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도망간다!"... 눈물흘린 교육부 장관에 분노한 교사들

김화빈 2023. 9. 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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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눈물바다'된 서이초 추모제, 장관도 흐느꼈지만... 교사징계 묻자 대답 않고 떠나

[김화빈, 권우성 기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열린 사망 교사 49재 추모식을 마친 후 교문을 나서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차량을 향해 '교사징계철회'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 서이초 49재 추모제 직후 이주호 장관에 쏟아진 항의 . ⓒ 김화빈 권우성 유성호 소중한

"이주호 (교육부 장관) 도망간다!"
"장관님, 왜 사과 안 하시고 도망가십니까? 왜 추모하는데 저희가 징계를 받아야 합니까?"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 강당에서 진행된 사망 교사 49재 추모제 참석 후 떠나는 이주호 교육부장관 뒤로 교사들의 분노가 쏟아졌다. 이 장관이 탄 차가 교문을 빠져나가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들은 "부당한 교사징계 (추진을) 즉각 철회하라", "정당한 권리를 탄압하지 말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항의했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앞에서 진행된 추모집회 참석을 위해 연가·병가를 사용한 교사들을 징계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오늘은 추모의 날이고, 교육부가 오늘 상황을 분석하고 있을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장관의 이 발언을 듣던 한 교사는 "책임지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교육부는 연가·병가 사용, 재량휴업 등의 방법으로 추모집회에 참석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정대응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 강당에서 열린 사망 교사 49재 추모제에서 연단에 올라 추도사를 읽자 일부 교사들이 '보이콧'의 의미로 등 돌리고 앉아 "공교육 정상화"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 김화빈
 
교사들은 추모제 진행 중에도 이 장관에게 '무언의 항의 표시'를 하기도 했다. 추모제 중 이 장관이 연단에 올라 발언하자 내빈석 뒤편에 있던 교사 6명은 '보이콧'의 의미로 의자를 돌려 이 장관을 등지고 앉았다. 이들은 이 장관의 발언이 끝날 때까지 "공교육 정상화", "모두를 위한 학교", "교사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어 올렸다. 일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주호 "고인 영원히 기억, 선생님들 목소리 되돌아보겠다"  
 
 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열린 고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식에 참석한 이주호 교육부 총리가 추모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대강당에서 서울시 교육청 주최로 열린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제’에서 추모사를 하던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날 추모제엔 유족과 서이초 동료교사, 고인의 지인 등 추모객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장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과 윤재옥(국민의힘)·박광온(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도 현장에 자리했다. 

연단에 선 이 장관은 약 10초간 눈물을 닦다가 "7월 18일은 꽃다운 나이의 선생님께서 청춘을 바쳐 이룬 간절했던 꿈과 함께 우리 곁을 떠난 날이자 교육계는 물론 우리 사회 전체 경종을 울린 날"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날을 통해 그간 우리 선생님들께서 겪으신 상처가 얼마나 크고 깊은지, 우리 학교와 교실이 얼마나 큰 위기에 직면했는지 알게 됐다며 "지난 7월 22일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선생님들께서 모여 외치신 간절한 호소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그간 무너진 교권에 대해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외면해 온 것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선생님들이 홀로 어려움과 마주하지 않도록 함께 하겠다"며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지 않는 모두의 학교와 선생이 그리셨을 이상을 위해 선생님, 학부모, 학생, 교육주체가 온 정성을 쏟을 것이다. ○○○(고인) 선생님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장관은 자신이 발언할 때 등 돌려 앉은 교사들, 추모집회 엄정대응 방침에 거세게 항의하는 교사들과 마주해야 했다. 25년차 교사 박준형씨는 추모제 직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 장관이) 교사들의 아픔을 공감하시는 것처럼 말씀하셨는데 평소 얘기와 전혀 달랐다"며 "장관의 헛소리에 공감할 수 없다는 걸 (그가 발언할 때 등 돌려 앉는 것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서이초 교사 49재를 맞은 4일 오후 서초구 서이초에서 전교조 교사들이 추모식에 참석하는 이주호 교육부장관을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대강당에서 서울시 교육청 주최로 열린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제’에 동료 교사들이 헌화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추모제에 참석한 조희연 교육감은 "우리는 평소 산소의 중요성을 잊어버리지만, 고산지대에 가서야 뒤늦게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며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민원 대응체계를 개선하고 선생님들의 법률 분쟁을 전폭 지원하겠다. 행정 업무 또한 대폭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임태희 교육감은 "교육이 바로 서는 학교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 말로 추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날 추모제에 함께 자리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교조, 교사노동조합연맹 등 교원단체들도 "고인의 희생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힘을 모으겠다", "선생님은 마음껏 가르치고 아이들은 마음껏 배우는 교실을 꼭 만들겠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동료의 추도사, 유족의 답사... "교사들 사망, 개인 문제로 치부하지 말라"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대강당에서 서울시 교육청 주최로 열린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제’에 동료 교사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추모제엔 고인을 추억하는 지인들의 추도사와 유족들의 답사도 있었다. 

서이초 교직원을 대표해 추도사를 낭독한 이아무개씨는 "평생 함께하고픈 친구 한 명 만들기 어려운 이 세상에서 OO(고인)아, 너를 동기로 만나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했다"고 깊은 숨을 내쉬며 운을 뗐다.

이씨는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 같던 7월의 더위가 너까지 삼켜버린 것은 아닌지 그런 수많은 생각을 하며 너를 지키지 못했다는 후회 속에 우리는 멈춰있다"며 "내가 받았던 축하처럼 나도 네 결혼식에 참석해 축하할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네 죽음 앞에서 마지막 편지를 읽게 될 거라고는..."이라며 울먹였다. 이씨의 편지를 듣던 추모객들도 연신 울음을 터뜨렸다.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부여잡은 이씨는 "남은 우리가 너무 슬퍼하면 그곳에서 마저 편히 쉬지 못할까 이제 너를 보내는 노력하겠다"며 "너무 그리운 내 친구 OO(고인)아, 너와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기도할게"라고 말을 마쳤다.

고인의 후배라고 밝힌 서아무개씨도 "언니가 살아있었다면, 다른 사람 아픔에 공감하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힘을 모았을 것"이라며 "언니는 사려깊은 교사였고 성숙한 시민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언니는 기사 속 활자로 존재하는 게 아닌, 생기 넘치고 열정적이었던 좋은 사람으로 끝까지 기억될 것"이라며 "학교에서 재잘거리는 아이들 목소리, 초롱초롱한 눈동자, 삐뚤빼뚤 글씨이지만 진심을 담아 써 온 편지 하나에서 아이들 사랑 느끼는 교직생활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도사를 들은 고인의 외삼촌인 A씨는 "제 조카의 첫 부임지가 마지막 부임지가 됐다"며 "왜 하필 그 어린 아이에게 무거운 짐을 맡겼는지 얼마나 힘들었면 그렇게 됐을지 지켜주지 못해 죄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카의 비극적 죽음 이후 전국의 교사들이 함께 애도하고 눈물을 흘렸다. 떠나는 길이 외롭고 쓸쓸하지 않도록 서이초 담벼락을 근조화환으로 메워주셨다"며 "최근에도 여러 선생님이 생을 달리하셨는데 개인 문제로 치부할 게 아니라 철저히 진상을 밝히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대강당에서 서울시 교육청 주최로 열린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제’에 동료 교사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서이초 교사 49재를 맞은 4일 오후 서초구 서이초에서 교사와 시민들이 교실과 가까운 곳에 마련된 추모장소에 헌화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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