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줍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최효진 기자]
#1. 삽교 두리의 70대 부부, 이들은 기초생활수급자다. 자식 둘이 있지만 부양능력이 없어 기초생활수급자로 한 달 100여만 원을 받고 있다. 이들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부부 모두가 폐지를 모아 팔았다.
지금은 남편이 다리를 다치면서 부인 혼자 일한 지 2개월이 넘었다. 부부는 하루라도 폐지를 줍지 않으면 기존에 폐지를 주던 가게들을 놓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폐지가 격은 40원이다. 한창 오를 때는 120원까지 올랐지만 가격도 반으로 줄어 두 부부가 더욱 힘들어한다.
#2. 신례원에 사는 70대 부부는 1톤 트럭을 이용해 폐지와 비닐 등을 싣고 고물상에 다녔다. 하지만 폐지수거는 멈추고 비닐 같은 것만 싣고 온다. 폐지는 가격이 떨어져 기름값도 안 나온다. 동네 이웃들은 이장에게 부탁해 기초생활수급자라도 신청하라고 하지만 자식들 욕 먹이는 것 같아 그만뒀다.
▲ 폐지를 올려 놓은 리어커가 덩그러니 서 있다. |
ⓒ <무한정보> 최효진 |
폭염 속에서도 계속되는 '노인 노동'이 문제 되고 있다. 폐지 가격 폭락으로 벌이도 좋지 못한 상황이지만 어쩔 수 없는 노동을 해야만 한다. 군은 기초생활수급자와 노인일자리 사업 사이 노인들에 대해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 폐지(골판지) 1kg당 가격은 충남이 62.5원으로 조사됐다. 작년 7월 가격인 145원보다 무려 82.5원이나 떨어진 가격이다. 폐지가격이 100원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22년 10월부터다.
포장상자 등의 원료로 쓰이는 골판지는 폐지를 재활용한 대표 품목이다. 경기가 둔화하면서 포장 제품 수요가 줄고, 폐지가격도 내렸다. 민간 경제성장률과 연동되는 것이 폐지 사용량인 셈이다.
예산 지역 고물상에서 매입하는 가격도 40원~50원대다. 예산읍의 고물상 주인은 "작년에 최고로 많이 쳐 준 것이 120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꾸준히 오는 어르신에게는 50원을 주고, 가끔 오는 분들에게는 40원만 준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여성 노인들은 40kg~50kg, 남성 노인들은 100kg~150kg까지 들고 온다. 폭염 속에서 일할 경우 지난해엔 4800원~1만 8000원 정도를 받았지만, 올해는 1600~6000원을 받는다.
트럭을 이용한 수거자의 경우 일정하지는 않지만 트럭 한 대가 수거하는 종이박스는 대략 500~600kg이다. 시세가 올라 트럭 한 대가 들어오면 예전에는 계산상 4만 8000원~6만 원 사이였지만 지금은 2만 원~2만 4000원 사이다.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노인층은 현실적으로 폐지를 줍는 일이 가장 접근하기 좋다. 시골의 경우 노인들은 경작할 만한 땅이 있지만 이것마저 없는 도심 지역의 경우 연금 등과 함께 폐지줍기 등으로 벌이하고 있다.
신례원의 한 고물상 주인은 "읍내에서 폐지를 줍는 사람은 겨우 몸 누일 집밖에 없다. 시골의 경우는 짓던 농사를 계속하고 살겠지만, 이 사람들은 땅 한 평도 가질 형편이 안 되니 마지막에는 폐지나 고물들을 주워 가져 온다"고 말했다.
2023년 7월 기준 예산 지역 내 65세 이상 어르신은 1만 2943명이다. 군에 따르면 기초생활 생계급여를 받는 어르신은 1414명이다. 65세 이상 어르신 중 10.9%가 최저생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생계급여 지급기준은 1인 가구일 시 62만 3368원이고 2인 가구는 103만 6846원이다. 다른 소득(기초연금 등)이 지급된다면 생계급여가 깎이는 구조다.
그나마 몸을 움직일 수 있으나 노동시장에 적극 참여하기 어려운 노인들은 일상 유지를 위한 '수입'을 바라고 폐지줍기에 나서는 것이 현실이다. 노인노동이 폭염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는 이유다.
노인복지정책 절실한 시점
군은 폐지 줍기 대신 공공 혹은 노인일자리에 지원하라고 한다. 예산의 경우 2023년 노인일자리는 1835개다.
군 관계자는 "예산이 한정돼 있지만 일자리 지원자 100% 취업이 가능하다"며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일자리도 기초생활수급 대상 어르신들은 '중복지원' 문제로 자격 자체가 없다.
예산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 역시 이미 16.42%를 넘어서고 있다. 이미 고령사회이며, 20%가 기준인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두고 있다. 군이 보다 기초생활 수급자의 적극적이고 세심한 노인복지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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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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