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교사에게 "그때 죽어버리지"…'멈춤의 날' 수만명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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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비극 재발 막아야” 전국 추모 물결
“서이초 교사와 같은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아야 합니다.”
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열린 ‘공교육 멈춤의 날’ 행사에 참석한 전직 교사 이모(40)씨가 한 말이다. 그는 2년 전까지 충남교육청 소속 한 초등학교 교사였다. 또래 여학생에게 성적 농담을 일삼고, 집단 따돌림을 주도한 6학년 남학생 제자를 지도하는 과정에서 학부모가 되레 ‘아동학대’로 이의를 제기하면서 학교 측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이씨는 “학교와 교육청 교권보호위원회에 이 사실을 알렸지만, 사건을 숨기느라 급급했다”며 “교통사고로 치료를 받고 온 날 가해 학생으로부터 ‘그때 죽어버리지 그랬냐’라는 글을 받았다. 1년 동안 자신을 되돌아보는 도덕 교과목 작문 시간에 답안지로 낸 글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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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앞 교사들 “교사 죽음 방치 말라”
이날 교육부 앞에는 세종시와 충남·북 교육청 소속 교사 2000여 명이 모였다. 비슷한 시각 국회와 서울 서이초, 전국 곳곳에서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 49재 일을 맞아 추모행사와 관련법 개정을 촉구하는 집회가 잇달았다. 일부 교사는 정규수업을 마치고 참석했다.
교육부 앞에 모인 참가자들은 ‘교사 죽음 방치 말고, 진상을 규명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교권 보호를 위한 대책을 요구했다. 자신을 20년 차 초등교사라고 밝힌 여성은 연단에 올라 “교육부는 대외적으로 교사를 위한답시고, 교권 회복을 촉구하는 교사를 향해 법적으로 징계하겠다고 겁박하고 있다”며 “학생권과 교육권이 함께 지켜질 수 있게 법 개정을 비롯한 정책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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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권과 교육권 공존 대책 만들어라”
교사들은 숨진 서초구 초등교사를 다양한 방식으로 애도했다. 대구에서는 전교조 대구지부에서 100명, 대구교총에서 100명이 각각 오후 5~7시(대구교육청), 오후 6~9시(228공원) 사이 서이초 교사 추모 문화제를 열었다.
전교조 울산지부·울산교원단체총연합회·울산교원노동조합 등은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울산시교육청 앞에서 추모제를 열었다. 광주지역 추모행사는 이날 오후 5시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 전남지역은 오후 4시 30분 전남도교육청 앞에서 개최했다. 행사 참석 인원(주최 측 추산)은 광주 3000여명, 전남 1000여명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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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 학생도 “교권 보장” 촉구…온라인 추모공간
충남 공주교대 학생들은 오후 6시부터 교내 체육관(고마스포츠센터)과 운동장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촛불집회는 교육에 파문을 일으킬 바람이라는 뜻의 ‘파람실천단’ 주관으로 49재 추모 묵념에 이어 추모 공연, 추모 발언, 성명문 낭독 등 1시간30분가량 진행했다.
공주교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현직 교사들이 진행하는 집회의 뜻을 이어받아 전국 교대에서도 예비교사들이 동참하자는 취지”라며 “교사의 교권이 보장되어야만 학생이 진정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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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학교 재량휴업, 단축 수업
이날 오후 5시부터 부산교육청과 경남교육청·강원교육청·제주교육청 등에서도 지역마다 교원단체 등 1000~4000여 명이 참석해 추모 행사가 열었다. 충북교육청은 누리집에 별도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울산 교사 노조도 ‘서이초 선생님 온라인 추모관’을 개설해 고인을 위로했다. 이 추모관엔 1만5000여 명이 추모 글을 올렸다. ‘선생님께서 눌러오셨을 마음의 소리가 모두의 울림으로 듣고 통감하기를 바란다’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 목소리를 내겠다’는 메시지 등이 쓰여 있었다.
일부 학교는 재량휴업을 결정했다. 울산 1곳, 광주광역시 6곳, 충남 7곳, 세종시 8곳 등이다. 각 교육청은 49재 추모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연가나 조퇴 등을 낸 교사 수는 별도로 파악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추모의 시간을 갖고 싶어하는 교사들 마음에 공감한다면서도 연가·병가 등을 내고 단체행동을 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세종·대전·울산·대구·광주광역시·부산·창원=최종권·신진호·김윤호·백경서·황희규·김민주·안대훈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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