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에게 배운 집장, 레시피를 공개합니다
[주간함양 김소연]
▲ 집장 레시피 |
ⓒ 주간함양 |
경남 함양박씨 32대손 며느리로 시집온 김강숙씨. 그녀는 함양에서 나고자란 함양토박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직장생활을 위해 잠시 부산에서 거주했으며 스물다섯 살에 결혼했다. 결혼 전까지 그녀는 집안 살림이라곤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다.
함양에 돌아오자마자 남편과 결혼했는데 시어머니의 49재가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이다. 김강숙씨가 결혼할 무렵이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에 그녀는 아버지에게 못다한 효도를 홀로 계신 시아버지께 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김강숙씨가 묘사하는 시아버지는 키가 180cm가 넘고 골격이 엄청 좋은 사람이었다. 함양에서 유일하던 극장 '제일극장'을 운영할만큼 부유한 집안이었지만 시아버지는 작은 것 하나 버리지 않는 알뜰한 성격이었다. 큰 부자는 하늘이 내리지만 작은 부자는 근면 성실한 데에서 온다는 말을 인용하며 평소 시아버지의 성실했던 성격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런 시아버지는 며느리에게 굉장히 자상한 사람이었다. 아침이면 청소를 해주고 살림에 필요한 것들을 잘 챙겨줬다. 직장 생활을 하다 시집온 며느리가 가정주부 일이 서툰 것을 당연시하며 집안일에 대한 부담을 덜어줬다. 손녀가 7살까지 살아계셨던 시아버지는 손녀에게 예쁜 옷을 골라 사다 주기도 할 만큼 가족에게 애틋한 정을 나눠주시던 분이었다.
김강숙씨는 시아버지의 생전에도 어른에게 배우는 많은 지혜와 진리에 감사하며 존경을 표했다. 화목한 가정 속에서 서로 아끼고 어른을 존경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에게는 자동적으로 훌륭한 가정 교육이 되기도 했다. 무녀독남 집안에 태어나 형제가 없던 시아버지는 아내와 결혼 후 9남매를 낳아 키우며 대가족을 이뤘다. 김강숙씨에게 시누이는 6명인데 흔히 말하는 시집살이라는 걸 겪어보지 못했다고 할 정도로 시댁 식구에게 사랑받았다고 한다.
▲ 함양박씨 32대손 며느리 김강숙 여사 |
ⓒ 주간함양 |
김강숙씨가 아들을 낳고 얼마 뒤 시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살아생전 시아버지는 며느리에게 다양한 살림 지식과 요리법을 알려줬다. 특히 김강숙씨는 시아버지로부터 요리에 대한 가르침을 많이 전수받았다. 생선찌개 같은 요리를 할 때 맛있게 만드는 법처럼 일상의 요리부터 집안의 전통 음식 만드는 법까지 다양했다. 김강숙씨가 특별한 계기로 배웠던 집장도 집안의 전통음식이었다.
집장은 집+장(醬)으로 표기하지만 단국대 한국한자어사전이나 농촌진흥청이 편찬한 '전승, 종가음식 잇다'에서는 집(集)+장(醬)으로 표기하고 있어 '여러 재료를 모아 만든 장'이라 해석할 수 있다.
집장은 집집마다 다른 레시피로 전해져 왔는데, 김강숙씨의 집장 레시피에는 메줏가루 대신 밀과 콩을 5~6일 정도 발효시켜 만든 가루를 사용한다. 발효가루, 고춧가루와 죽염, 설탕, 찰밥, 절인 고추와 고춧잎 그리고 무와 가지 등을 넣어 한데 섞어 만드는 게 이 집만의 집장이다. 본래 두엄더미에 짧게는 하루, 길게는 8일 정도 묵혀 두었다가 빨리 먹는 점이 다른 장(醬)과의 차이점이다. 최근에는 전기밥솥을 이용해 6시간 정도 보온하여 바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김강숙씨가 시아버지에게 집장을 배우게 된 데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무렵 입덧으로 입맛을 잃고 고생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집에 남아있던 집장을 먹게 되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입맛이 돌아왔다고 한다. 그 집장은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생전에 만들어 두었던 집장이었다. 이에 집장 레시피를 알고 있는 시아버지에게 꼭 알려달라 부탁하였고, 전통음식이 이어지게 된 것이다.
당시에 집장과 함께 배웠던 김부각은 사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시누이의 응원에 힘입어 시작하게 된 사업은 김강숙씨의 노력과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통해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본래 다른 것보다 요리가 적성에 맞았고, 관심이나 열망하는 게 있다면 꼭 그게 가능하게 하는 성실한 성격 덕이기도 했다.
김강숙씨는 본인이 시아버지에게 전통음식을 배워 명맥을 이어온 것처럼 집장, 김부각 등 집안 레시피가 계속 이어지기를 희망했다. 가족뿐만 아니라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까지 레시피가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그녀의 말에서 집안 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아끼는 마음이 느껴졌다.
김강숙씨는 시아버지에게 배운 지혜와 가르침이 많은 인생사에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며 여전히 시아버지의 말씀이 귀에 생생하다고 했다. 그리고 시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더 잘 해 드리지 못하고 서툴렀던 것을 아쉬워했다. 그때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시아버지의 산소에서 자주 머물다 온다는 김강숙씨는 시아버지를 인생 최고의 스승이라 표현하며 감사하고 보고 싶다고 말했다.
▲ 김강숙씨가 시아버지에게 배운 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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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장 레시피>
재료
절인 무 300g
절인 가지 200g
절인 고추 및 절인 고춧잎
찰밥 300g
고춧가루 3큰술
콩과 밀 발효가루 5큰술
죽염 1큰술
설탕 2큰술
1. 채소를 소금에 30분간 절여 준비한 뒤 한 곳에 담는다.
2. 절인 채소를 담은 그릇에 찰밥 300g을 넣는다.
3. 고춧가루 3큰술과 콩과 밀을 발효시킨 가루를 5큰술 넣는다.
4. 발효가루는 콩과 밀을 5~6일 발효시킨 후 가루로 분쇄시켜 준비한다.
5. 설탕 2큰술과 죽염 1큰술을 넣는다.
6. 찰밥을 으깨듯이 모든 재료를 섞어준다.
7. 전기밥솥에 넣고 6시간 동안 보온하여 발효시킨다.
▲ 김강숙씨의 집장 레시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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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 (주간함양)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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