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정신과 개업 급증… 공동체 감각 소홀히 한 부작용 터지는 것”

김남중 2023. 9. 4.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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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이 늘고 있다.

김 박사는 4일 오전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강남에 정신과 개업이 엄청나게 늘고 있다. 선릉역 주변에 보면 정신과의원이 엄청나게 많다"면서 "강남에서 돈 중심 세계에서 살다 보니 관계를 형성하는 데 서툴고, 관계 속에서 평안과 만족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들 굉장히 외로운 상태다. 그래서 우울증, 불면증, 마약 중독 등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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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의사 김정일 ‘강남은 거대한 정신병동이다’ 출간
정신과의사 김정일 박사가 4일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자신의 책 '강남은 거대한 정신병동이다'를 들어보이고 있다. 지식공작소 제공


정신질환이 늘고 있다. 우울증,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마약, 자살 등의 급격한 증가는 현재 한국인들의 정신건강이 위기라는 걸 말해준다.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묻지마 범죄’나 ‘사이코패스 범죄’ 역시 정신적 문제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정신과의사 김정일(65) 박사가 쓴 책 ‘강남은 거대한 정신병동이다’(지식공작소)는 한국 최고의 부촌인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한국인의 정신건강 실태를 보고하는 책이다. 김 박사는 1995년 강남에서 정신과의원을 개업한 이후 30년 가까이 운영하고 있다.

김 박사는 4일 오전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강남에 정신과 개업이 엄청나게 늘고 있다. 선릉역 주변에 보면 정신과의원이 엄청나게 많다”면서 “강남에서 돈 중심 세계에서 살다 보니 관계를 형성하는 데 서툴고, 관계 속에서 평안과 만족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들 굉장히 외로운 상태다. 그래서 우울증, 불면증, 마약 중독 등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을 찾는 사람들에 대해서 “불면증이 제일 많다. 그 다음이 우울증이다. 그리고 불안증도 많다”면서 “사람을 안 믿는다. 환자들에게 ‘사람을 믿느냐?’는 질문을 매번 하는데, 99.9%가 안 믿는다고 답한다. 사람도 안 믿고 말도 안 믿다. 그래서 말을 섞고 싶어하지 않고, 사람들과 엮이는 걸 두려워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강남에 마약이나 인터넷 도박이 너무 심각하다. 엑스터시, 케타민, 프로포폴 등 약물 중독도 심각하다”면서 “성형이나 정신과, 프로포폴에 돈을 다 쓴다. 관계를 통해서 만족을 얻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을 하기 싫으니까 쉽게 약물을 통해서 해소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급격하게 늘어나는 정신질환을 보면서 그는 “공동체 감각을 소홀히 한 부작용이 요즘 터지는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자기만 잘 살고 내 자식만 잘 살고, 그렇게 부모들이 ‘악마적인 인색함’을 가지고 이기적으로 행동하게 되면 자식들도 그렇게 간다”며 “이기적으로 자라난 자식이 사회에서 잘 살 수 없다. 공부도 잘 하고 허우대도 멀쩡한데, 직장이나 결혼 등 관계로 나가면 다 깨진다. 그러면 자식들은 죽고 싶다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김은혜 사건이나 피프티피프티 사건을 보면서 돈 중심의 한국 현대 문화가 굉장히 파렴치해지고 있다고 느낀다”면서 “돈만 챙길 수 있으면 상대가 어떤 고통 받든지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젊은 애들이 그렇게 한다는 게 더욱 끔찍하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한 답은 관계에 있다. 그는 “결국 사람을 자꾸 만나야 한다”며 “특히 어렸을 때, 대인관계나 사회관계를 많이 하게 해야 한다.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 하고”라고 얘기했다.

이어 “공동체 감각이 높아져야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강조했다. “이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공동체 감각을 손해라고 생각하는데, 이기적으로 살면 관계를 잘 맺을 수 없어 외로워지고 결국 살맛이 안 난다. 그러니까 우울증, 불안, 불면 등이 늘어난다.”

책은 묻지마범죄에서 시작해 피프티피프티 사건까지 다룬다. 또 아이를 끝없이 몰아치고 돈만 추구하는 강남의 문화를 비판하고 우울증, 불면증, 공황장애, 마약·도박 중독, 자살 등을 짚어본다.

김 박사는 책 제목이 자극적이라는 얘기에 대해서는 “한 여성 환자가 했던 말”이라며 “친구들하고 얘기해보니까 서울이 정신병동이고 대한민국이 정신병동이라고 얘기하더라”고 설명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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