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의 의문 "윤미향 의원이 왜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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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상 대전충청 기자]
▲ 지난 1일 요코아미초 조선인희생자추모행사 중 추모비에 헌화하기 위해 기다리는 윤미향 의원. |
ⓒ 윤미향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
"이 뉴스가 정말입니까? 한국의 윤미향 국회의원이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년 도쿄 동포 추도식에 갔다고 한국 언론과 여당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게 맞나요?"
지난 2일 저녁 7시 30분. 일본 규슈 구마모토시에 머물고 있는 기자가 묵고 있는 호텔로 다나카 노부유키씨(73)가 달려왔다.
교과서네트워크 구마모토의 사무국장인 그는 전날 구마모토시 국제교류관에서 개최한 '9.1 관동대지진 100년-조선인 중국인 학살을 기억하는 집회'(아래 학살 기억집회)를 주최한 실행위원 중 한 명이다. 그는 이날 학살 기억집회의 사회자이기도 했다. 기자 또한 이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구마모토를 찾았다.
구마모토는 관동(간토) 지역과는 1000km 넘게 떨어져 있다. 하지만 다나카씨는 수천 명을 단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군대·경찰·자경단·일본 국민이 일체가 돼 닥치는 대로 죽인 이 사건을 일본인들이 꼭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일본 내에서 더 이상의 차별을 막고 여러 민족이 공존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이날 관동지역이 아닌 구마모토 지역에서 100주년 기억 집회가 유일하게 열린 이유이기도 했다.
그는 일본 시민들에게 한 명이라도 더 사건을 알려야겠다는 욕심에 지난 6월부터 일터와 삶터에서 시간을 쪼개 행사를 홍보해 왔단다.
이날 행사장에는 다나카씨도 놀랄만큼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참여했다. 1000엔(약 1만원)의 참가비를 내고 일본 시민 140여 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이 중에는 젊은 대학생들도 있었다. 참석한 일본 시민들은 사건의 진상을 듣고 사건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또 일본 정부를 향해 변명을 멈추고 학살의 책임을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선언을 채택했다.
이런 다나카씨에게 도쿄에서 열린 추도식에 한국의 국회의원이 참여한 것을 문제 삼는 일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가 이어 물었다.
"일본 언론에서도 도쿄 집회의 의미를 알리는 보도가 많았습니다. 여기에 왜 한국의 국회의원이 참여하면 안 되죠?"
다나카씨는 윤미향 의원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서 일하던 때에 만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을 방문해 전쟁 시기 일본이 저지른 종군위안부 문제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과는 또 다른 인연도 있다. 그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창립 20돌인 지난 2010년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참전 당시 자신의 아버지(무토 아키이찌)의 일기를 기증했다. 그 일기에는 중일전쟁 당시 중국에 있던 군 위안소를 찾은 기록이 담겨있다. 부친의 일기는 일본이 위안소를 운영한 거증자료의 하나로 서울에 있는 '전쟁과 여성 인권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그는 당시 아버지의 치부가 담긴 일기를 세상에 공개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 지난 1일 오후 2시. 일본 남단 규슈지역 구마모토현 국제교류관 6층 강당에서 열린 '9.1 관동대지진 100년 - 조선인 중국인 학살을 기억하는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희생자들을 기리는 묵념을 하고 있다. |
ⓒ 심규상 |
그는 또 지난 2007년부터는 지난 2019년까지 거의 매년 일본인 수십 명을 조직해 천안의 독립기념관을 찾아 숙식하며 한국 근현대사를 공부했다. 특히 일제 침략사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전문가 수준이다.
그는 한국에서 배운 역사를 토대로 구마모토현 교육위원회가 역사 왜곡 교과서에 기술돼 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부분을 삭제하려고 하거나 역사 왜곡 교과서를 채택하려고 할 때마다 앞장서 반대운동을 벌여 왔다.
이번 만남에서 그는 공개한 '아버지 일기'에 대한 뒷얘기도 전했다.
"아버지의 일기에는 위안소 출입 기록뿐만 아니라 난징대학살의 끔찍한 현장을 목격한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아버지 일기'를 출판했습니다. 기회가 되면 일본에서, 한국에서, 북한에서도 '아버지 일기'를 출판하고 싶습니다."
그가 계속 물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아래 총련)도 같은 피해자인데 조선인 학살 추도식을 주최해서는 안 되나요? 이런 일은 총련이든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이든, 한국이든, 북한이든 가리지 않고 함께 힘을 모아야 하지 않나요? 추도식에 참석한 게 왜 문제가 되죠? 오히려 행사에 한국의 국회의원과 시민들이 더 많이 왔어야 하지 않나요?"
기자는 문제제기가 나온 건 맞지만 조선인 희생자를 추모하고 진상을 규명하자는 집회이고 동의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가능한 행사였으니 이성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윤미향 무소속 의원 제명을 요구했다. 총련이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라며 색깔론 몰이에 나섰다. 통일부는 윤 의원이 총련 구성원을 접촉하기 위해서는 사전 접촉신고 및 수리가 필요한데 신고를 하지 않아 현행법 위반이라며 과태료 부과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쯤되면 정부도, 여당도 집단 이성 상실이다. 현장을 취재한 언론 기자들은 물론 조총련이 일본 정부에 요구한 조선인 대학살 진상규명 요구에 동의하는 한국민까지 다 찾아 처벌해야 한다고 하지 않을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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