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친박은 없다" 선언 임박?…친박계 총선 전략은

김민석 2023. 9. 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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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하 "정치적 친박 없어…朴, 직접 말씀하실 것"
최경환·우병우 등 총선 출마 예정자 구심력 '삐끗'
당내서도 "중도층에 소구력 없을 것" 비관적 전망
일각선 '이미지 개편' 통한 '험지 출마' 제안하기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오전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치 일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곧 선언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내년 총선을 노리는 옛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의 향후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선언이 실제로 이뤄지면 친박계 인사들의 '각자도생'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당내와 정치권에선 친박들이 차기 총선에서 살아남으려면 중도층 흡수를 위한 이미지 개선 등의 노력을 거쳐야 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는 전날 MBN 방송에 출연해, 친박계 인사들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지원 움직임에 대해 "없다고 본다. 정치적 친박은 없다는 말씀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들의 '친박계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서도 "아주 없다. 주도하는 세력이 있으려면 박 전 대통령 밖에 없는데, 대통령은 그런 생각이 전혀 없다. (대통령이) 직접 말씀하실 기회가 곧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같은 유 변호사의 주장은 그간 박 전 대통령이 내왔던 메시지와 궤를 같이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오전 경북 구미시에 위치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했다. 앞서 대구 팔공산 동화사를 방문한 지 4개월 만에 이뤄진 공개 외출이었는데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은 정치적 메시지와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이 내놓은 발언이라곤 친박계 전직 의원들의 TK(대구·경북) 총선 출마설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최근 인터뷰가 있었다. 그때 나온 내용이 전부"라고 한 것이 다였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 본인은 최근 인터뷰를 한 적이 없다. 구미 방문 직전에 유 변호사가 한 매체와 인터뷰를 했을 뿐이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이 '유 변호사 인터뷰가 곧 내 메시지'라고 무게를 실어준 모양새가 됐다.

유 변호사는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이 "이제 정치하는 사람들과 나를 연관시킬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이 현실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놓은 셈이다.

이처럼 계속되는 박 전 대통령의 '정치 거리두기'에 내년 총선 출마를 노리는 친박계 인사들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옛 친박계 인사들 중 총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인물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오전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고 있다. ⓒ뉴시스

문제는 옛 친박계를 향한 당내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민들의 집단기억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옛 친박계 핵심 인사가 출마할 경우 중도층 표가 떨어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서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지금처럼 이념 논쟁이 거칠어지는 상황에서 친박계가 돌아온다는 메시지가 커지면 당의 중도확장성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며 "핵심 지지층을 포용한다는 전략도 좋지만 늘어나는 무당층을 생각한다면 친박계의 이미지가 좋은 영향을 미칠지를 잘 계산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유승민 전 의원조차 "친박을 했던 분들 중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정치적으로 사면·복권되신 분들이 무소속 출마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그것조차도 수도권 선거에는 상당히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그간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구·경북(TK)에 정치적 연고가 없는 윤석열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과의 접촉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고 관측해왔으나, 실제로는 별반 접촉이 없는 모습이다. 이에 과연 옛 친박계의 원내 진입에 힘이 실릴지 회의감을 갖는 인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옛 친이계가 이재오(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유인촌(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별보좌관), 이동관(방송통신위원장) 등 현 정부에서 중용되고 있는 것과 거리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당과 정치권 일각에선 구심점이 없어진 친박계 인사들이 출마를 노릴 것이라면 이미지 개편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친박계가 나오려고 하는 지역이 전부 TK 같은 우리 당이 쉽게 가는 지역이 아니냐"며 "진짜 당을 위해, 보수를 위해 일하고 싶다면 중도를 끌어안을 수 있는 식의 이미지를 갖춰 험지로 나간다고 하면 진정성을 인정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은 여야를 막론하고 핵심 지지층을 결집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는 시기인 만큼 이 상황에서 다른 방향으로 경쟁력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며 "본인의 필요성을 창출해서 그 필요성이 딴 사람한테 인정을 받게 되는 그림이 친소 관계로 공천을 준다는 이미지를 압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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