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절감 물론, 노하우 공유”…선택 아닌 필수 되는 공동 제작 [확대되는 콘텐츠 공동 제작②]

장수정 2023. 9. 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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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유통에서도 가능성이 더 생길 수 있어…수익적인 결과 외 다른 이점들도 있어”

채널 접근성이 떨어지는 ENA(전 스카이TV)가 ‘강철부대’ 시리즈, ‘나는 솔로’ 등의 콘텐츠를 대중에게 쉽게 선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SBS Plus와 공동 제작했기 때문이다. 제작비를 함께 부담해 규모를 키운 측면과 동시에 부족한 채널 인지도라는 약점을 보완해 방송사 간 긍정적인 협업의 모습을 보여줬다.

영화, 드라마는 물론 예능까지. 콘텐츠의 제작비는 거듭 상승하고 있다. 국내 드라마의 회당 평균 제작비는 10억원 수준이다.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회당 10억이 투입됐다고 하면 ‘대작’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금은 20억원은 넘겨야 ‘스케일이 크다’라고 인식이 된다. 판타지를 비롯한 장르물들의 숫자가 많아진 것은 물론, 배우들의 출연료는 물론, 스태프들의 인건비까지 상승하는 등 여러 요인들이 맞물린 결과다.

드라마보다는 제작비 규모가 작은 예능프로그램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7~8000만원 선이던 예능프로그램 회당 제작비는 최근 1억원을 훌쩍 넘기고 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공개되는 예능들은 회당 2~3억원, 일부 스케일 큰 예능들은 5억이 넘는 큰 금액을 투입하며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높이고 있어, 추후 예능의 제작비도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지상파·유료 방송 등 357개 방송사업자 2022년 회계연도 방송사업자 재산 상황에 따르면, 방송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656억원(2.1%) 줄어든 3조 830억원으로 집계되는 등 마냥 적극적인 투자를 감행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경쟁은 한층 치열해져 흥행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고, 이에 공동 제작으로 돌파구를 찾는 방송사 또는 제작사가 늘고 있다. 인지도 낮은 채널, 또는 중·소 제작사들에게 이는 유일한 돌파구가 되기도 한다.

채널A, SBS Plus 등 다양한 방송사와 함께 협업을 해 온 ENA의 김지현 팀장은 공동 제작의 결과에 대해 “2018년 처음 타 방송사와 공동 제작으로 예능프로그램을 만들었었다. 함께 힘을 맞대는 만큼 제작비 절감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채널 인지도에 따라 시청률이 한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고, 이에 광고 수익 등은 각 채널의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채널 인지도 상승을 비롯한 반사이익도 무시할 수 없다. 김 팀장은 “콘텐츠 유통에서도 하나의 가능성이 더 생긴다. VOD 또는 유튜브 등을 통해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서 “그리고 채널 인지도를 높이는 측면에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 여긴다. 홍보를 함께 진행하거나 콘텐츠가 흥행을 할 경우 인지도를 높이는 발판을 삼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이점을 언급했다. 더불어 “제작진의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하고, 수익적인 부분 외에도 다른 장점들이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의 말처럼 여기에 최근에는 웹툰과 웹소설 플랫폼부터 영화, 드라마, 예능 제작사까지. IP 개발부터 제작, 유통 과정에서 타 분야와의 협업이 필수가 되고 있는데, 이에 ‘공동 제작’을 통해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도 중요해지고 있다.

플레이리스트 류진아 팀장은 “최근에는 제작사가 예능이나 드라마는 물론, 음악 분야에 진출을 하기도 하고 여러 분야를 함께 다루는 일들이 많다. 이때 공동 제작을 통해 각자의 노하우를 공유하게 된다. 각자에게 없는 부분들을 채운다는 점에서 공동 제작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두 개 이상의 기업이 만나 함께 작업을 진행하는 만큼 남다른 배려와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는 갈등을 이어가는 사례도 없지 않다.

한 예능 PD는 “제작비를 더 많이 투입한 쪽이 더 주도적으로 과정을 이끌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의견을 일치시키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기도 한다. 표기할 때 어느 제작사를 먼저 표기하는지를 두고도 갈등 아닌 갈등을 벌인다”면서 “워낙 변수가 많은 업계이지 않나. 나름대로 분담을 하고, 정리를 하고 시작을 해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 생긴다. 잘 맞으면 시너지가 발생하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콘텐츠 방향 자체도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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