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선두 울산도 삼켰다…‘광주 신드롬’은 이제 시작이야 [K리그]
한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 공격 축구 선보여
지난 2월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이정효 광주FC 감독은 “잔류가 목표가 아니다”라며 “개막전부터 팬들에게 우리의 축구가 어떤지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당시 말을 들은 일부는 비웃기도 했지만, 리그 종료까지 10경기도 안 남은 시점에서 이제는 모두가 그의 말을 인정하게 됐다.
광주 구단은 4일 기준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3’에서 12승 9무 8패(승점 45점)를 기록, 리그 3위에 올라있다. 지난 시즌 K리그2(2부리그)에서 승격한 팀이라고 믿기 어려운 성적이다. 승강제가 도입된 이후 승격 시즌에 최고 성적을 쓴 팀은 2018년 경남FC로 리그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경남은 26골을 터트린 말컹이라는 걸출한 에이스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광주는 다르다. 팀에서 10골 이상을 터트린 선수가 전무하다. 7골을 터트린 아사니가 팀 내 최다득점자다. 그렇지만 필드 플레이어 대부분이 골맛을 봤을 정도로 다양한 공격 루트를 선보이고 있다.
시즌 전만 하더라도 광주에 대한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지난 시즌 K리그2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쓰고 승격했지만, 올 시즌을 앞둔 이적 시장에서 일부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면 비시즌 보강이 크게 이뤄지지 않았다. 많은 이들은 ‘K리그1에서는 경쟁력을 발휘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개막전 승리 후 FC서울과 전북 현대에게 나란히 패배했지만, 4라운드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에게 5대 0 완승을 거뒀다. 이후 5월까지 일전일퇴를 반복하던 광주는 6월부터 본격적으로 힘을 내기 시작했다.
6월 리그 4경기에서 3승 1무를 거두면서 탄력을 받은 광주는 지난 7월7일부터 9경기 연속 무패 행진(4승 5무)을 달렸다. 특히 지난 3일에는 리그 선두 울산을 상대로 한 원정 경기에서 2대 0 완승을 거두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허율과 엄지성, 아사니, 티모 등 주축 선수 4명이 빠진 상황에서 만들어낸 결과였다.
12승째를 올린 광주는 구단 새 역사도 썼다. K리그 클래식 시절이던 2016년(11승)을 넘어 1부 리그에서 최다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광주의 성적에는 짠물 수비가 밑바탕이다.
올 시즌 29경기에서 28골을 내준 광주는 전북 현대(25골)에 이어 최소 실점 2위다. 안영규, 두현석, 아론 등 K리그2에서 최소 실점(32점)을 만들어낸 선수들이 1부 무대에서도 통하는 모습이다.
광주의 돌풍 비결에는 선수들의 멀티 플레이도 돋보인다. 자신의 포지션에 구애 받지 않고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해 이 감독의 전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가대표에 최근 첫 발탁된 이순민이 대표적이다. 본래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는 이순민은 최근 티모가 부상으로 나오지 못하자 센터백으로 포지션을 옮겼다. 울산전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 센터백, 윙백까지 소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시즌 K리그2의 최고 풀백으로 거듭난 두현석 역시 측면에만 머물지 않고, 상황에 따라 인버티드 풀백처럼 중앙을 수시로 넘나든다.
이 감독은 울산전이 끝난 뒤 “두현석과 이순민이 중앙으로 위치를 옮겨서 여러 역할을 해줬다. 우리 팀은 (기존과) 다른 위치에서 뛸 때가 많아서 자연스럽게 해당 위치로 옮기는 순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것 같다”면서 “전술 이해도가 좋아지고 있다”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이순민 역시 “팀으로서 함께 준비하는 부분, 약속된 움직임이 많다. 어느 위치에 들어가든 조직적으로 만들어진 상황에서 내 역할에만 집중하면 된다”며 “모든 선수가 그렇게 이야기한다.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에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이유”라고 상승세 비결을 꼽았다.
광주는 국가대표 브레이크 기간이 끝난 뒤 오는 17일 서울, 오는 24일에는 전북을 상대한다. 시즌 초반 연패를 안긴 팀이다. 이 경기에서도 좋은 성적을 낸다면 최상위권 진입도 넘볼 수 있게 된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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