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해촉 사유 묻자 '잘 모르겠다'만 반복한 방통위
[곽우신, 남소연 기자]
"인사혁신처는 그럼 뭘 근거로 해서 해촉을 했나요?"
"그건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정연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해촉 사유를 묻는 야당 의원의 말에 방송통신위원회 실무자는 "잘 모른다"라는 답 외에는 하지 못했다. 이날 방통위 관계자들은 "제가 답변할 사항이 아니다"라는 답만 이어갔다. 앞서 인사혁신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회계 검사 등을 빌미로, 정연주 전 심의위원장을 포함해 야당 추천 인사들의 해촉을 통보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 아래에 이루어진 일이다. 사실상 명확한 이유 없이 '찍어내기'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
ⓒ 남소연 |
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질의에 나선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배중섭 방통위 기획조정관을 불러 세웠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을 위원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 의도적으로 이동관 위원장이 아닌 실무 담당자를 호명한 것이다. 이날 회의를 시작하면서도, 이동관 위원장의 제안 설명에 반발해 야당 의원들은 잠시 자리를 떠났다가 다시 회의장에 들어오기도 했다.
고민정 의원은 "방통위에서 방심위원장 해촉과 관련해서 통지하셨느냐, 통지할 때 해촉의 이유는 뭐였느냐?"라고 질문했다. 배중섭 기획조정관은 통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저희들은 해촉된 것을 이유 없이, 대통령실에서 나온, 인사처에서 받은 문서를 방심위로 통보만 했다"라고 답했다.
고 의원이 "인사혁신처에서 어떤 근거를 가지고 해촉을 했을 거 아닌가? 사람을 자른 것이다"라고 따져 묻자, 배중섭 조정관은 "아무튼 저희는 인사혁신처로부터 해촉됐다고 하는 인사발령 통지를 받았고 그것을 방심위에 전달을 했을 뿐"이라고 거리를 뒀다. 고 의원은 "그러면 당사자에게는 해촉의 이유를 설명을 안 하신 거다, 어느 누구도"라며 "인사혁신처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이유가 뭔지 검토도 없이 그냥 바로 통지문 하나 달랑 날아가면 끝인가? 방통위 그렇게 허술한가?"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제가 답변할 성질의 것은 아닌 걸로 알고 있다"였다.
고 의원은 이어 조성은 방통위 사무처장를 불러 세웠다. "(방심위) 감사 결과에 대해서 뭐가 가장 큰 문제였느냐?"라는 의원의 질문에, 조성은 사무처장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라며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큰 문제는 위원장 그리고 부위원장 상임위원 세 분의 근태 문제가 좀 크게 문제가 됐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다만 어떤 사안이 해촉 사유로 가장 중요했는지에 대해서는 "경중을 따지는 건 좀 안 맞는 것 같다"라며 '문제'가 아니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봤다"라며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그는 "업무추진비 집행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라고도 첨언했다.
고 의원은 조목조목 따져 나가기 시작했다. 우선, "근태부터 말씀을 드리면 '주의' 통보를 주셨는데, 그 이유가 출퇴근"이라며 "18시 이전에 퇴근한 비율을 보니까 위원장 65.2%, 부위원장 65%, 상임위원은 72.7%"라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그런데 왜 황성욱 상임위원은 해임되지 않았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출퇴근 근태가 문제라면, 일찍 퇴근 비율이 더 높은 여당 추천 상임위원은 왜 징계하지 않고, 야당 추천 인사들만 해촉했는지 형평성을 따져 물은 것이다.
역시나 담당자의 말은 "제가 답변할 그런 사안은 아닌 것 같다"였다.
3만 원 이상 식사가 문제? 여당 추천 상임위원 위반 건수가 더 많아
고 의원은 업무추진비 집행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정연주 전 위원장이) 코로나 방역지침을 위반했던 것, 그러니까 인원수가 초과된 걸 말씀하시는 것 같고 또 하나는 (식사비용이 1인당) 3만 원을 초과한 건수를 말씀하신 것 같다"라며 "코로나 방역 지침 위반한 것이, 여기에는 '4인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7~8인 정도가 먹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이제 (감사 보고서에) 적혀져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테이블을 나눠서 먹을 수 있는 가능성은 없나?"라며 코로나19 방역지침 위반 여부를 엄정하게 따진 것인지 물었다. 하지만 사무처장은 "그런 것까지 저희가 고려하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고 의원은 "지난 인사청문회 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0여 명 정도가 식사를 했던 것이 보도가 된 거 아시지?"라며 "'추후 소명하겠다'라는 답변만 있었고 그 이외에 아무런 조치는 없다"라며 역시 여권의 이중잣대라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식사비용 3만 원 초과 건수에 대해서도 "위원장이 13건이다. 황성욱 상임위원은 24건이다"라며 "13건인 위원장은 해임이 됐고, 24건인 상임위원은 지금 직무대행을 하는 걸로 알고 있다"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보고서 밑에 각주까지 달아서 쓴 거 보니까 '점심에 1인당 4만~5만 원짜리 코스만 판매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라는 내용이 있다. 즉, 3만 원을 초과할 수밖에 없다는 구조"라며 "원희룡 장관 '오마카세' 점심 7만5000원이고, 저녁 16만 원인 식당이었다. 문제 있죠?"라고 꼬집었다.
조 사무처장은 "그건 제가 답할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만 답했다. 고 의원은 "누구는 문제가 되고 뒤에서 잘리기까지 했다"라며 업무추진비 집행에 대한 회계 검사 결과에 대한 처분이 다른 점을 꼬집었다.
이동관 "확인할 길 없지만... 편파 심의가 중대한 사유"
그러자 장제원 과방위 위원장이 이동관 방통위원장에게 답변할 수 있도록 발언 기회를 줬다. 고 의원의 반발에도 장제원 위원장은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정연주 전 방심위원장 해촉과 관련해 추가 설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우선 방심위원장과 부위원장 해촉은 인사혁신처가 여러 가지 자료를 넘겨받아서 검토해서 대통령에게 건의해서 한 거기 때문에 사실은 이쪽에서는 조사만 한 것"이라며 "결과 처분은 인사혁신처에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지금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에 있다"라며 "방통위에서는 회계 검사만 한 결과를 통보한 것이고, 사실은 이 사안의 진짜 중대한 해촉의 사유는 부실 심의, 편파 심의를 했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시민단체에서 고발을 했다. '70% 이상 제대로 심의를 안 했다' 그것이 오히려 더 중대 사유"라며 "그런데 여기(방통위)는 지금 그런 걸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에 그런 걸 총체적으로 감안해서 해촉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중요하지만, 단순히 업무추진비나 근태만 갖고 (해촉)한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업무추진비 집행과 근태 문제가 아니라 방송통신심의 과정이 편파적인 게 더 큰 문제라는 취지의 답변이다. 하지만 편파 심의 여부에 대해서는 해당 감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 방통위에서 '확인할 길이 없'다면서도 해촉이 강행된 사실을 인정한 셈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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