, 인도 경쟁사가 많이 포진해있지 않은 의약품 등 틈새시장을 확보하는 것이 해답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최근 일본에서는 원료의약품 품질, 공급망 안전 문제 개선을 위해 복수 제조국 확보에 대한 기조가 굳어져 있다”며 “국내산 원료의약품은 중국, 인도에 비해 품질과 공급 면에서 신뢰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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