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통일교 해산명령 청구 방침"…옴진리교 등에 이어 세 번째
일본 정부가 고액 헌금 등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구 통일교·이하 가정연합)에 대해 법원에 해산 명령을 청구하기로 방침을 굳혔다고 마이니치신문 등이 4일 보도했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정부에 의해 해산된 종교 법인은 사린 가스 테러를 일으킨 옴진리교, 사기 사건을 벌였던 묘카쿠지(明覚寺) 등 2곳뿐이다.
마이니치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가정연합이 이른바 '영감상법'(靈感商法)이나 고액 헌금 등에 조직적으로 관여했다는 점이 민사 판결 등에서 여러 차례 인정돼, 종교법인법의 해산 명령 요건인 법령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영감상법이란 특정 상품을 구입하면 귀신을 물리칠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을 믿게 해 평범한 물건을 고액에 판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일본 종교법인법 81조는 "법령을 위반해 현저히 공공의 복지를 해쳤다고 분명히 인정되는 행위" 등이 있을 경우 정부가 해산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마이니치에 따르면 그동안 가정연합이 고액 헌금이나 영감상법 등을 둘러싸고 민사소송에서 배상 판결을 받은 경우는 총 22건, 손해배상액은 약 14억엔(약 126억원)에 달한다. 피해자 조사 결과 교단의 정체를 숨긴 수법 등이 전국적으로 유사해 교단이 조직적으로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해산명령' 내려지면 세제 혜택 등 못 받아
통일교 문제는 지난해 7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피격 사건 이후 불거졌다. 당시 살해범인 야마가미 데쓰야(山上徹也)는 "어머니가 통일교에 거액을 기부해 가정이 파탄 났다"며 아베 전 총리가 통일교와 관련이 깊다고 생각해 살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후 일본 정부가 조사에 들어갔고, 고액 헌금 등의 문제가 속속 드러나며 여론이 악화했다.
문부과학성은 그동안 일곱 차례의 질문권을 행사해 교단의 거액 헌금이나 해외 송금, 조직 운영 등 600여 항목에 대한 자료 보고를 요구했으나 교단은 이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자료 제출 거부 등을 들어 이달 중 가정연합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행정 제재에 나선다.
정부가 도쿄지방재판소(지방법원)에 해산명령을 청구하면 법원은 이를 비공개로 심리해 해산 여부를 결정한다. 지재 결정에 불복할 경우 고재, 대법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 해산명령이 내려질 경우 가정연합은 종교법인격을 잃고 임의 단체가 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법적으로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만큼 포교 등 종교단체 활동에 제한을 받는 건 아니다.
일본에서 법령 위반 등을 이유로 해산명령이 확정된 종교법인은 2곳이다. 1995년 도쿄 지하철역 사린가스 테러 사건을 일으킨 옴진리교는 1996년 해산됐다. 고액을 내지 않으면 불행한 일이 닥친다고 신자들을 속여 돈을 뜯어낸 불교법인 묘카쿠지는 2001년 1월 해산명령을 받았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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