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지켜본 건설 전문가들 “건설 이권 카르텔 심각”
건설업계 전문가들도 업계 전반의 ‘이권 카르텔’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4일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주최로 서울대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 열린 ‘K-건설의 현재와 미래’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유정호 광운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건설업계 종사자들이 이권 카르텔의 폐해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유 교수는 건설업계 종사자 724명(평균 경력 22년)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응답자는 건축설계사, 건축구조설계사, 시공사, 감리, 학계 등의 종사자로 구성됐다.
최근 일어난 인천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LH 철근 누락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 퇴직자(전관)를 영입한 업체에 ‘일감 몰아주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LH 전관을 중심으로 한 이권 카르텔로 인한 폐해가 건설업계에 만연하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다음 달 'LH 이권 카르텔 혁파 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이권 카르텔의 환경적 요인에 대해 건설 전문가들은 ▶업체선정 방식의 불합리 ▶관행적으로 답습하던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 결여 ▶수주를 위한 과도한 영업활동 등을 꼽았다.
현재 건설업 환경에 대해서는 ▶중복되거나 불필요한 관리업무에 의한 실효성 저하 ▶프로젝트관리체계 운영을 위한 전반적인 기반 부족 ▶공사비, 용역비 저하 ▶발주자 사유 및 외부요인에 의한 공기 지연 ▶기능인력의 공급 부족 및 역량 부족 등의 평가가 나왔다.
최근 부실시공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참석자들의 토론도 이어졌다. 직무 간 정보 전달이 잘 안 되는 사각지대가 발생하면서 책임 체계가 무너지고 부실이 시작됐다는 의견이 대체로 많았다.
유성인 한국건축가협회 안전설계위원회 위원은 “건설 프로젝트에서 역할 분담이 효율성보다는 각자의 편의성에 맞춰져 있다”며 “역할에 대한 판단 근거가 경제적 논리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설 기술 인력의 부족과 능력 저하도 원인으로 꼽혔다. 특히 현장 건설근로자가 기술이 떨어지는 외국인으로 대체되면서 안전 품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은종원 해안건축 전무는 “건설 기술자를 소모품화하면서 설계 도면도 제대로 못 보는 등 기본 역량이 크게 떨어졌다”며 “대학에서도 건축학과와 건축공학과가 분리되면서 기술인력의 전반적인 역량 저하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권 카르텔의 문제에 대해서는 문제점을 공감하면서도 현실에 맞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경주 건설관리학회 회장은 “전문성이 있는 전관을 아예 없애기는 어렵고, 전관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명세 정림CM 대표도 “관계성에 기인한 수주 패턴이 아니라 기술 역량이 우선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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