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9월 4일 이전으로 못 돌아가... 대한민국 교사의 이름으로"

김시연 2023. 9. 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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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국회앞 고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집회... "공교육 멈춤 아닌 공교육 정상화의 날"

[김시연, 권우성 기자]

 ‘공교육 멈춤의 날 -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집회’가 4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에서 교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정치권은 엉뚱하게 학생인권조례 탓을 하더니 이제는 생활기록부에 주홍글씨를 새기겠다고 합니다. 저는 감히 교육자의 양심으로 학생 인권은 더 신장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생활기록부 기재를 빌미로 권력자라도 된 양 학생들의 영혼 없는 복종을 받겠다고 했나요? 우리는 서로 존중하고 즐겁고 안전하게 배울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원합니다."

'검은 점', 한 초등학교 교사의 외침에 '검은 물결'이 크게 일었다. 일부 정치권의 갈라치기와 교육부의 징계 압박에도 교사와 학생, 학부모는 흔들리지 않았다.

고 서이초 교사 49재이자 '공교육 멈춤의 날'인 4일 오후 4시 30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광장은 다시 3만여 명의 교사와 시민으로 가득 찼다. 지난 주말 같은 자리를 가득 채웠던 수십만 명의 교사들은 이날 전국 시도 교육청 앞에서 저마다 추모 집회를 열었다.

국회앞에 모인 교사들... 학부모도 "함께 울어드리려 한다"  
 
 4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공교육 멈춤의 날 -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집회'에서 한 교사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공교육 멈춤의 날 -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집회’가 4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에서 교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사회자와 참가한 교사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 권우성
 
고 서이초 교사에게 바치는 1000송이 카네이션 헌화로 시작된 여의도 집회는 고인의 지도교수였던 정연현 서울교육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의 등장으로 시작됐다. 정 교수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자신을 지도했던 교사들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존경을 표한 뒤 마지막으로 숨진 제자 교사를 소환했다.

"지금 저는 또 한 분의 선생님을 마음 속에 영원히 간직하려고 합니다. 2023년 서이초 O 선생님 가르침대로 무너져 내린 우리 공교육, 정상화 꼭 이루겠습니다."

이날 집회에서도 고 서이초 교사와 비슷한 처지에 내몰린 유치원 교사와 초등교사, 중등교사의 호소가 이어졌다. 또 학생과 학부모를 비롯해 종교계, 의학 전문가들의 응원 발언도 눈길을 끌었다.

초등학교 4학년 자녀와 함께 무대에 오른 한 학부모는 "누구보다 교사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인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교육부가 오히려 선생님들의 순수한 마음을 담은 추모집회마저 정치적으로 규정하고 징계, 파면 운운하는 이상한 시대가 현재의 우리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라고 짚었다. 이어 "선생님들의 잘못이 아니다, 거꾸로 돌아가는 이 세상이 선생님들을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함께 울어드리고 싶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그는 "선생님들이 외치는 서이초 선생님 사건의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아동복지법 개정이 반드시 이뤄지기 바란다"면서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꼭 되었으면 좋겠다. 공교육이 바로 서는 길의 시작은, 선생님이 교사로서 자존감과 보람과 긍지를 느끼고 교단에 설 수 있어야 가능하다"라고 응원했다.
 
 ‘공교육 멈춤의 날 -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집회’가 4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에서 교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이날 집회에 참석하거나 연가, 병가를 사용하는 교원에게 파면, 해임 등 징계를 경고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향한 비판도 쏟아졌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원불교 시민사회네트워크, 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등 4대 종교단체 대표들은 이날 공동 성명에서 "동료의 죽음을 추모하며 더 나은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행동하는 교사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교육부는 대체 학생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싶은 것인가"라면서 "선생님들을 거리로 내몬 것은, 아니 죽음으로 내몬 것은 부당한 교육현실을 외면해온 교육부이며 정부"라고 비판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김현수 원장은 "대한민국 많은 교사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악성 민원, 과다 업무, 학교폭력 관련 업무 등은 반드시 개혁돼야 한다"면서 "더는 교사의 능력을 뛰어넘는 온갖 업무를 혼자 감당해선 안 된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학교에 시스템을 만들어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늘은 공교육 정상화 시작의 날... 이제는 국회의 시간"
 
 ‘공교육 멈춤의 날 -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집회’가 4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에서 교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추모집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이 참가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이날 또다른 화두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교권보호 관련 법안 통과였다. 여·야·정·시도교육감 4자 협의체를 거쳐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교권 보호 강화를 위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개정안 등을 일부 통과시켰고 이날 전체회의를 열 예정이었지만, 추가 논의가 필요한 법안이 있어 잠정 연기됐다.

이날 집회에는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 이태규 국민의힘 교육위원회 간사를 비롯한 여야 국회 교육위원들도 다수 참석했다.

사회자는 참석자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한 뒤 "이제 국회의 시간이다. 9월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10월이 되면 내년 총선을 위한 여야 정쟁의 시간이 될 것이다. 그 이후에 법안 통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그러니 지금 당장 행동하라. 교사와 학생 모두의 교육권이 보장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꼭 국회가 행동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한마음으로 함께 하는 모두'의 이름으로 낸 성명서에는 ▲ 선생님들의 억울한 죽음 진상 규명 ▲ 교권보호 합의안 국회 의결 ▲ 징계, 파면, 해임 협박하는 교육부 각성 촉구가 담겼다. 아울러 9월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이 아닌, '공교육 정상화 시작의 날'로 선포하며 끝을 맺었다.

"하나의 점으로 시작된 우리는 검은 물결이 되어 세상을 덮을 것이다. 다시는 어떤 교사도 홀로 죽음을 택하지 않도록, 우리가 지킬 것이고, 우리가 바꿀 것이다. 우리 교육은 9월 4일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아니,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9월 4일을 끝이 아닌 시작의 날이다. 대한민국 교사의 이름으로 우리는 오늘을 공교육의 정상화 시작의 날로 선포한다."
 
 ‘공교육 멈춤의 날 -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집회’가 4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에서 교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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