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이 콜라색? 췌장암 의심… 물혹 발견되면 적극 대처를”

민태원 2023. 9. 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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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Q&A 궁금하다! 이 질병]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윤재훈 교수
윤재훈 한양대병원 교수가 PC 화면에 췌장 모양을 띄워놓고 암 발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 교수는 “안타깝게도 췌장암은 조기 발견과 치료의 어려움 등 여러 이유로 인해 의학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예후가 좋지 않은 암종에 속한다”고 말했다.


췌장암은 5년 생존율이 15.2%(중앙암등록통계 2016~2020년 기준)로, 주요 10대 암 가운데 가장 낮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고 조기 진단 역시 어려워 진행된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췌장·담도계 전문의인 윤재훈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30년 전 5년 생존율이 11~12%에 불과했던 폐암이나 간암도 수술, 항암치료법들의 발전으로 현재는 35% 넘는 생존율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췌장암은 30년간 5년 생존율이 10.6%에서 15.2%로 큰 증가세를 보이지 않는 유일한 암”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여러 연구를 통해 췌장 물혹(낭종) 등 위험인자들이 밝혀지고 있어 예방할 수 있는 기회가 조금씩 열리고 있다”고 했다. 최근 미국 존스홉킨스대병원 방문 교수로 연수를 다녀온 윤 교수에게 췌장암의 최신 지견에 대해 들어봤다.

-조기 발견이 힘든 이유는.

“췌장암은 커져서 주변 장기에 영향을 주기 전까지 아무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췌장은 복강 내 장기 중 가장 안쪽(척추뼈 바로 앞)에 있다. 위나 장의 공기층으로 인해 건강검진 시 복부 초음파의 투과가 잘 안돼 췌장의 머리에서 몸통, 꼬리까지 전체를 보기 어렵다. 비만한 사람도 복부 초음파로 췌장 검사에 한계가 있다. 다만 췌장 자체에는 암을 의심할 만한 혹이 뚜렷이 관찰되지 않더라도 췌관이나 담관(췌장액·담즙 통로)이 막히면 황달이 초기 증상으로 나타나 조기 진단되기도 한다. 건강검진 시 복부CT를 찍을 경우 우연히 무증상의 췌장암을 일찍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의심 증상은.

“복부, 특히 명치의 통증이다. 약 90%에서 나타나지만 초기 증상이 애매해 그냥 넘어가는 환자가 많다. 황달은 췌장 머리부분 암의 약 80%에서 나타난다. 십이지장으로 이어지는 부분(총담관)이 췌장암으로 막혀서 담즙(쓸개즙)이 제대로 흐르지 못해 생긴다. 이땐 특히 소변이 콜라색으로 변하는데, 황달이라는 걸 모른 채 오줌색 이상을 먼저 호소하는 환자를 많이 본다. 또 운동 등 뚜렷한 이유가 없는데, 6개월 사이 체중이 10㎏ 안팎 빠지고 복부 통증까지 동반된다면 췌장암을 의심할 수 있다. 다른 상부 위장관 검사에서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는데, 막연한 소화불량이 지속될 때도 마찬가지다. 암이 생기면서 전에 없던 당뇨병이 생겼거나 기존 당뇨병이 악화되기도 하고 췌장염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윤 교수는 “위험요인 중에 당뇨병은 췌장암의 원인일 수도 있지만 암 때문에 당뇨병이 생기거나 나빠질 수도 있다. 가족력 없이 갑자기 당뇨병이 발생했다면 췌장암을 의심해 볼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예후가 매우 안 좋은 암, 치료 어떻게.

“췌장암은 조기 발견이 어려워 진행돼 발견되기 십상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이유로 아직까지 치료 경과가 좋지 않은 암종에 속한다. 장기의 특성상 중요한 동맥이나 대혈관 침범이 있으면 암 크기가 작더라도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수술은 췌장암에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현재 유일한 치료법이지만 완전 절제가 가능한 환자는 20% 정도에 불과하다. 수술은 주요 혈관 침범 없이 췌장에 국한된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다. 수술이 불가한 경우 항암치료를 한다. 근래 경계성 췌장암이나 초기의 췌장암도 먼저 항암치료를 시행해 암 크기를 다소 줄인 뒤 수술하는 방법이 보편화되고 있으나 아직 명확히 확립돼 있진 않다. 또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후엔 다양한 항암제의 병용, 면역 항암제 사용, 기존 항암제의 췌장암으로의 투과성을 높이는 방법 등을 통해 재발을 줄이고 생존 기간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예방하려면.

“우선 금연이다. 흡연은 췌장암의 중요한 위험 인자다. 흡연할 경우 췌장암의 상대 위험도가 2~5배로 올라간다. 일부 연구에선 췌장암의 3분의 1가량이 흡연으로 인한 것이라고 보고했다. 담배를 끊었을 경우 10년 지나야 췌장암에 걸릴 위험이 비흡연자만큼 낮아진다.

앞서 당뇨병이 췌장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한 만큼, 당뇨병을 오래 앓고 있거나 가족력 없이 갑자기 당뇨 진단을 받은 사람은 일단 췌장암 검사를 받아보길 권한다. 2형 당뇨병이 있는 경우 췌장암 위험은 1.8배 높아지고 국내 췌장암 환자의 당뇨병 유병률은 28~30%로 일반인(7~9%)의 3배 이상이다.

금주도 필요하다. 만성 췌장염이 있으면 췌장암 위험이 높아지는데, 췌장염의 중요 원인이 술이다. 지속적인 음주는 반복적인 급성췌장염을 부르고, 이는 만성췌장염으로 진행돼 결국 췌장암 발생률을 높인다.

또 직계 가족 중 50세 전에 췌장암에 걸린 사람이 한 명 이상 있거나 발병 나이와 상관없이 직계 가족 가운데 췌장암 환자가 2명 이상 있다면 ‘가족성 췌장암’을 의심하고 의사와 상의해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유전적 요인은 췌장암 원인의 10%를 차지한다. 이밖에 육류나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 과다한 열량, 비만 등도 췌장암 빈도를 올리고 채소류, 비타민 등은 그 반대로 낮추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감귤류와 통곡밀, 튀기지 않은 생선 등이 췌장암 예방에 좋고 가공육이나 너무 익힌 고기는 피하도록 한다.”

-췌장 낭종이 암 위험을 높이나.

“최근 건강검진 인구가 증가하면서 췌장 물혹을 우연히 발견해 병원에 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 췌장 문제로 진료받는 환자의 절반이 해당된다. 낭종 중에 안에 끈끈한 액체가 들어있는 ‘점액성 낭종’(관내유두상 선종 포함)의 20% 안팎에서 췌장암으로 변하기도 한다. 특히 주췌관형 관내유두상 선종은 65% 이상에서 암이 된다.”

윤 교수는 “검진을 통해 췌장 낭종을 발견하는 경우 전문의에게 낭종의 크기와 특성에 따라 추적관찰 기간이나 검사 방법(췌장 내시경, MRI 등)을 상담받고 주기적으로 체크할 것을 강력히 권한다”며 “물혹 크기가 나이에 비해 크거나 갑자기 커지거나 낭종에 딱딱한 결절이 확인된다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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