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위상 높이기 위해 학생 인권 제한? 죽이고 살릴 문제 아냐"
[조정훈 backmin15@hanmail.net]
▲ 국가인권위원회에서 10년 이상 인권교육을 하면서 <사람이 사는 미술관> 책을 낸 박민경 작가. |
ⓒ 조정훈 |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인권교육을 담당하는 박민경씨가 세계인권선언을 바탕으로 써 내려간 명화 속 이야기를 책 <사람이 사는 미술관>으로 냈다.
<사람이 사는 미술관>은 피카소, 들라크루아, 고흐의 작품은 물론 국내외 잘 알려지지 않은 화가의 작품에서 인권의 주요 주제를 발견하고, 그 속에서 인권의 역사, 개념, 연관 사건 등을 읽어낸다.
이 책은 여성, 노동, 차별과 혐오, 국가, 존엄 등 다섯 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으며 이 안에는 아동, 장애인, 난민, 인종, 집단 학살, 체벌, 기후위기, 전쟁과 평화 등 인권에서 놓쳐서는 안 될 주제들이 포함되어 있다. 인권의 기본 권리들을 세심하게 짚은 인권 교양서라는 평을 받고 있다.
평소 그림을 좋아한다는 저자는 "그림을 통해 인권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설명하고 싶었다"며 "인권이라는 단어가 낯선 청소년이나 성인 독자들이 책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올바로 인식하고 균형감을 키우는 데 가이드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한국인권학회장)와 작가 은유, 만화가 김태권 등이 추천사를 썼다. 조 교수는 "인권에 관한 책은 많지만 그림과 인권이 독자를 만난 경우는 드물었다"며 "이 책은 인권의 주요 주제들을 씨줄로, 세계적인 명화들을 날줄로 하여 아름답게 엮어낸 본격적인 인권 교양서"라고 평가했다.
책을 읽은 독자들도 "우리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당연한 권리가 이렇게 다양하고 중요한 것이라니"라며 놀라움은 물론 "피카소, 고흐처럼 잘 아는 작품들과 연결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거나 "그림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는 리뷰를 남겼다.
지난 8월 25일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에서 만난 박민경씨는 "인권교육을 하다보면 사람들이 낯설어하고 어려워하는데 오해도 많더라"면서 "좀 쉽게 인권을 알리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 그림으로 인권교육을 하면 흥미를 유발할 것 같아서 시도한 게 책을 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저자는 자신의 책 제목을 <사람이 사는 미술관>으로 정한 것은 "그림과 인권을 연결하면서 원고의 모든 키워드는 '사람'이었다"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다 존엄하다는 것을 그림을 통해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국가인권위원회에 근무하면서 10년 이상 인권교육을 실시해온 박민경씨가 인권에 관한 책 <사람이 사는 미술관>을 펴냈다. 자신이 쓴 책을 들어보이고 있는 박민경씨. |
ⓒ 조정훈 |
"교권 위상 높이기 위해 학생 인권 제한? 절대 안 돼"
- <사람이 사는 미술관> 책을 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인권위원회에서 15년을 일했는데 그중 10년 이상을 인권교육만 했다. 교육을 하다 보면 사람들이 인권을 굉장히 낯설어하고 어려워하는데 자기가 가진 권리조차 어렵게 보더라. 그래서 좀 쉽게 인권교육을 할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그림을 통해 교육하면서 재미를 느끼는 걸 보고 책으로 내면 어떨까 생각했다."
- 그림과 인권을 연결하는 게 쉽지 않은데?
"우리는 보통 그림을 학교에서 배우게 되는데 공부로 배우다 보니까 그림이 어렵고 낯설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하지만 그림마다 사람이 그 안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주인공들이 어떤 삶을 살았을까, 그림을 그린 화가는 무슨 생각으로 이 그림을 그렸을까 생각해 보면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이야기가 있는 그림으로 보이게 된다.
그림은 어릴 때부터 좋아했고 전시회도 많이 다녔다. 또 아이들이 둘 다 그림에 소질이 있어 엄마로서 그림을 많이 보여주려 노력하다 보니 일에 그림이 접목된 것 같다."
- 인권이라는 단어가 좀 쉽게 와 닿지 않는다.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라고 하지만 나와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인권에 대해 오해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지금 교권 추락이 문제가 되고 있다. '교권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학생 인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건 우리나라 교육제도 안에서 인권교육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 그림에 인권을 불어넣은 책 <사람이 사는 미술관>. |
ⓒ 도서출판 그래도봄 |
- 대구 이슬람사원 주변 주민들은 사원 건립에 반대하면서 자신들의 인권은 중요하다고 한다.
"이슬람 문제 같은 경우는 낯선 것에서부터 오는 막연한 두려움이 혐오를 조장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내가 가진 권리를 잘 모르니까 남이 가진 권리에 대해서도 낯설게 느낀다. 인권을 어려워하고 낯설어하다 보니 타인의 권리에 대해 더 무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권교육이 아주 어릴 때부터 제도적으로 필요하다."
- 몇 년 전 제주도에 온 예멘 난민들에 대한 많은 사람의 차가운 시선도 그런 이유라고 보는지?
"그렇다. 책에도 난민에 대한 이야기를 신경 써서 넣었는데 이슬람 문제도 그렇고 난민 문제도 특정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거부감을 나타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에 '이집트로의 피신'이라는 그림을 넣었다. 예수님도 난민이었기 때문이다.
성경 요한복음에 보면 헤롯이 아기를 찾아서 죽이려고 하니 일어나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라는 계시를 요셉이 받는다. 신의 계시를 받은 요셉은 아기 예수와 마리아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한다. 당시 요셉의 가족들은 박해를 피해서 이집트로 피난했다. 그도 난민 생활을 했다가 다시 이스라엘로 돌아갔다.
예수님은 모든 이를 사랑으로 감사하라고 했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난민을, 성소수자를 굉장히 혐오하고 차별하는데 서로를 존중하고 보호할 수 있는 포용력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 <사람이 사는 미술관>은 어떤 사람들이 봤으면 좋은지 의견을 말한다면?
"인간의 권리를 이야기하면서 세계인권선언을 말하고 싶었다. 인권 공부를 하는 분이라면 세계인권선언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데 제 책도 함께 읽는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또 학교 현장에 계신 선생님들이 아이들한테 인권교육을 좀 했으면 좋겠는데, 선생님들도 어려워하신다. 이 책을 이용해 아이들과 인권을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다. 책을 여성, 노동, 차별과 혐오, 국가, 존엄으로 나누었는데 다양한 권리를 아우르는 것이 저는 존엄이라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모든 권리는 다 중요하지만 이 권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인간의 존엄을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책을 통해 자신의 존엄을 찾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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