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전쟁 시작... 정치 잘못해 이런 험한 꼴 당하고 있다" [이게 이슈]

차원 2023. 9. 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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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의 독립운동가이자 의병장이었던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육군사관학교에서 철거될 예정이다.

소련 공산당에 가입한 적이 있었다는 게 그 이유다.

'임시정부를 계승했다', '국군의 뿌리는 광복군이다' 선언하는 것을 넘어 실질적으로 그렇게 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것도, 우선 본인들이 정치를 잘해야 국민에게 그런 이야기를 할 면목이 생기는 것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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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이슈] 역사학자 한홍구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인터뷰

[차원 기자]

 한홍구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역사학자. 최근 치과 진료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인터뷰에 응했다
ⓒ 차원
 
대한민국의 독립운동가이자 의병장이었던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육군사관학교에서 철거될 예정이다. 소련 공산당에 가입한 적이 있었다는 게 그 이유다. 그는 독립군과 일본군의 전투인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를 이끌었다.

반면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보고서, 진실화해를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간도특설대 활동 등 친일 경력이 인정된 백선엽은 국립현충원 안장 정보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 문구가 삭제됐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지난 7월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백선엽 장군이 친일파가 아니라는 데 장관직을 건다"고도 밝혔다. 

지난 8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홍범도 vs. 백선엽' 토론회에 참석한 한홍구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를 토론회가 끝난 후 국회의원회관 2층 휴게실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한 교수는 반공으로 친일을 덮으려 하는 '역사 전쟁'이라고 최근 상황을 규정했다. 독립운동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홍범도를 핑계 삼아 오랜 뜻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한국군의 정통성 따로 있을 수 없어"
 
 '홍범도 vs 백선엽'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한홍구 교수(왼쪽에서 세 번째)
ⓒ 차원
 
- 홍범도는 지우고 백선엽은 띄우고 있다. 최근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홍범도와 백선엽 개인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본다. 매우 뿌리가 깊은 문제다. 반공으로 친일반민족행위를 덮으려는 '역사 전쟁'이다. 홍범도의 공산당 경력을 핑계 삼아 친일 세력들, 즉 '독립운동이 대한민국을 세웠다는 것'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여기저기서 삐져나오는 것이다.

한국군의 맥을 독립군-광복군으로 보느냐 조선경비대로 보느냐, 육사의 맥을 신흥무관학교로 보느냐 조선경비사관학교로 보느냐의 싸움이다. 아주 피곤하고 지저분한 싸움이 계속될 것이다. 정권이 바뀐 게 잘못이다."

- 한국군의 뿌리를 어디서 찾아야 하나.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한국군의 정통성이 어떻게 따로 있을 수 있겠나. 육사의 정통성도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의해 규정돼야 한다. 헌법에는 대한민국이 임시정부를 계승했다고 나오지 않나. 조선일보도 한때는 의병-독립군-광복군을 국군의 맥으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볼 때 우리는 미군정을 계승했다. 대한민국 국군 장성 90% 이상이 만주군 출신들이었다.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임시정부를 계승했다', '국군의 뿌리는 광복군이다' 선언하는 것을 넘어 실질적으로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러지 못해서 이런 문제들이 일어나는 것 아닌가."

-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까.
"작전지휘권 정도는 있어야 한다. 우리 땅에서 미군에게 지휘권을 넘겨준 지 70년이 지났는데, 이걸 찾으려고 하면 종북좌파가 되는 현실이다."

"촛불 힘 받은 정부 실패하니 결국 이런 결과"
 
 '홍범도 vs 백선엽' 토론회에 참석한 한홍구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
ⓒ 차원
 
- '백선엽 띄우기'와 관련해서는 군 인사들의 반발도 많다.
"정부 수립 이후 육사교장을 광복군 출신으로 임명하던 관행을 깬 자가 바로 백선엽 아닌가. 박경석 예비역 장군이 이명박 정부 당시 백선엽의 명예원수 추대를 원로들이 반대해 막았다는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이때 채명신 장군은 '만약 일본군, 만주군 출신에다 독립군 토벌작전의 지휘관 경력자가 명예원수로 추대된다면 우리나라 건국사와 국군사는 하루아침에 북한의 역사관에 종속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최근 한설 예비역 준장도 '백선엽은 가짜 영웅'이라고 비판하지 않았나.(관련 기사 : 육사 출신 예비역 장군의 일갈 "백선엽은 가짜 영웅" https://omn.kr/25f0l)"

-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을 가능성도 있을까.
"글쎄, 일일이 지시하고 할 필요가 있을까. 대통령에게 잘 보이고 싶은 사람들이 다 알아서 하는 일들이라고 본다."

- 이런 상황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장기전으로 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독립운동을 하셨던 분들은 어떻게 대처하셨을까 생각해 봐야 한다. 그리고 정치를 잘해야 한다. 이게 (문재인 정부 당시) 민주당이 정치를 잘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들 아닌가. 촛불로 정권을 잡아 놓고 5년 만에 다시 빼앗기고 나니, 상황이 이렇게 돼버렸다.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것도, 우선 본인들이 정치를 잘해야 국민에게 그런 이야기를 할 면목이 생기는 것 아니겠나.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꿈꿨던 나라와 지금 대한민국을 비교해 보면 어떤가. 그때는 상상 못 할만큼 부자가 되지 않았나. 그런데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들이 희망을 잃고 절망에 빠져있다. 각자도생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독립운동의 정신과는 많이 멀어진 것이다.

약한 사람들이 힘을 모아서 단결하는 것, 그것이 중요한데 우리는 지금 그 힘을 잃었다. 사실 촛불집회 당시 그런 힘이 모였었는데, 그런 힘을 받아서 출범한 정부가 정치를 잘못해 정권을 다시 빼앗기지 않았나. 그래서 이런 험한 꼴을 당하고 있다. 정치를 잘못하신 분들이 남 탓만 할 게 아니라, 먼저 반성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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