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 먹고 살게 해주라" 어르신들 외침으로 탄생한 카페

남해시대 김수연 2023. 9. 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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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부부·마을토박이 의기투합해 만든 남해 송남마을 '오아시스'... "2·3호점 들어서는 게 꿈"

[남해시대 김수연]

 마을카페 오아시스 운영진
ⓒ 남해시대
 
경남 남해 미조면 송남마을(이장 서석범)에 일군의 젊은이들이 정착해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8월 23일 송정솔바람해변에 자리한 송남마을회관 앞에서 카페 '오아시스'의 개업을 알리는 행사가 열렸다. 그런데 여느 카페와 오픈행사가 달랐다. 마을사람 수십 명에 이장, 번영회장, 면장, 기관단체장, 군청 국장, 도의원까지 참석해 축하인사를 했다. 카페 '오아시스'는 개인 업소라기보다는 송남마을 주민들이 뭉쳐 만든 '마을카페'다. 

송남마을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관광자원을 가졌음에도 70~90대 고령층이 주민의 대부분이라 점점 활기를 잃고 낙후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마을에 40~50대 젊은이들이 들어와 일구는 카페인만큼 진짜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활기를 불어넣어 주리라는 주민들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지난해 면 체육대회를 계기로 송남마을의 귀촌인 부부 네 가정과 토박이 어르신들, 마을 이장님이 힘을 모았죠.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이렇게 마을회관 1층에 카페를 열게 됐습니다."

마을개발위원이자 카페의 총무를 맡고 있는 이성훈씨의 말이다. 성훈씨는 아내 하선정씨와 함께 지난해 광주에서 이곳 송남마을에 왔다. "아름다운 남해의 바다가 좋아서 왔다"는 이 부부 외에도 지난 2021년 서울에서 귀촌해 마을 총무와 부녀회 총무를 맡고 있는 양승건·김진아 부부, 2014년 귀촌한 강소영·남우석씨 부부, 예원영·김명식씨 부부가 오아시스를 함께 운영한다.

"젊은이들 먹고 살게 해주라"
   
오아시스가 본격적으로 추진된 건 남해군 신활력플러스 사업에 '송남 핫플레이스'라는 주제로 마을카페 계획서를 내면서부터다.

하선정씨는 "이렇게 아름다운 해변에 잠시 머물며 커피 한잔 마실 카페가 없었다. 그래서 마을 젊은이인 우리가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신활력플러스 사업에 선정된 뒤 남해군 마을회관 마을카페 1호라는 타이틀로 의욕있게 출발했지만 생각보다 난항이 많았다. 마을회관이 공공건물이다 보니 본래 목적이 아닌 카페로 전용(轉用)하는 일이 애초에 어렵다는 군의 통보를 받았다.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마을 총무인 양승건씨가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직접 발로 뛰어 송남마을 주민의 80%인 60명의 서명을 받아 주민 건의서를 전달했고, 미조면장, 도의원, 행정 관계자 등을 초대해 의지를 밝혔다. 그때 마을 어르신들이 큰 목소리로 "젊은 친구들 먹고 살 수 있게 해주라"고 응원해준 일을 이들은 잊지 못한다.

이들은 "카페가 마을 수익사업으로 간주되면 마을회관 보수 지원이 중단되는데도 서석범 이장님을 비롯한 어르신들이 마을에 활력을 주자며 외지에서 온 우리에게 힘을 실어주셨다"며 마을 어르신들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오아시스는 신활력사업 예산 2500만 원과 자부담 500만 원을 들여 마을회관 일부를 개조해 실내매장(주방) 5평에 10평 남짓한 실외 테이크아웃 매장으로 꾸몄다. 전문 인테리어업체에 맡긴 일 외에도 페인트칠, 포스기, 카메라 설치 등 할 수 있는 일은 이들이 직접 했다. 네 집이 시간을 정해 돌아가며 커피와 각종 음료를 판매한다. 
 
 인터뷰에 응해준 오아시스 구성원과 송남마을 주민들.
ⓒ 남해시대
   
 지난 19일 오아시스 앞에서 열린 송남할매플리마켓. 마을주민이 직접 키운 농산물을 판매한다.
ⓒ 남해시대
 
해수욕장 특수를 놓칠세라 영업은 7월 하순경부터 시작했다고. 그중 마을 어르신이 직접 만든 송남할매식혜가 히트를 쳤다. 다행히 해수욕장을 찾은 방문객과 주민들의 호응으로 카페는 괜찮은 매출을 올렸고, 이는 앞으로 이들이 카페를 어떻게 운영해갈지 구상하게 하는 발판 구실을 해줬다. 최근 주말에는 마을주민들과 함께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는 플리마켓도 열었다. 

올해도 임의단체로 시작했지만 내년에는 주민들이 좀더 참여할 수 있는 협동조합을 설립할 계획이다. 마을주민들의 염원인 먹거리 개발도 하고 카페 오아시스를 시작으로 2호점, 3호점 계속 들어섰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지금으로선 이 카페가 죽 유지되면 좋겠어요. 마을 어르신들 소통공간이자 사랑방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저희가 도움을 받았듯이 마을에 도울 일이 있으면 발벗고 나서려고 해요. 마을 행사도 적극적으로 만들어 나가고요. 연말이 되면 마을발전기금도 낼 겁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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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남해시대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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