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 세르비아 최고 명문 '레드 스타' 이적 가시화…현지 언론 "구단 사상 최고액 선수"
(엑스포츠뉴스 이현석 기자) 한국 대표팀 미드필더 황인범이 올림피아코스를 떠나 동유럽 세르비아 명문 구단으로의 이적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등장했다.
세르비아 매체 '스포르탈'은 4일(한국시간) "즈베즈다에 엄청난 지원군 도착이 완료됐다"라고 보도했다.
대전 하나시티즌, 밴쿠버 화이트캡스, 루빈 카잔, FC서울 등을 거치고, 지난해 여름 올림피아코스에 입단하며 유럽 무대에 복귀한 황인범은 그리스 수페르리가에서 플레이오프 포함 32경기에 출전, 3골 4도움을 기록하며 활약했다. 생애 첫 유럽대항전인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본선에도 3경기에 출전해 관심을 받기도 했다.
지난 시즌 모든 대회에서 40경기에 나와 5골 4도움을 기록하면서 팀의 핵심 미드필더로 자리 잡은 황인범은 올림피아코스 팬들이 모여 소식을 주고받는 '게이트7 인터내셔널'에서 2022/23 시즌 올림피아코스 MVP와 최고의 영입생으로 뽑혔다.
그의 활약과 함께 많은 팀이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을 앞두고 김민재 효과를 겪었던 나폴리와 독일 분데스리가 묀헨글라트바흐 이적설이 등장하기도 했으며, 알힐랄이 황인범 영입을 위해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황인범은 "선수 본인은 올림피아코스에서 야망을 갖고 있는 것과 별개로 발전을 모색하고 있고 유럽 리그를 선호한다"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중동 이적설에 선을 그었다.
다만 황인범은 최근 한 시즌 만에 구단과 갈등을 겪으며 이적을 추진 중이었다.
디에고 마르티네스 감독 체제에서 중용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페인 국적의 디에고 마르티네스 감독이 올림피아코스 지휘봉을 잡은 뒤, 황인범은 7월 14일 노르셀란(덴마크)과의 프리시즌 경기에 선발 출전한 이후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황인범 대신 이보라, 주앙 카르발류(포르투갈), 코스탄티노스 포르투니스(그리스), 마디 카마라(가나), 안드레아스 부찰라키스(그리스)가 중용을 받았다.
결국 이적을 고려했고, 구단은 계약 내용을 준수하지 않는 황인범에게 분노한 것으로 보였다. 그리스 매체 '스포츠 FM'은 황인범과 올림피아코스 사이에서 갈등이 벌어진 이유엔 지난해 여름 황인범과 구단 사이에서 맺어진 계약 내용을 두고, 서로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매체는 황인범이 1년+2년 계약을 주장했다고 전했으며, 이외에도 바이아웃 300만 유로(약 44억원)를 적용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다만 보도에 따르면 올림피아코스는 3년 계약을 주장하고 있으며, 1000만 유로(약 143억원) 수준의 이적료를 받지 않는 한 황인범을 팔지 않을 계획이라고 알려졌다.
그리스 매체 스포르트 도그는 "황인범이 주요 사안이다. 그는 좀 특별한 상황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올림피아코스에서 황인범은 실제로 1000만 유로(약 143억원)를 지불하는 제안이 없는 한 팔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리나키스는 그를 매일 아침 훈련시키기 위해 훈련장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라며 이적료를 지불하기 위해 나서는 팀이 없다면 구단에 남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스포르트 도그가 언급한 훈련이 경기 출전을 제외하고 오직 훈련에만 참가시킬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올림피아코스는 황인범에 대해 자신들이 만족할 만한 제안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그를 구단에서 내보낼 계획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가운데 세르비아 명문 구단인 츠르베나 즈베즈다가 황인범 영입에 임박하며, 올림피아코스를 떠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까지 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스포르탈은 "황인범은 즈베즈다 역사상 최초의 한국인 선수가 될 것이다. 그는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하고 있으며, 올림피아코스에 몸담고 있다. 소식에 따르면 황인범은 즈베즈다 역사상 가장 많은 이적료가 들어간 신입생이 될 것이다. 이적료는 500만 유로(약 71억원)에 달하며 총 3회 분할로 연간 지급될 것이다. 자정까지 4년 계약이 체결될 예정이다"라며 황인범이 즈베즈다 이적이 임박했다고 밝혔다.
이어 "즈베즈다 이적시장의 마지막 날이다. 선수 등록일은 자정에 만료되며 즈베즈다는 9월 15일까지 대회를 위해 새로운 신입생을 등록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즈베즈다는 세르비아를 대표하는 강팀 중 하나이며, 세르비아 수페르리가 역대 최다 우승팀이기도 하다. 구단 이름인 '츠르베나 즈베즈다'는 '붉은 별'이란 뜻으로, 레드 스타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1990/91시즌엔 UEFA 챔피언스리그(당시 명칭 유러피언컵)에서 레인저스(스코틀랜드), 디나모 드레스덴(동독), 바이에른 뮌헨(서독), 올랭피크 마르세유(프랑스) 등을 격파하며 우승을 차지, 당시 남미축구연맹(UEFA) 코파 리베르타 도레스 우승팀과 도요타컵에서 격돌하기도 했다. 라치오와 인터 밀란에서 활약했던 시니샤 미하일로비치, AC 밀란에서 뛰었던 데얀 사비체비치, '발칸 마라도나' 드라간 스토이코비치 등이 활약했던 팀이기도 하다. 다만 한국 선수가 즈베즈다에서 뛴 이력은 없다.
즈베즈다가 아닌 세르비아 팀에서 뛰었던 한국 선수는 있다. 과거 김치우가 2004/05 시즌 파르티잔에 임대되어 활약한 경험이 있으며, 박인혁이 보이보디나 임대로 뛰었던 경력도 있다.
즈베즈다는 황인범의 영입을 위해 500만 유로의 이적료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적시장 전문매체 '트랜스퍼마크트' 기준 즈베즈다의 역대 최고 이적료가 지난 2022/23 시즌을 앞두고 헨트에서 오스만 부카리를 300만 유로(약 42억원)에 영입했던 것인 점을 고려한다면 2배가량을 투자하는 황인범에 대한 기대치가 얼마나 큰지도 짐작할 수 있다.
황인범은 즈베즈다로 향한다면 올 시즌 UEFA 유로파리그에 나가는 올림피아코스와 달리 챔피언스리그에서 뛸 수 있을 전망이다. 즈베즈다는 지난 2022/23 시즌 세르비아 수페르리가 우승을 차지하며 챔피언스리그에 직행했다.
즈베즈다는 이번 챔피언스리그 조 추첨에서 G조에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RB라이프치히(독일), 영보이스(스위스)와 함께 배정됐다. 맨시티와 라이프치히 때문에 16강 진출은 어렵지만, 영보이스를 제치고 3위까지는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황인범의 소속팀 올림피아코스가 유로파리그 조추첨에서 다소 어려운 조에 포함된 것을 고려하면 더욱 나은 경험과 기회일 수 있다. 올림피아코스는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우승팀 웨스트햄, 분데스리가 프라이부르크, 세르비아 팀 토폴라와 함께 A조에 속했다.
프라이부르크는 지난 시즌까지 한국 선수 정우영이 활약했던 팀으로 과거에는 차두리, 권창훈도 활약하며 한국 선수와 인연이 깊은 팀이다. 분데스리가 팀이기에 같은 조에서 꽤 경쟁력 있는 전력을 갖췄다.
웨스트햄은 더욱 강력한 프리미어리그 전통의 강호다. 2010년대 프리미어리그 중위권에서 꾸준한 다크호스로 자리매김했으며, 지난 시즌에는 데클런 라이스, 루카스 파케타, 제러드 보웬 등을 중심으로 유로파 콘퍼런스리그에서 선전해 결승해서 피오렌티나를 2-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해당 우승은 웨스트햄이 무려 58년 만에 차지한 유럽 대항전 우승이었다.
그렇기에 올림피아코스에서 유로파리그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것보다는 즈베즈다에서 챔피언스리그 경험을 쌓고, 유로파리그 16강 플레이오프에 도전하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스포르탈은 올림피아코스의 꾸준한 고집에도 불구하고 이번 이적이 성사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도 밝혔다.
매체는 "황인범은 올림피아코스와 분쟁 중이었다. 그의 변호사는 그의 꼐약이 올 여름 만료될 것이라 믿었다. 올림피아코스는 2년 더 유효한 계약을 갖고 있다고 했으며, 이적료로 1500만 유로를 요구했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즈베즈다는 황인범과 연락해 올림피아코스와 타협했다. 그들은 국제축구연맹(FIFA) 법원에 가지 않을 것이고, 3년 안에 500만 유로의 이적료를 지불할 것이다. 즈베즈다는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좋은 선수를 데려올 수 없었을 것이다. 황인범은 아시아 최고의 선수다"라며 구단과 선수의 분쟁으로 인해 오히려 즈베즈다가 황인범을 쉽게 영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황인범은 계약 관련한 사항들이 명확해지기 전까지는 그를 원하는 팀들도 쉽게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올림피아코스는 황인범의 계약 상황에 대해 법무팀까지 동원하며 법정 공방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올림피아코스의 무리한 이적료 제안을 맞춰주거나, 이적 협상에 나서는 팀은 거의 없었다. 일부 팀들은 황인범이 주장한대로 1년 계약 기간 이후 팀을 떠날 수 있다면 자유계약으로 그를 데려올 수도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당초 아탈란타와 몬차(이상 이탈리아), 프라이부르크, 묀헨글라트바흐,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이상 독일), 페네르바체, 갈라타사라이(이상 튀르키예) 등이 관심을 보였지만, 올림피아코스와의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며 각 팀들의 관심도 구단 사이의 협상으로 진전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중 아탈란타는 황인범과 개인 합의에는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었지만, 황인범이 자유 계약으로 풀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적료 지불을 꺼리며 이적이 성사되지 못했다.
즈베즈다가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를 지불할 의사까지 보이며 황인범 영입에 가까워진 가운데, 세르비아 무대와 챔피언스리그에서 활약하는 황인범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AFP, 로이터/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DB, 대한축구협회
이현석 기자 digh122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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