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조사 거부 명분이던 그 '국제회의'…이재명, 20분여만 참석

정용환, 김은지 2023. 9. 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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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검찰이 당초 소환조사를 통보했던 4일 내내 서울 여의도 국회에 머무르며 닷새째 단식 투쟁을 이어갔다. 그러나 당초 검찰에 오후 조사를 거부하는 명분으로 내걸었던 ‘국제회의’에는 단 20여분만 참석하는 데 그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중단 국제공동회의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국제 공동회의’에 참석해 “30년이 될지 100년이 될지 300년이 될지 알 수 없는 야만적인 핵 오염수 해양투기는 결국 어느 시점에선가 중단될 수밖에 없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핵 오염수 해양투기를 지금이라도 즉시 중단하고, 우리 정부는 일본을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엔 조셉 벅슨 워싱턴사회적책임의사회 핵무기철폐위원회 공동대표와 장무휘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 마쓰쿠보 하지메 일본 원자력자료정보실 사무국장 등 미국·중국·일본 인사들이 화상 접속 등으로 참여했다.

이날(4일)은 당초 검찰이 이 대표에게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의 피의자 소환 조사를 받으러 나와달라고 요청한 날이다. 이 대표 측은 지난 1일 “검찰이 고집하는 4일에 출석하겠다. 다만 일시 조정이 불가능한 일정을 고려할 때 4일 오전에 1차 조사를 받고 그 다음 주 중 검찰과 협의해 추가 일정을 조정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검찰이 “오전 2시간 만에 조사를 중단할 순 없다”고 맞서면서 조사가 불발됐다.

이때 민주당이 일시 조정이 불가능하다고 지목한 게 이날 ‘국제 공동회의’ 행사였다. 당시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각국 관계자들이 화상으로 모여 방류 중단을 논의하는 최초의 국제회의”라며 “오래 전에 준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일 오후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국제 공동회의에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에서 4번째)가 회의 시작 약 20분 만에 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유튜브 델리민주 캡처

하지만 이날 이 대표가 실제 회의장에 머무른 건 30분도 채 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오후 2시 27분 회의장에 나타나, 인사말과 단체사진 촬영 등을 마친 뒤 오후 2시 51분 회의장 문을 열고 나갔다. 이후 이 대표가 앉았던 의장석엔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소장이 대신 앉았다.

이 대표는 이후 오후 3시 12분쯤 국회 본청 앞 단식 투쟁 천막에 복귀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이 몰려와 “충주에서 왔다” “철원에서 왔다”며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오후 3시 30분쯤엔 이해찬 상임고문이 천막을 찾아와 “(윤석열 정부가) 뭔가 깊은 뿌리에서 민주주의도, 법 체제도, 상식도, 원칙도 다 들어 엎어버리려는 느낌이 든다. 이대로 가면 파시즘”이라고 비판했고, 이 대표는 “연성 독재로 가는 것”이라고 동조했다. 이날 오전에는 함세웅 신부 등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김태랑·김장근·김철배·유용근·최봉구 등 민주당 고문단도 이날 이 대표를 격려 방문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왼쪽)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앞 단식투쟁천막을 찾아 이재명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이 대표는 이날 오후 7시엔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리는 ‘제2차 윤석열 정권 폭정 저지 민주주의 회복 촛불 문화제’에 참석한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조직국 명의로 전국 17개 시·도당에 ‘촛불문화제 시도당 지원안’ 공문을 내려보내 4일·5일은 서울시당이, 오는 7일은 경기·전북·경남 시도당이 참석하는 식으로 일정을 배분했다. 민주당의 한 보좌관은 “사실상 지역위원회별로 동원령을 내린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이 대표가 검찰 조사를 회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대표가 ‘민폐 단식’에 이어 ‘20분짜리 국제회의 참석’이라는 방탄 명분으로 자신에 대한 검찰 조사를 회피했다”며 “국민 앞에 떳떳하다면 차일피일 조사를 미룰 것이 아니라, 당장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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