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문 진심 합심] 질문이 먼저다

안희수 2023. 9. 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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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 선수의 수비능력은 메이저리그에서 톱 클래스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편안함과 기본기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플레이를 해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기엔 정해진 방법이 아닌, 선수의 생각을 먼저 묻고 함께 탐색하는 코치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사진출처=파드리스 홈페이지  

아침 출근길, 제가 듣는 라디오에선 그의 소식이 빠짐없이 등장합니다. 진행자 코미디언 김영철 씨는 “OOO 선수가 매일 뉴스 코너에 고정으로 등장하네요”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청취율 높은 프로그램에서 아침마다 소개할 정도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겠죠.

OOO은 누구 일까요.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선수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은 김 선수 이름을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저는 헬멧이 날아갈 정도로 달려가는 그의 폭풍 질주, 거침없는 다이빙 캐치가 생각납니다. 아침에 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하루에 필요한 에너지가 충전되는 듯한 조건반사가 일어납니다.

그렇지만 김 선수가 하루하루 안타를 쳤는지는 사실 저에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타격은 잘해도 3할이고, 실패가 7할이 넘는 게 야구의 일상이니까요. 골드글러브 후보에 오르며 톱 클래스가 된 ‘어썸 킴 (awesome Kim)’의 가치는 안타 만으로 평가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잡고 던지며 보여주는 그의 수비 능력은 “저게 가능해?”라는 말을 빼놓을 수 없게 만듭니다. 역동적이고 화려한 플레이는 미국에서도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김하성 선수는 한국에서도 뛰어났지만 메이저리그에 가서 몸이 자동으로 반응하듯 더욱 창의적인 야구를 하고 있더군요.”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님의 말입니다. 이 감독은 올해 파드리스에서 코치 연수를 하고 최근 귀국했습니다. 이 감독과 김 선수는 몇 차례 만나 메이저리그 팀의 훈련 방식, 환경, 마음가짐 등에 대해 두루 이야기를 나눴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 제가 소개하고 싶은 장면이 있습니다. 김하성 선수가 미국 코치에게 공을 받는 자세, 글러브를 사용하는 방법을 묻고 코치가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시점은 2021년 스프링 트레이닝 때입니다. 김 선수는 파드리스 첫 캠프에서 수비코치 바비 디커슨(현재 필라델피아 필리스 수비 코치)과 따로 훈련하다가 공을 처리할 때 글러브를 어떻게 대고 잡는지를 물었다고 합니다. 

김하성 선수 “어떻게 할까요?”
디커슨 코치 “너는 어떻게 잡는 게 편하니?” 

이 감독이 전한 김 선수와 디커슨 코치의 대화에는 백핸드 캐칭을 비롯해 중심이동과 연결 동작 등 수비 기술의 전문적인 내용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생각의 흐름과 말의 전달, 대화의 방법을 공부하는 제 입장에선 디커슨 코치의 첫 반응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선수의 질문에 코치의 질문으로 돌려줍니다. 자기 생각을 바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답을 주지 않은 것이죠. 메이저리그에서 코치상을 받을 정도로 유명한 베테랑 코치인데 자기 생각, 의견이 없을까요.

질문이 먼저이기 때문입니다. 질문을 해야 상대의 고민과 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도 사실 자신만의 생각과 방법이 마음 속에 있습니다. 그걸 끄집어 내려면 질문해야 합니다. 그래야 공감도 가능해지고 맞춰 대화를 풀어갈 수 있습니다. 상대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게 발견(discover)하게 해주는 것이 질문입니다.

질문은 깨달음을 주는 강력한 도구이기도 합니다. 느낌표가 강하게 찍힌 주장과 지시가 아닌, 물음표가 달린 질문의 형식으로 상대가 스스로를 성찰하고 발견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김 선수가 벌써 한두해의 시간이 지난 그때의 장면을 연수 중인 이 감독에게 설명한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김하성 선수가 ‘편하게’ 잡는 것이 ‘바로’ 잡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것이 코치의 질문이었습니다. 편하게 잡아도 중심이동, 넥스트 플레이와 연결된다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죠. 이 감독은 “한국에선 어릴 때 부터 프로에서까지 이렇게 해라, 그렇게 하지 말라고 답을 주입시킵니다. 그렇지만 그건 다른 사람의 정답이고 정석일 뿐 입니다”라고 말합니다. “김하성 선수가 자기의 정석을 발견한 것 같아요”라고 이 감독은 덧붙입니다.

질문하기가 어렵습니다. 기자를 했던 저도 매번 좋은 질문을 놓치고 후회합니다. 누군가의 질문을 받으면 대답을 잘하려, 가르치려 애씁니다. 마음과 노력은 가상하지만 아차 깨닫습니다. 여전히 부족합니다. 상대의 생각과 감정을 더 읽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렇게 하려고 합니다. “어떻게 생각해” “좀 더 설명해 줄래요” 그럼 상대를 좀 더 잘 알게 됩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 지메일

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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