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단식 놓고 당내 계파 갈등…이상민 "정치에 대한 포기"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단식을 놓고 계파 간 갈등을 드러냈다. 친명(친이재명)계에선 이 대표의 단식으로 “당내 리더십이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비명계에선 “정치 포기”라고 비판했다.
친명계인 김용민 의원은 4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단식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당내의 리더십이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의원은 “당대표를 중심으로 한목소리를내야 한다고 (의견이) 모일 수 있을 것”이라며 “동조 단식을 하려는 의원들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출퇴근 단식’이라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선 “당직자와 경호 인력 등 주변 사람들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선택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특히 대여 투쟁과 관련, ‘윤석열 대통령 탄핵’ 주장도 반복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이 단독으로 탄핵 발의가 가능하기 때문에 여러 조치를 병행하면서 힘을 모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비명계이상민의원은 이 대표의 ‘무기한 단식 투쟁’에 대해 “이것 또한 정치에 대한 포기”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식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민주당 의원으로서 상당히 난감하고 착잡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대표가 단식의 명분으로 내세운 그런 이유들은 충분히 합당하고 그분의 뜻은 알겠다”면서도 “(단식이) 유효 적절한지 국민들의 집중도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는 점에서 의문을 갖은 견해들이 상당히 많다”고 했다.
또 “우리가 내부 개혁을 통해 국민에게 신뢰를 드리고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돼야 하는데 자칫 충격요법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나 검찰의 정략적인 의도는 충분히 알겠지만 그렇다고 이것을 단식으로 과연 제재할 수가 있느냐는 점에서는 또 윤 대통령이나 검찰들이 폭주하고 있고 정략적으로 악용하고 있기 때문에 지혜를 잘 발휘해서 정치적 유용성을 갖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국민들 여론이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다”며 “강성 열성 지지자들은 이 대표의 단식에 대해 동조해야 하지 않냐는 주장도 하지만 여론의 흐름은 좀 냉담하다. 이 대표뿐만 아니라 정치권 전체에 대한 반감까지 작용해서 국민 여론의 뒷받침도 잘 못 받지 않나 하는 걱정도 든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이 대표를 격려한 것에 대해 “문 대통령으로선 이 대표가 극단적인 대정부 투쟁을 하는 것을 격려한 것”이라며 “이것에 대해선 비판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문 대통령도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걱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대표가 단식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단식 중단 시점에 대해선 “이 대표가 국민과 민생을 생각해서 지금 회기 중에 있으니 공익과 대의명분에 쫓아 스스로 단식을 멈추는 것이 지혜롭다”고 했다.
그는 “만약 이게 끝까지 갈 경우에 사실 감당하기 어려운 사태도 생길 수 있다”며 “마구 달리는 것도 용기지만 적당한 때 멈추는 것도 큰 용기”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소환 문제를 놓고 검찰과 신경전을 벌이는 데 대해선 “지금 검찰이 하는 것을 보면 제1야당 대표를 구속시키는 것이 목적이고 정치적으로 흠집 내는 것이 목적이지 않나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국가 사법권의 의도나 순수성이 완전히 훼손되고 검찰한테도 이것이 오히려 역작용이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본인의 체포동의안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으니 이재명 대표가 선제적으로 이런 소리는 더 이상 나오지 않게끔 정리할 필요는 있다”며 “영장 심사를 받겠다. 그리고 체포동의안 표결 절차가 들어오면 가결해 달라고 선언하고 당내 이견을 정리해야 쓸데없는 국민적 의심이나 논란을 피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한편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지 5일째를 맞이한 이 대표가 야당 대표의 책무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란 뜻을 재차 밝혔다. 당 안팎에서 정기국회 중 제1야당 대표의 단식이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한 답변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야당 대표가 국회에서 싸워야지, 단식하면 되겠느냐’는 말도 많이 듣는다. 맞는 말씀”이라며 “그 책무를 결코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정치의 더 큰 책무는 국민이 겪는 절망감에 공감하는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이 대표는 “국민을 포기한 정권과 야당으로서의 제도적 한계, 나아가 협치가 실종된 정국까지 막아내고 지켜내야 할 것들이 한 둘이 아닌 상황에서 한발짝이라도 나아가려면 온 힘을 다해야 한다”며 “국회에서 하는 것만으로는 국민의 절박한 삶과 끓어오르는 외침에 응답하기 역부족”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산을 나눠주는 것이 통치라면, 우산이 부족할 때 함께 비 맞는 것이 정치”라고 부연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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