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멈춤의 날, 교사들도 멈췄다 "더 이상 눈물 흘리지 않기 위해"
[조정훈 backmin15@hanmail.net]
▲ 4일 오후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공교육 멈춤의 날 행사에 참석한 교사들이 '교육권을 보장하라'는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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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죽는다는 것은 교육이 죽는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눈물 흘리지 않기 위해,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일념으로 오늘 하루 공교육을 멈추고 여기에 함께 모였습니다."
대구시교육청 앞에 모인 1000여 명의 교사들과 교권회복을 바라는 학부모들이 교육청을 향해 침묵의 시위를 벌였다. 말없이 교육청을 응시한 이들은 "선생님들이 죽어갈 때 교육청은, 교육부는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는 눈빛으로 94초 동안 분노를 표시했다.
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애도하고 교육권 회복을 요구하는 추모집회가 대구경북에서도 열렸다. 대구지역 3개 교원단체가 대구교육청 앞에서 진행한 집회에 1000여 명, 대구교총이 2.28민주공원 앞에서 주최한 집회에 200여 명, 전교조 경북지부 등이 경북교육청 앞에서 주최한 집회에 500여 명이 참여했다.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리본을 달고 대구교육청 앞에 모인 교사들은 49재를 맞은 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애도한 뒤 '교육권을 보장하라', '아동학대법 개정하라'고 쓰인 손피켓을 들고 교권회복을 외쳤다.
대구시교육청을 향해 침묵시위를 한 교사들은 "교사에게 재갈을 물리고 교사를 교육 주체가 아닌 교육 서비스 종사자로 만드는 교육부와 교육청에 대한 항의"라며 "또한 교육부 방침에 맞춰 각 학교의 연가, 병가 상황을 조사하고 우리 교사들을 보호하지 않는 교육청에 대한 분노의 침묵"이라고 강조했다.
▲ 4일 오후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고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와 공교육 멈춤의 날 행사에 검은 옷을 입은 교사 1000여 명이 모여 교권 회복을 외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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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겪었던 경험담도 이어졌다. 27년째 초보교사의 딱지를 떼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고 밝힌 초등학교 1학년 담임 A씨는 "우리는 아이들이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에 보람을 느끼며 살아왔다"면서 "그러나 지금 우리는 벼랑 끝에 서 더 이상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고 뒤로 물러날 자리도 없다. 안전한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은 작은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유치원에서 6년째 아이를 가르치고 있다고 밝힌 교사 B씨는 "대구교육청에서 지난 한 해 동안 교권침해 사례는 고등학교 27건, 중학교 55건, 초등학교 9건, 특수학교 1건이지만 유치원은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내 주변에도 '교사 옷 벗기고 말거야' 하고 협박하는 학부모 때문에 갈등이 발생했다는 교사들은 많은데 한 건도 교권침해로 집계되지 않았다"며 "교육청의 실태조사는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린 건수로 집계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B씨는 "교육 대상자의 나이가 어려질수록 교권 침해를 하는 대상은 학생보다 보호자인 경우가 많다"면서 "학부모의 심기를 거슬리게 하면 악성 민원을 넣고 그러면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우리가 진정 교사가 맞긴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 4일 오후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공교육 멈춤의 날 행사에 참석한 한 교사가 다른 교사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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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의 추모에 함께 참석한 학부모와 예비교사들도 교권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면서 교육부의 대책 마련에는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네 명의 엄마라고 밝힌 한 학부모는 "교실의 칠판 앞이 아니라 뜨거운 아스팔트를 가득 메운 수많은 검은 물결을 보면서 먹고 살기 바빠 무심했던 지난 시간을 반성한다"며 "연일 선생님들의 사망 소식에 묵직한 바윗돌이 가슴에 박힌 것처럼 마음도 몸도 무겁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는, 사회 분노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 슬픔을 함께하지 못하는 그런 사회에서 교육 현장을 지키고 계시는 선생님들을 안아드리고 싶다"며 "가슴으로 막아내지 못하고 무관심으로 덮었던 것들이 미안하다"고 말했다.
▲ 4일 오후 공교육 멈춤의 날을 맞아 대구시교육청 앞에 마련된 서이초 교사의 49재를 추모하는 분향소 앞에서 검은 옷을 입은 교사들이 흰 국화꽃을 놓은 뒤 추모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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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등 4대 종교 46개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서이초 선생님의 죽음은 망가져가는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이며 동료 교사들의 눈물과 분노는 죽어가는 대한민국 교육에 대한 안타까움이자 분노"라고 말했다.
이어 "동료의 억울한 죽음을 외면하지 않고 참된 추모가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고 있는 선생님들의 결단과 용기에 감사드린다"며 "선생님들을 거리로 내몬 것은 부당한 교육 현장의 현실을 외면해 온 교육부이며 정부"라고 규탄했다.
이들 단체들은 "선생님들의 호소를 짓밟지 말고 교육 현장 한복판에서 헌신적으로 사명을 감당하고 있는 교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며 "이 억울한 죽음이 학교의 공공성 회복과 안전한 교육 환경을 이루어가는 소중한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새로운학교대구네트워크, 전교조 대구지부, 좋은교사운동 등으로 구성된 '공교육 정상화와 9.4 고 서이초 교사 추모를 위한 집회 참가자 일동은 공동결의문을 통해 ▲공교육 멈춤의 날에 동참한 교사들에 대한 징계협박을 중지하고 사과할 것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아동학대처벌법 등 관련 법령 개정을 신속히 처리할 것 ▲학교 민원관리시스템 구축 등 교권 침해교사 보호 ▲문제행동 학생 제지와 분리를 위한 예산, 인력, 공간 확보 ▲문제학생 위한 지원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 4일 오후 경북교육청 앞에서 열린 공교육 멈춤의 날 행사에 경북의 교사 500여 명이 모여 교권 회복을 외쳤다. |
ⓒ 전교조 경북지부 |
경북에서도 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추모하고 교육권 회복을 요구하는 집회가 경북교육청 등에서 잇따랐다.
경북교육청 소슬대문 앞에서 모인 공교육 멈춤의날 행사에서 교사들은 "교육부가 지난 1일 4개 법안이 합의에 이르렀으며 법안 소위에 상정하겠다고 밝혔다"며 "하지만 안전한 교육 환경에서 정당하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도록 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미비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부와 경북교육청은 정당한 권리인 연가와 병가에 대해 불법으로 규정했다"며 "학교장의 권한으로 정할 수 있는 재량휴업일에 대해 복무징계를 운운하며 학교를 겁박했다"고 비판했다.
경북 칠곡군의 북삼고등학교에서는 교사와 학생들이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학교 차원의 추모행사가 진행됐다. 추모공간에는 검은 리본을 단 추모의 벽과 교권과 학생 인권의 공존을 위한 포스트잇을 붙이는 염원의 벽으로 구분했다.
고병진 북삼고 교장은 추모행사에서 "교육공동체의 일원인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서로를 존중하고 함께 성장하며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평화로운 학교 문화가 정착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를 기획한 양승모 교사는 "교육부를 비롯한 교육 당국은 교사들을 분열시키는 만행을 멈추고 현장의 목소리를 엄중하게 수용하여 실효성 있는 정책 대응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노동계와 지역 정당도 '공교육 멈춤의 날' 응원 "현장의 목소리 경청해야"
공교육 멈춤의 날에 모인 교사들을 응원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라는 노동계와 지역 정당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고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행동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통해 "교육부는 현장 교사를 존중하고 노동자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며 "일방적인 탁상공론 식 대책을 낼 것이 아니라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교권침해의 책임을 학생인권조례에 돌리는 것은 책임회피이며 갈라치기가 아닐 수 없다"면서 "정부의 겁박과 탄압으로부터 교육노동자들을 엄호하고 부당징계가 자행되지 않도록 앞장서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대구시당은 "49재에 모여 추모하자는 마음들에게 정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기 바란다"면서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자는 전국의 선생님들을 징계·압박하는데 쓰라고 국민이 권력을 준 게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고 악성 탄압을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진보당 대구시당도 "학교 현장에서 희생된 수많은 교사들에 애도를 표하며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나선 행동을 적극 지지한다"며 "교육당국은 교사를 교육 주체로 인정하고 교사들의 분노와 절규를 법률로 제도화해 교육활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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