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참여, 오늘은 주선”…단체 소개팅에 모인 2030 [쿠키청년기자단]
이성 만남을 위해 플랫폼을 통한 단체 소개팅을 하는 청년이 증가하고 있다. 단순 참여를 넘어 단체 소개팅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청년도 등장했다.
단체 소개팅 예능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방영한 연애 프로그램 ‘나는 솔로’, ‘하트시그널’, ’환승연애’는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았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짝을 찾는 것이 이들 프로그램의 전반 줄거리다. 출연자 수와 합숙 기간 등 세부적인 진행방식이나 규칙은 방송사마다 달라도, 게임과 대화를 통해 원하는 이성과 매칭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K-콘텐츠 분석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지난 8월 마지막 주 TV-OTT 부문 화제성 조사에서 단체 소개팅 예능 하트시그널 4는 3위(화제성 점유율 4.89%), 나는 솔로는 4위(화제성 점유율 3.77%)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종영한 환승연애도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진행한 2022년 10월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설문조사에서 20위를 기록했다.
프로그램의 인기에 힘입어 각종 플랫폼과 지자체에서 이를 본뜬 단체 소개팅을 내놓았다. 청년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 7월 진행한 경기 성남시의 단체 소개팅 ‘솔로몬의 선택’은 수도권에서 대규모로 개최된 최초의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소개팅이었다. 모집인원 200명의 행사에 1188명(남성 802명, 여성 386명)이 지원했다. 참여자들은 커플 게임, 저녁 식사, 와인 파티 등을 통해 원하는 인연을 찾았다.
한 취미 여행 플랫폼에서도 단체 소개팅 상품을 선보였다. 진행방식은 단체 데이팅 프로그램과 유사하다. 남녀 참가자 각각 4~6명이 같은 숙소에서 합숙하며 단체게임, 파티, 1:1 데이트 등을 통해 짝을 찾는 방식이다. 다른 모임 주선 플랫폼은 지난여름 단체 소개팅 상품 ‘한강 시그널 하우스’를 내놨다. 지정된 장소로 귀가하여 함께 생활하는 점, 초반부에는 참가자의 나이와 직업을 숨긴 채 대화를 나누는 점 등 연예 예능 하트시그널의 규칙을 일부 각색했다. 2021년 1월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을 때 30개에 불과했던 누적 모임 수는 2년 만에 11만5400개로 늘어났다. 누적 회원 가입 수는 2022년 연말 기준 43만명에 달한다.
청년들이 단체 소개팅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약 5번의 단체 소개팅에 참여했던 김모(37·남)씨는 “최근 연애 프로그램이 유행하면서 단체 소개팅에 관심이 생겼다”며 “플랫폼에는 다양한 컨셉의 단체 소개팅이 많다. 방송에 나온 것처럼 함께 놀고 대화하면서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참여 계기를 설명했다.
단체 소개팅에 나간 목적을 묻자, 김씨는 “좋은 사람을 만날 확률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답했다. 실제 모바일 플랫폼에서는 참여비 약 2~5만원만 내면 손쉽게 여러 이성과 단체 소개팅을 할 수 있다. 성남시 단체 소개팅에 지원한 이민철(36·남)씨 또한 “일상에서 새로운 이성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 단체 소개팅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자체가 주선한 단체 소개팅에는 서류상 검증된 사람이 나온다는 점도 신뢰가 갔다”고 덧붙였다.
단체 소개팅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이를 상품화하여 판매하는 청년들도 등장했다. 플랫폼 애플리케이션만 있다면 누구나 호스트가 될 수 있다는 점, 장소 섭외와 콘텐츠 및 재료에 필요한 초기 자본이 덜 든다는 점 때문에 소개팅 판매는 매력적인 수입원이 됐다. 오프라인으로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 건 사람의 보편적인 심리다. 꾸준한 수요가 있으니 기발한 콘셉트를 잡고 기획을 잘한다면 어렵지 않게 참여자를 모을 수 있다.
모임 플랫폼에서 활동하던 이모(36·여)씨도 올해 초 단체 소개팅 주선을 시작했다. MBTI와 사주가 주된 콘셉트라는 점은 지난 4월 티빙에서 방영한 연예 예능 ‘MBTI vs 사주’와 유사하다. 둘 다 MBTI와 사주 궁합을 통해 남녀를 매칭한다. 5만원의 참가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20대 후반에서 30대 사이의 남녀 70명이 이씨의 소개팅을 찾았다.
이씨의 소개팅에는 한 회당 남녀 각각 5명이 참여한다. 참여자는 사주와 MBTI를 기반으로 가장 궁합이 좋은 이성과 먼저 15분 동안 1:1 대화를 나눈다. 이후 다른 이성들과도 차례로 돌아가며 1:1 대화를 진행한 후, 참여자 전원이 함께 저녁을 먹으며 단체 대화를 진행한다. 주된 대화 주제는 서로의 성격과 궁합, 첫인상 등이다. 이씨는 “단체 소개팅 특성상 참여자들이 상대에 대한 사전 정보를 알기 어렵다. 사주와 성향을 기반으로 상대를 더 잘 이해하고, 서로가 왜 좋은 짝인지 설명하기 위해 사주 소개팅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직장에 다니고 있는 문다혜(29·여)씨도 지난 3월 부업으로 소개팅 카페 운영을 시작했다. 연예인들이 맞선 전문 카페를 운영하며 일반인들의 맞선을 지켜보는 내용의 연애 프로그램 ‘선다방’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했다. 과거 카페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력을 살려 소개팅만을 위한 카페를 오픈했다. 문씨는 자신의 소개팅 카페를 ‘카메라 없는 리얼리티’에 비유하며 “연애 예능을 즐겨보는 입장으로써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단체 소개팅을 기획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4개월 만에 문씨의 소개팅에는 1000명이 넘는 사람이 방문했다.
주선자들은 단체 소개팅의 인기 비결에 대해 시간과 비용의 최소화를 들었다. 문씨는 “경험상 1:1 소개팅의 경우,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밥을 먹고 예의상 카페까지 가야 한다. 하지만 단체 소개팅에서는 3만원 정도의 참여비만 내면 5명 이상의 이성을 만나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모임 플랫폼의 간편성과 직관성도 가성비에 기여했다.
박은지 쿠키청년기자 apples2000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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