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데스.1st] 열흘 전부터 기다려지는 '명장 알론소 VS 김민재'… 1위 레버쿠젠의 엄청난 경기력

김정용 기자 2023. 9. 4.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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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비 알론소 바이엘04레버쿠젠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바이에른뮌헨은 3라운드까지 한 번도 1위에 오르지 못했다. 1라운드는 슈투트가르트, 2라운드는 우니온베를린이 골득실에서 앞서 선두에 있었는데 이들은 각각 1패씩 당했다.


2023-2024 독일 분데스리가 3라운드 현재 1위는 바이엘04레버쿠젠이다. 바이에른과 더불어 둘뿐인 전승팀이다. 레버쿠젠이 11득점 3실점으로 골득실에서 +8을 기록, 바이에른을 1골 차로 앞서 선두를 차지했다.


일정도 쉽지 않았다는 게 레버쿠젠의 선두 질주를 더 빛나게 한다. 첫 경기에서 RB라이프치히와 치른 빅 매치에서 3-2로 승리했다. 일주일 전 슈퍼컵에서 바이에른을 3-0으로 대파했던 상위권 경쟁팀인데, 치열한 승부 끝에 레버쿠젠이 이겼다. 2라운드는 만만찮은 보루시아묀헨글라드바흐 상대로 거둔 3-0 대승이었다. 3라운드에서 하위권 전력 다름슈타트를 만나자 5-1로 박살냈다.


레버쿠젠 상승세의 첫 번째 원동력은 단연 신흥 명장으로 떠오른 샤비 알론소다. 선수 시절 리버풀, 레알마드리드, 바이에른뮌헨 등을 거친 스타 플레이메이커였던 알론소는 은퇴 후 두 친정팀 레알마드리드(유소년)와 레알소시에다드(2군)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그러다 2022-2023시즌 초반 부진에 빠진 레버쿠젠이 헤라르도 세오아네 감독을 경질하고 알론소 선임이라는 모험을 감행했다.


알론소 감독은 지난 시즌 부임 직후 팀을 환골탈태시켰다. 전임자 아래서 1승 2무 5패에 그쳤던 레버쿠젠은 알론소 부임 후 13승 6무 7패로 가파르게 성적이 향상됐다. 분데스리가는 6위로 마쳤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막팍 2무승부를 따내며 UEFA 유로파리그에 중도 합류할 티켓을 잡았고, 유로파리그에서는 4강까지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이번 시즌 초반 기세는 가시적인 성과를 낸 알론소 감독에게 구단이 전폭적인 지원을 해 준 결과물이다. 레프트백 알렉스 그리말도, 공격형 미드필더 요나스 호프만, 중앙 미드필더 그라니트 자카, 스트라이커 빅터 보니페이스가 영입 즉시 주전으로 올라섰다. 하나같이 맹활약 중이다. 여름에 가장 비싸게 산 선수 네이선 텔러(전 사우샘프턴)는 아직 막판 교체로 2경기 뛰었을 뿐인데도 팀의 상승세에는 문제가 없다.


알론소 감독의 레버쿠젠은 3-4-2-1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경기 지배와 공수전환의 속도 두 측면에서 모두 엄청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전반적인 경기 템포도 빠른데, 특히 템포를 죽였다가도 자신들에게 유리할 때 순간적으로 높이는 운영 능력이 탁월하다. 상대 수비가 정신 차리기 전에 이미 골은 들어가 있다.


기존 선수 중 상승세의 중심에 있는 건 단연 공격형 미드필더 플로리안 비르츠다. 비르츠는 최근 수년 동안 레버쿠젠을 거쳐 스타가 된 율리안 브란트(보루시아도르트문트), 카이 하베르츠(아스널) 등 여러 공격형 미드필더 중에서도 지능과 감각 측면에서는 최고로 꼽힌다.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축구하는 것 같지만 상대가 빼앗을 수 없는 방향으로 공을 놓으며 돌파하고, 동료가 침투하는 타이밍을 정확히 맞춰 수비의 다리 사이로 패스를 넣으며, 본인의 침투가 필요할 때는 문전의 빈 곳으로 달려가는 등 모든 판단의 정확도가 엄청나다. 이미 2021-2022시즌 리그 7골 10도움을 올리며 엄청난 주목을 받았던 비르츠는 그 시즌 막판 십자인대 부상을 당해 장기간 결장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도 놓쳤다. 지난 시즌 하반기 돌아와 알론소 감독의 전술 핵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새로 합류한 선수들은 비르츠와 합이 완벽에 가깝다. 자카가 후방에서 전방으로 내주는 패스, 그리말도가 측면으로 벌리거나 때론 중앙으로 좁히면서 패스워크를 지원하는 능력, 비르츠와 함께 2선을 책임지는 호프만의 지능적인 움직임 등은 각 포지션의 전임자들보다 알론소 축구에 잘 맞는다.


특히 스트라이커 보니페이스가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 위니옹 소속이었던 보니페이스와 맞대결했던 레버쿠젠이 깊은 인상을 받아 곧바로 영입했다. 리그 득점은 눈에 띄지 않지만 유로파리그 득점왕에 올랐던 선수인데, 레버쿠젠 이적 후 더욱 물이 올랐다.


나이지리아 국적의 빅터라는 점에서 지난 시즌 세리에A 득점왕 빅터 오시멘을 연상시키는 점도 있다. 오시멘이 길쭉하고 빠르면서 탄력이 넘친다면, 보니페이스는 비슷한 키에 좀 더 육중한 덩치를 갖춰 마치 축구장의 샤킬 오닐처럼 보인다. 기본적으로 몸뚱이를 활용해 상대 수비를 부수는 선수지만 비르츠의 날카로운 패스 덕분에 수비 배후로 침투하는 움직임이 자주 효과를 보면서 자신의 마무리 능력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상승세를 탄 뒤에는 개인 드리블 돌파도 성공시킨다.


이처럼 잘 맞는 합을 통해 보니페이스는 벌써 4골 2도움으로 리그 공격포인트 1위를 달리고 있다. 비르츠와 호프만은 나란히 1골 2도움, 스피드가 엄청난 오른쪽 윙백 제레미 프림퐁은 1골 3도움을 몰아쳤다. 센터백 에드몽 탑소바의 2골이 보여주는 뛰어난 세트피스 전략도 무기다.


플로리안 비르츠(바이엘04레버쿠젠). 게티이미지코리아
제레미 프림퐁(바이엘04레버쿠젠). 게티이미지코리아

분데스리가는 부푼 기대 속에 A매치 휴식기를 맞는다. 휴식기 이후 첫 경기인 16일 4라운드에서 바이에른과 레버쿠젠의 맞대결이 열리기 때문이다. 둘 중 승리하는 팀은 분데스리가 유일한 전승팀으로 남는 동시에 선두를 굳힐 수 있다.


알론소 감독의 전술은 토마스 투헬 바이에른 감독의 전술이 가장 날카로웠던 첼시 시절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번 시즌 전술 확립과 선수 영입에 다소 어려움을 겪은 명장 투헬, 그리고 조금 떨어지는 선수단이지만 계획대로 착착 시즌을 보내고 있는 떠오르는 명장 알론소의 대결이다. 김민재가 분데스리가 최강 공격진을 어떻게 제어할지 궁금해지는 경기이기도 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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