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우먼톡]국가가 여성폭력 종식 의지 표명해야

2023. 9. 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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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었던 여름, 장애인과 노인 학대, 아동학대와 영아살해 뉴스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를 또다시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과 폭력 살해 사건 소식이 채우고 있다.

여성 폭력을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다루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인구의 절반인 여성들이 호신용품 구매에 의존하거나 스스로 활동의 공간을 줄이며 사람을 경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여성에 대한 심각한 젠더 폭력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는데도 주무 부처인 법무부와 여성가족부의 문제해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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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었던 여름, 장애인과 노인 학대, 아동학대와 영아살해 뉴스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를 또다시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과 폭력 살해 사건 소식이 채우고 있다. 모든 형태의 폭력은 깊은 상처를 남기지만 그 중 특히 사회적 약자나 신체적 약자에 대한 공격은 공동체의 의미를 되묻게 하는 심각한 문제다. 우리는 모두 약자로 태어나 약자로 생을 마감한다. 공동체가 이 문제를 얼마나 잘 예방하고 해결해 나가는가는 모두의 문제이자 나의 일이 된다. 여성 폭력을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다루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인구의 절반인 여성들이 호신용품 구매에 의존하거나 스스로 활동의 공간을 줄이며 사람을 경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한 여성을 말할 수 없는 불행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여성과 딸들뿐 아니라 가족과 지인까지 매일 걱정을 키우며 살게 된다.

‘여성 폭력’이 여성들의 평등권 향유를 어렵게 하고 여성들의 근본적 자유와 권리에 위배된다는 것은 1993년 유엔 여성폭력철폐선언 이후 2008년 유엔 사무총장 보고서가 재확인한 국제사회의 명확한 입장이기도 하다. 여기서 ‘여성 폭력’은 일반적인 폭력이 아니라 성별에 기반한(gender-based) 폭력, 즉 성불평등 상황이나 구조하에서 여성을 폭력이나 성적 폭력의 쉬운 대상으로 여기고 공격하거나 자유를 박탈하는 폭력으로 젠더폭력을 가리킨다. 젠더폭력의 범위는 여성만이 아닌 남성, 성소수자 등 모든 사람으로 확장돼 가는 추세다. 우리 사회도 지난 30여년 동안 성폭력과 디지털 성범죄, 성매매, 가정폭력, 스토킹 등 각종 젠더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국회, 정부, 시민사회 그리고 남녀가 함께 힘을 모아 왔다.

심각한 여성 폭력 사건들이 계속되는 현실을 볼 때, 그때그때 형량을 강화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해결이 어려워 보인다. 지금 절실한 것은 예방정책 강화다. 예방정책은 홍보와 캠페인, 예방교육, 예방사업들과 국가의 정책적 옹호(advocacy)로 이루어지는데 전반적으로 취약해져 간다는 문제가 있다. 공익 방송이나 정부의 캠페인에서 젠더폭력 주제는 잘 안 보인다. 젠더폭력 방지 교육 현장도 계속 곤란을 겪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특정 단어를 쓰느냐 마느냐를 권유했다는 뉴스는 정책 현장과 교육 현장에서는 이미 뉴스가 아니다. 암묵적으로 검열과 자기검열의 분위기가 초래되는 등 예방교육의 위상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는 자유를 강조하는 현 정부의 기조와도 어긋난다. 일부 예방사업에서 ‘여성’ 이라는 사업명을 쓰는 것도 문제시되고 있는데, 예방사업들은 성별 특수성을 인지하고 만들어져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여성’ 언급을 회피하기보다는 남성 피해의 특수성도 각각 충분히 반영하는 식으로 더 세분화, 전문화하는 게 맞다. 국가의 옹호도 문제다. 여성에 대한 심각한 젠더 폭력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는데도 주무 부처인 법무부와 여성가족부의 문제해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흑인증오범죄 사건이 발생하자 백인우월주의는 용납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곧장 내놓았다. 우리 사회에서 젠더폭력이 용납되지 않으려면 시민사회 목소리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예방정책이 허술해지면 이는 폭력을 행하려는 자에게는 또 하나의 메시지가 된다. 예방정책에 국가의 무게를 더 할 필요가 있다. 사회 전체가 성별 고정관념에 계속 도전하고, 책임 있는 국가지도자들의 젠더폭력 종식 의지가 국민을 향해 지속해서 보여야 한다.

차인순 배재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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