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양 뚫기 시도하는 中…美 포위 맞서 해외 군사기지 짓는다
중국이 세계 곳곳에 군사 시설을 짓는 데 열중하고 있다. 자국군의 활동 범위를 넓힐 전략 거점을 확보해 미국의 대(對)중국 포위망을 벗어나려는 시도다.
미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은 지난 2일(현지시간) 공개한 ‘지도로 본 중국의 글로벌 군사족적 확대’란 보고서를 통해 “중국 인민해방군이 해외에서 자국군의 군사적 접근 확대를 공격적으로 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민해방군의 해외 군사 작전을 지원하거나 병력이 배치될 수 있는 전진 기지 역할을 하는 시설을 건설하는 것이 골자다. FDD는 중국이 이 같은 ‘전략지점(戰略支點)’을 연결한 국제 네트워크를 통해 군사적 영향력 행사 범위를 넓히려 한다고 봤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남중국해, 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세계 곳곳에 군사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해외 군사기지는 지난 2017년 동아프리카 지부티에 구축한 해군기지가 유일하다. 하지만 올해 완공을 목표로 태국만에 접한 캄보디아 레암 해군기지에 인민해방군이 주둔할 비밀 해군기지를 건설 중이다. 건설된다면 중국의 두 번째 해외 해군 기지이자 인도·태평양 지역의 첫 기지가 된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선 인공섬을 만들어 항구와 활주로를 짓고 미사일 등 각종 첨단 무기도 배치하고 있다. 중국은 ‘남해 구단선’(南海 九段線)’ 이란 자의적 해상 경계선을 긋고 이 해역의 90%가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한다.
육상 군사시설로 넓히면 중국의 활동 범위는 훨씬 커진다. 인민해방군 전략지원부대(SSF)는 파키스탄과 나미비아, 케냐, 아르헨티나 등지에 우주·위성 관련 작전을 지원하는 원격제어(TT&C) 기지를 운영 중이다. 중국은 쿠바에선 2019년부터 4개의 도청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쿠바 북부 해안에 합동 군사훈련 시설을 짓기 위해 쿠바 정부와 협상 중이란 사실이 지난 6월 미국 정부에 의해 확인됐다.
미 국방부는 태평양 섬나라인 바누아투와 솔로몬 제도, 아프리카 나미비아가 최근 수년 사이 중국으로부터 군사기지를 제공해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외에도 인민해방군이 해외 보급 및 기지 인프라 건설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는 곳이 최소 13곳 더 있다고 추정한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군 주둔을 막기 위해 이 중 두 곳인 아랍에미리트(UAE)와 적도기니에 각각 지난 2021년과 2022년 대표단을 보냈다.
FDD는 “중국이 이외에도 싱가포르·인도네시아·스리랑카·앙골라·탄자니아·세이셸 등에서도 항해 거점 마련을 위해 해당 국가와 논의를 벌이고 있다”며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와 관련한 민간 프로젝트도 군사기지나 보급거점을 확보하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전함 수로 미국을 앞지르는 등 양적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해군 전력을 갖고도 지역 해군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것이다. 미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해군이 보유한 전함의 수는 351척으로 미국의 전함수(294척)를 앞선다. 그럼에도 미국과 동맹국의 포위에 막혀 자국 연안을 중심으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미국처럼 해외 곳곳에 자국군이 활동할 거점을 만들어 원거리 작전능력을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인민해방군은 지난 2019년 국방백서에서 “해외 병참 시설 개발 등을 통해 해외이익을 수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FDD는 “중국이 ‘원해 방어’를 강조함에 따라 인민해방군의 임무는 중국 본토에서 믈라카 해협을 거쳐 인도양과 아덴만으로 이어지는 주요 해상수송로(SLOC)를 따라 중국의 무역·에너지·자원 공급로를 확보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CNN은 “중국은 약 750개로 추산되는 미국의 해외 군사시설 네트워크가 세계 안보를 저해하고 해당국 내정에 간섭하는 수단이라고 비난하고 있다”며 “하지만 정작 자국 주변에선 군사력을 내세워 남중국해 대부분 해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대만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이 같은 시도는 일부 지역에선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중국이 공들이는 파키스탄의 전략적 거점 과다르에선 높아진 반중 정서에 중국인을 노린 테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3일에도 엔지니어 등 중국인 23명을 태우고 과다르로 가던 차량 4대를 향한 현지 반군의 폭탄 테러 시도가 있었다. 아프리카에선 쿠데타로 인한 정치적 격변이 변수다. CNN은 “지난 4월 중국과 가봉은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협력 파트너십’으로 격상하고 군사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최근 가봉에서 쿠데타가 발생하며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5만원 여관방, 생선 날랐다…‘조폭 에이스’ 마흔에 닥친 일 | 중앙일보
- 홍진영, 35억 건물주 됐다…고소영 송정동 빌딩 맞은편 5층 건물 | 중앙일보
- "돈 많고 나이 많은 남자 만나라"…미인대회 수상자 이런 말 | 중앙일보
- 北 현송월·이선권 뇌물·부패 의혹…"김정은 '아킬레스건' 될 듯" | 중앙일보
- 3주된 신생아, 야구장 날벼락…파울볼 맞고 두개골 골절됐다 | 중앙일보
- '칼각 질서' 빛난 20만 교사집회..."또 보자" 경찰이 인사 건넸다 | 중앙일보
- 60대 체육교사 극단선택…그 뒤엔 학부모의 감사 요청·고소 있었다 | 중앙일보
- "블랙핑크 최악의 공연"…프랑스 일간지, 제니 콕집어 혹평 무슨일 | 중앙일보
- 밤 되면 사라진다…보온병도 의심 받는 '이재명표 단식' 논란 | 중앙일보
- "마약 안 걸리려면 우리한테 와라"…하얀 가운, 수상한 그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