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절 열병식'서 또 북중러 회동…최초 3국 정상회담 이어질까
북한이 오는 9일 정권 수립 75주년 기념일(9·9절)에 맞춰 열병식을 개최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북핵 문제는 물론 역내 안보까지 거론하며 한·미·일 3국의 밀착을 과시한 캠프 데이비드 합의에 대응하려는 의도란 해석이 나온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는 지난 2일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9·9절 75주년 기념행사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5년 전 기념일에 중국과 러시아에서 규모가 있는 대표단이 이곳(평양)에 왔다"며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제한으로 인해 훨씬 줄어들 것이지만 러시아의 참가는 상당히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매우 높은 급의 대표단을 보낼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정권수립일은 북한이 중시하는 정주년(5·10년 단위 꺾어지는 해)에 해당한다. 김정은 정권이 대대적인 경축 행사를 벌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 2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민간위성 업체 '플래닛 랩스'가 31일 김일성 광장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이미 열병식을 준비하는 인파로 추정되는 붉은색 물결이 포착되기도 했다.
북한 당국도 지난달 9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8기 7차)에서 9·9절을 기념한 민간무력 열병식을 개최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북한은 이미 지난 2월과 7월에 열린 정규군 위주의 열병식을 했다. 한해 동안 세차례 열병식을 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로, 외교가에선 2021년 정권 수립 73주년 열병식 당시와 같이 이번에도 노동적위대와 안전무력 등 예비전력이 주축을 이룰 거란 관측이 나온다.
열병식엔 중국과 러시아의 고위급 인사가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 양국은 5년 전인 2018년 9월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 행사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했다. 당시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핵심 측근 중 한 명으로 꼽혔던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연방의회 상원의장을, 중국은 공산당 서열 3위이자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측근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각각 대표 단장으로 보내며 3국 간 연대를 과시했다.
특히 이번 열병식을 계기로 한 북·중·러 고위급 회동은 향후 최초의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 간에는 최고위급 양자 접촉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일 "조만간 중국 주석(시진핑)과 회담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에 앞선 지난달 29일엔 러시아 크렘린궁을 통해 "러시아와 중국의 최고위급 접촉 일정이 조율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중·러 정상의 만남은 다음달 중국에서 열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 포럼'이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번 포럼엔 김정은이 깜짝 등판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북·중·러 정상 회담이 성사된다면 이는 김정은 집권 이후 처음 있는 일이 된다.
최초의 북·중·러 정상회담의 계기가 될 수도 있는 이번 열병식과 관련 정대진 원주한라대 교수는 "특히 중국이 대표단장으로 누구를 보내는냐가 이번 열병식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라며 "미·중 전략경쟁 와중에서 북한에 불필요하게 연루되지 않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지만, 북·중·러 3국 정상회담을 감안할 경우 예상 외의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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