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돌아가라" 농촌 살리기 나선 中, 도시 은퇴자에 통지문
중국 정부가 청년들에게 ‘농촌행’을 권유한 데 이어 도시 은퇴자에게 고향으로 돌아가 ‘농촌 살리기’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귀농' 캠페인을 도농 격차 해소, 식량 안보 위기 해결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4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중국 농업농촌부·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교육부 등 중국 관계부처는 공공서비스·교육·의료·기술 분야 은퇴자와 퇴역군인에게 통지문을 보냈다. 농촌을 살려야 한다며 고향으로 돌아가 정착해 살라는 취지다.
통지문엔 중국의 심각한 농촌 인구 감소에 대한 문제의식이 담겼다. 약 14억 인구의 중국은 지난해 기준 도시에만 9억 2000만 명이 산다. 전년 대비 646만 명이 증가한 숫자인데, 반대로 농촌 인구는 5억 8100만 명으로 731만 명이 감소했다. 농촌에서 태어난 이들이 교육・의료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시로 이탈하는 흐름을 막지 못하면 농촌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허덕인다.
농촌 인력의 부족은 식량 안보의 위기도 초래할 수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3연임을 확정한 지난해 10월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당시 “중국인의 밥그릇은 우리 스스로의 손에 단단히 쥐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 발언 후 두 달 뒤 열린 중앙농촌공작회의에서도 “강한 농업과 농촌 없이는 진정한 강국이 될 수 없다”라고 발언하는 등 수시로 식량 안보를 강조해왔다.
농촌 인구 감소, 식량 안보의 해법으로 중국 당국이 내놓은 대책 중 하나가 귀농인 셈이다. 중국 정부는 도시 은퇴자에게 농촌으로 가서 마을 업무 감독관, 여론 수렴관, 마을 발전 고문 등 역할을 맡도록 권장했다. 그러면서 “농촌 활성화는 인재와 자원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통지문에는 “인재들과 대졸자, 숙련 노동자들이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도록 하고 농민공들이 고향으로 향하게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적혔다고 SCMP가 전했다.
도시 은퇴자의 귀농을 촉구한 메시지는 청년을 농촌으로 보내는 캠페인과 맞물려 있다. 중국의 16~24세 청년실업률이 지난 6월 21.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부터 중국 당국은 청년 실업의 해결 방안으로도 ‘농촌행’을 권유해 왔다. 농촌 진흥과 청년 실업 해결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심산이다. 실제 중국 광둥성은 2025년 말까지 대졸자 30만 명을 농촌으로 보낼 방침이다.
하지만 현지에선 도시 은퇴자의 귀농을 요구한 대책이 중국의 오랜 제도인 후커우(戶口·호적)와 충돌한다는 지적이 많다. 후커우 제도는 사회 통제 차원에서 인구 이동을 억제하기 위해 수십년간 중국이 유지해온 호적제도다. 후커우가 있어야 현지 주거·의료·자녀 교육 등 여러 방면에서 복지 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 있고 후커우가 없으면 현지 주택이나 토지도 살 수 없다.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할 경우 현지 후커우를 취득하면 농촌 후커우를 포기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농촌으로 되돌아갈 때도 다시 농촌 후커우를 얻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후베이성 당국은 지난 8월 지역 고문들의 정책 변경 제안에 “도시 은퇴자들은 농지를 사고팔거나 상속받을 수 없다"고 답했다. SCMP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귀농 은퇴자가 고향에서 집이나 땅을 살 수 없다면 고향으로 돌아갈 인센티브가 줄어든다”라고 전했다.
문상혁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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