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국화 손에 든 검은 옷의 행렬... 학부모들, 자녀 손잡고 와 헌화

김화빈 2023. 9. 4.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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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공교육 멈춤의 날' 서이초·신목초, 추모 이어져... 아이들 메모지엔 "잊지 않겠습니다"

[김화빈, 복건우, 권우성 기자]

 서이초 교사 49재 날이며, 교사들이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한 4일 오전 서초구 서이초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 권우성
 
 서이초 사망 교사 49재 날인 4일 오전, 한 가족이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아 고인을 애도하고 있다.
ⓒ 김화빈
 
"선생님 하늘나라에서는 건강하세요."
"그동안 많이 힘드셨을 텐데 편히 쉬세요."

서툰 글씨체로 쓴 쪽지가 서울의 서이초와 신목초에 마련된 추모공간 곳곳에 붙어 있었다. 서이초 사망 교사의 49재 날이자 신목초 사망 교사의 발인 다음 날인 4일, 두 학교엔 이른 아침부터 추모객들의 무거운 발걸음이 이어졌다.

[서이초] "아이들에게 왜 추모해야 하는지 설명"
 
 서이초 사망 교사 49재 날인 4일 오전, 한 학생이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선생님 하늘나라에서는 건강하세요"라고 적힌 메모지를 붙여뒀다.
ⓒ 김화빈
  
 서이초 사망 교사 49재 날인 4일 오전, 학생들이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아 헌화를 준비하고 있다.
ⓒ 김화빈
서이초 추모공간을 찾은 현직 교사, 자녀의 손을 잡고 온 학부모, 인근 주민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고인을 애도했다. 추모객들은 한 손엔 국화, 다른 한 손엔 추모 메시지를 적은 쪽지를 들고 차례차례 헌화를 이어갔다. 이들의 손엔 눈물을 닦을 손수건도 들려 있었다.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도 "잊지 않겠습니다"가 적힌 추모 제단에 조화를 올린 뒤 두 손을 모으고 묵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추모객의 숫자가 늘어나 헌화를 하기 위한 긴 줄이 이어졌다. 추모객들이 붙인 쪽지에는 "선생님의 별을 잊지 않을게요", "그저 참으라고만 하고 먼저 나서 고칠 생각을 못 했습니다. 앞으로는 더 나은 선배가 되겠습니다", "그곳에선 편안하세요" 등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이날 두 아들과 함께 온 학부모 A(41)씨는 "공교육 멈춤의 날이라 교외체험학습을 쓰고 서이초를 찾았다. 이곳에 오기 전에 아이들에게 왜 추모해야 하는지 충분히 설명했다"며 "이번 사안이 인권과 연결이 되는 것 같아 오후에 있을 국회 앞 추모집회에도 아이들과 참석해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의무를 가르치려고 한다"고 말했다.

딸의 손을 잡고 방문한 휴직 중인 중등교사 B씨도 "(아이들에게) '엄마 마음이 너무 힘든데 같이 오면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며 "동료 교사들은 '학교가 바뀌는 게 없다'고 하더라. 여전히 (교사를 대상으로 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도 잇따르는 상황인데 8월 개학 이후 상황이 어떤지 (당국의 대책을)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파에서 아들과 함께 추모하러 온 학부모 C씨는 "선생님들을 응원하기 위해서 왔다. 학교도 선생님들도 편하게 추모할 수 있어야 한다"며 "주변 학부모들도 이를 지지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작은 손에 조화 한 송이를 든 E군은 "마음이 너무 슬프다"고 짧게 말했다.
 
 서이초 교사 49재 날이며, 교사들이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한 4일 오전 서초구 서이초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헌화하기 위해 시민들이 길게 줄 서 있다.
ⓒ 권우성
  
 서이초 교사 49재 날이며, 교사들이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한 4일 오전 서초구 서이초 정문에 추모 현수막과 조화가 놓여 있다.
ⓒ 권우성
 
[신목초] "선생님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
 
 서이초 사망 교사의 49재 날인 4일 오전, 서울 양천구 A초등학교(8월 31일 교사 사망) 앞에 "아동복지법 즉각개정", "악성민원인 강경대응"이 적힌 피켓과 근조화환들이 놓여 있다.
ⓒ 복건우
 
  
 서이초 사망 교사의 49재 날인 4일 오전, 서울 양천구 A초등학교(8월 31일 교사 사망)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한 추모객이 추모 메시지를 담은 메모지를 붙이고 있다.
ⓒ 복건우
 
서이초에서 추모가 이어지는 동안 서울 양천구 신목초 앞에도 추모객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지난 2일 오전 추모공간을 마련한 동료 교사들은 이날도 국화를 나눠주며 추모객을 맞았다. 학교 측은 서울시교육청과 협의해 이날까지 임시휴업하기로 결정하고 정문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을 유지하고 있다. 

8월 31일 서울 양천구 신목초에 근무했던 14년차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인은 6학년 담임으로 학생지도 등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당시는 질병휴직 중이었다. 

동료 교사와 학부모, 학생 등 추모객들은 이날 분향소 앞에 모여 한마음으로 고인의 넋을 기렸다. 뒤늦게 고인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는 27년차 중등 교사는 "학교폭력도 교권침해도 학교 현장에서는 정말 비일비재한 일이다"라며 "이번에 사건이 일어난 학교도 민원이 굉장히 많은 곳으로 알고 있다. 붕괴 직전에 도달한 교육 현장을 해결하려면 아동학대 관련 법을 개정하는 등 학교 관리자와 교육부의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해당 학교를 졸업했다고 밝힌 두 대학생 신아무개씨와 이아무개씨는 "돌아가신 선생님의 소식을 듣고 오늘 같이 분향소를 방문하기로 했다"라며 "오후에 국회에서도 추모 집회가 있다고 들었는데 정부는 엄정대응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오늘을 계기로 공교육의 변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학교에 현장체험학습(가정학습)을 신청하고 아이와 함께 분향소를 찾은 가족도 보였다. 해당 학교를 졸업했다고 밝힌 학부모 정아무개(41)씨는 "고인께서 저희 아이들보다 어린 자녀를 두고 세상을 떠날 때 어떤 마음이셨을지..."라며 "아이와 공교육 정상화의 의미를 공유하고 서로 존중해야 하는 것들을 알아가는 시간을 보내고자 오늘 함께 추모에 참여했다"라고 밝혔다.

6학년 딸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학부모 김아무개(37)씨는 "저도 이곳 양천구에 살고 있는데 (교사들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가끔 듣긴 했어도 상황이 이렇게 심각할 줄 몰랐다"라며 "선생님들이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 하루빨리 공교육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딸은 "저희 반에도 선생님을 존중하지 않는 아이가 있는데, 선생님들이 늘 고생하시면서도 책임이 무거울 것 같다"라며 "돌아가신 선생님께서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학교 정문 기둥에는 신목초 학생들의 추모 쪽지와 국화가 빼곡하게 놓여 있었다. 학생들이 손수 쓴 쪽지에는 "그동안 많이 힘드셨을 텐데 편히 쉬세요", "선생님 하늘나라에서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몇몇 추모객들은 포스트잇이 붙은 벽면 앞에 멈춰 서서 한참을 눈을 떼지 못했다.

교육부 엄정대응 방침에 "억압 말라" 지적
 
 서이초 사망 교사 49재 날인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이초 앞에 많은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 김화빈
  
 서이초 사망 교사 49재 날인 4일 오전, 한 추모객이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아 고인을 애도하고 있다.
ⓒ 김화빈
 
교사들은 이날 두 학교에서 개별적으로 추모를 마친 뒤 오후 4시 30분 국회의사당 앞에서 '공교육 멈춤의 날'이란 이름으로 서이초 사망 교사 49재 추모집회를 열어 관련 법 개정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 2일 열린 7차 집회에서도 아동복지법 개정, 분리 학생의 교육권 보장, 민원 처리 시스템 개설 등 8가지 정책요구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49재 추모집회를 위한 학교 현장의 집단연가, 재량휴업 등을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엄정대응을 예고했다.

이날 오전 각 학교에서 만난 추모객들은 이같은 교육부의 기조를 "억압"이라고 비판했다.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이 알려진 직후 봉사활동을 해왔다는 초등교사 D씨는 "제가 아는 교장선생님께선 용기를 내 (49재 추모집회가 있는 오늘을) '임시휴업일'로 지정하셨다고 들었다"며 "교육부가 교사 집단을 너무 억압하려는 태도를 보여 '교육 현장이 바뀌지 않을 것 같다'고 느낀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교육부의 압박에도) 집회는 계속될 것이고 어쩌면 더 거세진 주장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며 "오늘은 서이초 선생님의 평안을 기원하는 게 목표고 (앞으로도) 더 이상 교사의 죽음이 없도록 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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