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윤미향 국보법 위반 여부 검토…"지금 사실관계 확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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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사실관계 확인"
국가정보원의 입장은 사실상 관련한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조총련은 한국 대법원 판결을 통해 수차례 '반국가단체'로 확정된 단체이기 때문이다.
국보법 7조는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ㆍ고무ㆍ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는 행위를 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다. 8조는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와 회합ㆍ통신 기타의 방법으로 연락을 하는 행위를 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해당 조항에는 전제가 있는데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도 그런 행위를 했을 경우다. 국회의원 신분으로 지난 1일 조총련 주최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추모식에 참석한 윤 의원의 구체적인 언행과 접촉 범위에 따라 국보법 저촉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자유민주주의 국체를 흔들고 파괴하려는 반국가행위에 대해 정치진영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과 함께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윤 의원의 조총련 행사 참여를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내놨다.
남북교류협력법도 위반 소지
통일부는 윤 의원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여부도 조사 중이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 의원의 조총련 행사 참석은)법 위반에 해당되고, 통일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교류 원칙 체계를 확립한다는 차원에서 관련한 절차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통일부는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조총련 구성원을 접촉하기 위해서는 사전 접촉신고 및 수리가 필요하며, 이를 위반한 경우 미신고 접촉으로 과태료 부과 대상"이라고 밝혔다. 윤 의원은 아무런 신고를 하지 않았다.
또한 2010년 정부가 북한의 천안함 피격에 따라 발표한 대북 독자 제재인 '5.24 조치'는 북한 주민과의 접촉을 제한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윤 의원에 대한 과태료 부과 등을 검토하는 법적 근거는 교류협력법이지만, 5.24 조치의 정신 또한 어긴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日 제재 받는 인사 참석
특히 윤 의원이 참석한 행사에는 허종만 의장, 박구호 제1부의장 등 조총련 지도부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현재 방북 시 일본으로 재입국을 하지 못하도록 일본 정부의 독자 제재를 받고 있다. 일본 정부가 이들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지원하는 인사로 규정한 것인데, 한국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일본의 제재 대상 인사들을 만난 것 자체가 외교적 결례 소지이자 국제적 제재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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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 주장하며 예우 누려
윤 의원의 방일 비용과 관련 “자비로 다녀왔다”(4일 박장호 국회 사무차장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는 게 국회 설명인데, 그런데도 윤 의원은 국회사무처에 ‘의원 외교’로 목적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조총련 주최 행사에 참여한다는 사실은 빼놓은 채다.
국회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윤 의원 측에서 ‘대한민국의 독립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외교활동을 지원해달라’는 취지의 출장계획서를 제출했다”며 “계획서에 조총련 관련 사안이 빠져 있어 거부할 근거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의원실에서 요청한 ‘포괄적 협조 공문’이 외교부로 전달됐기 때문에 외교부 역시 윤 의원의 실제 현지 활동의 성격과 무관하게 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교부 예규인 ‘국회의원 공무국외여행시 재외공관 업무협조지침’에는 국회의원의 공무국외여행에 한해서 출영, 환송, 차량 제공 등 편의를 제공할 수 있게 돼 있다. 공무가 아닌 경우에 이런 편의를 제공하면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결국 윤 의원은 ‘공무’라는 고깔모자를 쓴 채 방일, 반국가단체의 행사에 참석하면서 ‘대한민국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으로서 받을 수 있는 예우를 누리고 실정법 위반도 피해간 셈이다.
'작은 북한'의 몰락
실제 조총련은 1955년 창립 당시부터 한국계 재일동포 단체인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에 맞서 친북 성향을 드러내며 재일 동포 사회를 양분했다. 일본 내 '작은 북한'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앙 조직과 지방 본부 및 지부를 두고 수십년간 북한 정권의 자금줄이 됐고, 일본 사회에서 동포 교육과 대남 공작 역할을 맡았다.
다만 1970년대 들어 조총련 이탈자가 대거 발생하기 시작했고 민단으로 전향하는 소속원도 늘어났다. 일본 내에서 무국적으로 남을 경우 경제 활동에 불이익을 받는다는 점 때문에 한국이나 일본으로 국적을 옮기는 경우도 늘면서 조총련은 와해되기 시작했다.
北 지원 역할은 여전
그럼에도 단체의 본질 자체는 변함없다.
4일 현재 조총련 웹페이지의 '총련 소개' 페이지에는 "총련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국가적, 법적보호를 받는 해외동포단체"라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조선 인민의 진정한 정권으로서 지지하고 있다"고 명시돼 있다.
지난 2월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허종만 조총련 의장에게 "주체위업의 영원한 동행자"라며 생일 축전을 보내기도 했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최근에도 "워싱턴선언은 전쟁 동맹" 등 북한 정권을 지원하는 사실상의 '나팔수' 역할을 하고 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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