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이 좋은 건 알겠는데 실천은 너무 어렵다
2021년 가을, 암진단이 대지진이었다면, 지금은 여진 중입니다. 흔들흔들! 흔들리며 '나다움'을 회복해 가는 여정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기자말>
[박미연 기자]
암은 생활습관병이다. 생활습관을 고쳐야 낫는다는 말이다. 여러가지 습관 중에 나의 음식 습관은 80% 이상 잘 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암 진단 받고 바로 현미채식을 했으니까. 육류는 말할 것도 없고 생선조차 먹지 않았었다. 나의 관심은 온통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지 않느냐에 있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게 있다고 한다. 바로 '어떻게 먹느냐?'
요양 병원에 입원하고 나서도 '어떻게 먹느냐'에 관심이 없었다. 현미밥이 부드럽고 맛있고 소화까지 잘 되었으니까. 배터지게 먹는 것도 아니고.... 이정도면 됐지! 이렇게 몇 개월을 아무 문제 의식 없이 살찌우는 데에만 관심을 가졌다.
이런 내게 이재형 원장님이 그렇게 강조했던 '소식'이라는 말이 훅 들어왔다. 정상 범위이지만 야금야금 올라가는 종양표지자가 '소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든 것이다.
어떻게 소식을 실천하지? 소식을 해야 되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여전히 동력이 부족했다. 이때 독서 모임에서 한 환우가 <소식주의자>를 추천했다. 하늘이 돕는다는 게 이런 건가?
▲ 나의 관심은 온통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지 않느냐에 있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게 있다고 한다. 바로 '어떻게 먹느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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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주의에 대해 저자의 생각이 가장 잘 드러나고, 이 책의 대전제가 되는 단락을 꼽는다면 다음과 같다.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사람은 누구라도 하늘에서 주어진 일정한 식사량이 있다는 뜻입니다. 일정량의 식사량이 주어져 있기 때문에 30년에 걸쳐 과식하고 포식하는 사람은 30세를 살고, 100년에 걸쳐 절제하여 소식하는 사람은 100세를 산다는 말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함부로 욕심을 내어 먹는 사람은 하늘의 법칙을 파괴하는 사람입니다. - 18쪽
이 문단을 처음 접했을 때, 참 엉뚱하게 들렸다. 그러나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난다, 현미밥처럼. 하늘에서 주어진 일정한 식사량이 있다! 대식하며 30년을 살 것인가, 소식하며 100년을 살 것인가? 사람의 생명이 밥을 어떻게 먹느냐에 달려있다!
저자에 의하면 많이 먹으라는 말은 저주다. 음식을 탐하고 대식하면 장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식하고 폭식하는 것은 "자기 목숨을 과녁으로 해서 활을 쏘는 것"과 같단다. 반면 소식하고 조식(밥 한 그릇에 반찬 하나)하면 몸과 마음이 굳건해지고 병에 걸리지 않는다. 무서운 병에 걸린 중환자라도 소식과 조식으로 고칠 수 있다고 한다.
소식이 좋은 건 알겠는데, 잘 실천이 되지 않는다. 일단은 음식이 너무 맛있고... 살빠지는 것이 무섭다. 식탐과 두려움이 소식을 하는데 장애물인 셈이다. 현미채식을 하고 10kg 이상 빠졌으니, 더 빠지면 안 될 것 같다. 원장님은 마라톤 선수처럼 되라고 하지만... 몸매로 치자면 난 이미 마라토너인 걸?
얼마전부터 아침 단식을 하고 있다. 점심도 저녁도 양을 조금씩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가끔 힐링터치하는 선생님들의 식판을 보면 나보다 적게 먹는다. 어떻게 저렇게 조금 먹고, 하루 종일 일하시지? '식탐이 사망을 낳는다'는 미즈노 남보쿠의 말을 기억해야겠다. 식당에 내려갈 때마다 외쳐야 하나? 음식이 무섭다!
소식은 하늘의 이치다
미즈노 남보쿠에 의하면, 소식은 하늘의 법칙이다. 음식을 먹는 행위가 하늘과 맞닿아 있는 신성한 행위라는 말이다. 먹는 게 단순히 생존을 위한 것만도, 식욕을 채우기 위한 것만도 아니라는 이야기다. 소식은 정신을 다스리는 데서 우주만물의 진리와 신의 존재를 깨닫기까지 어머어마한 보물단지다. 그렇다면 소식을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소식주의자>로 책모임을 하고 나니,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나에게 단식이라는 미션이 주어졌다. 3일 단식 후 보식을 할 때 한 수저 한 수저 내 입속에 들어오는 음식물이 얼마나 소중하던지! 신성한 의식을 치르듯 기도하는 마음으로 먹었다. 단식까지 했으니 소식은 아주 쉽게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소식이 길임을 안다고 바로 실천이 되지 않는다.
단식 전의 3분의 2가량을 식판에 뜨지만, 그 양도 많은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식판을 훔쳐보면 나보다 적게 뜬 사람들이 많다. 내가 소식을 한다고 말할 수 있나? '다음 식사는 조금 더 적게' 속으로 다짐하지만...
소식을 실천하면 하늘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고 하는데... 쉬운 것 같지만 쉽지 않은 소식! 아침을 단식하면서 점심 식사가 엄청 기다려지고, 오후 4시만 되면 저녁 식사가 기다려진다. 공복 상태로 있는 것이 쉽지 않다. 하늘의 법 대로 사는 게 실로 어렵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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