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도 애플 아이맥도 사놓고 방치…돈 줄줄 샌 울산 공공기관
'애플 아이맥, 앱손 VR(가상현실) 고글, 와콤 태블릿, 젠하이저 헤드폰, 레이싱 휠 거치대, LG 모니터….'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서 파는 물품을 나열한 게 아니다. 울산시 산하 공공기관이 사무실 구석에 수년째 상자째로 방치한 디지털 장비이다.
"아이패드 일부 간부가 사용" 지적
울산시 측은 4일 "울산시 산하 재단법인 울산정보산업진흥원(진흥원)을 감사한 결과 디지털 제품 121대(1억3400만원 상당)를 방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장비는 2018년부터 사들였다. 이 기관은 방치한 디지털 장비 이외에도 2020년 11월 구매한 노트북 16대와 태블릿 4대 등 3400여만원 상당 장비는 분실했다고 한다. 또 기업체 대여용으로 2021년 11월 300여만원을 들여 구매한 아이패드 2대는 간부 직원이 사용하고 있다고 울산시는 전했다. 울산시는 감사결과 52건을 적발해 24명을 징계 등 처분했다. 울산시는 울산정보산업진흥원을 포함해 시 산하 기관을 2019년 10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감사했다.
감사결과 진흥원은 디지털 장비를 방치한 것 말고도 몇 가지 방만 운영을 하다 적발됐다. 이곳은 2020년 6월 업무용으로 경차 '레이'를 구매한 뒤 2020년 말까지 35회, 주행거리 1832㎞를 운행했다. 하지만 이후 2년 이상 해당 차를 거의 타지 않았다. 사실상 구매할 필요가 없는 업무용 자동차었던 셈이다.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에 따라 공공기관이 소유한 차는 출·퇴근을 포함해 공무 외 사적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그렇지만 또 다른 업무용 차인 '제네시스'는 한 임직원 출·퇴근 용도로 211차례 운행했다.
국기게양대 없는 공공기관 '국기법 위반'
이와 함께 진흥원은 국기게양대도 갖추지 않았다. 이곳은 2019년 350여억원을 들여 지상 7층(지하 1층), 연면적 1만446㎡ 규모로 지었다. 이에 울산시는 "공공기관으로써 기본적인 시설도 갖추지 않았다"며 "'대한민국 국기법 및 시행령 등' 관련 규정을 어긴 것"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 직원들의 잦은 외부강연, 초과근무수당 지급 문제, 직원 채용과 관련한 필기・면접 시험문제 보안관리 미흡, 수의계약 과다 체결과 분리발주, 기념품 구매 관리 부적정 등도 지적됐다. 울산시 측은 감사 보고서를 통해 "소프트웨어(SW) 관련 사업 교육 강사의 성범죄 경력 조회 소홀 문제나 지정폐기물 보관관리 소홀 같은 기본적인 기관 운영 부적절함도 다수 적발됐다"고 전했다.
울산정보산업진흥원은 ICT(정보통신기술) 융합, 소프트웨어 문화콘텐트 등과 관련한 신산업 육성, ICT·소프트웨어 기업 지원을 위해 2016년 12월 문을 열었다. 2019년엔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모바일 아카데미'를 개소한 데 이어 조선해양 S/W융합클러스터로도 지정됐다. 2020년엔 국가기술표준원 산하 기구인 'KOLAS(한국인정기구)' 공인시험기관(소프트웨어 시험)으로 인정받았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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