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소환조사 불발… 檢 "유감" vs 李측 "다음주 소환 요청 응할 것"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제3자뇌물 혐의를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4일 검찰 조사가 무산됐다. 검찰은 유감을 표했고, 이 대표 측은 "다음주 소환을 통보하면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양측은 곧 소환일정을 재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검은 이날 오전 "피의자 조사 절차가 이 대표의 불출석으로 무산됐다"며 "검찰은 국회 일정이 없는 날짜를 택해 사전에 미리 충분한 기간을 두고 출석을 요청했지만 끝내 2회 연속 불출석한 결과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이 대표의 단식으로 피의자 조사에 지장이 초래되고 있어 현재 진행되는 수사와 재판 및 국회 일정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향후 형사사법 절차를 진행할 것이며 일반적인 피의자 출석과 조사에 관한 절차에 응해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전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주는 국회 일정상 조사가 불가능하다"며 "예고한 대로 다음주 소환 요청이 있으면 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대표 측에 한 차례 더 출석을 요구하고 조사 일정을 다시 조율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대표의 검찰 출석은 국회 본회의가 없는 오는 11~15일이 유력해보인다. 다만 조사 일정이 최종 결정될 때까지 양측의 기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와 이 대표 측은 서로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소환조사 일정을 두고 여러 번 충돌했다. 애초 지난달 30일 검찰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았던 이 대표 측은 검찰이 지난달 31일 요구한 4일 조사에 난색을 보였다가 지난 1일 돌연 "4일 출석해 오전 중 2시간만 조사받고 나머지는 11~15일 중에 출석하겠다"고 검찰에 통보했다. 검찰은 이에 "2시간 조사는 받아들일 수 없고, (출석하면) 전체 조사를 진행하겠다"며 이 대표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대표가 거듭 검찰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일각에선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조사를 포기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없이 바로 불구속 기소하는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가 연루된 내용을 이 대표 본인에게 확인하는 절차는 꼭 필요해 보이고, 조사 과정에서 새로운 정황을 확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 입장에선 이 대표 측이 법정에서 내세울 방어 논리도 소환조사를 통해 미리 파악할 필요가 있다.
검찰은 그간의 '대북송금' 사건에 대한 수사를 보강하고 오는 5일 수원지법에서 있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 상황도 지켜봐야 한다. 이 전 부지사가 지난 6월경 검찰 조사에서 내놓은 것으로 알려진 "이 대표에게 쌍방울의 대북송금 건을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법정에서도 언급할지가 관건이다. 법정에서 이 전 부지사의 달라진 입장이 재차 확인된다면 이 대표의 혐의가 더욱 명확해져 검찰의 소환조사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검찰은 지난달 말 이 대표를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제3자뇌물'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공식적으로 이 사건의 '피의자'가 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도지사의 방북을 추진하면서 북한이 요구한 방북비용 300만달러를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대납하는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부지사의 번복된 진술과 경기도 및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 등을 검토한 검찰은 이 대표에게도 제3자뇌물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 대표는 오는 1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및 성남FC후원금 뇌물 혐의' 첫 재판에도 나가야 한다. 하지만 지난 1일부터 이 대표가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가면서 재판 출석 여부가 불확실해졌다. 지난 1일 공판준비기일에 재판부가 "이 대표가 단식을 하던데, 재판 출석이 가능한가"라고 묻자, 이 대표 측 변호인은 "9월 15일이면 몸 상태가 매우 안 좋아서 출석 자체가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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